"주말은 자유"라던 홍준표, 징계절차 시작되자 "부적절했다" 사과
홍준표 대구시장이 19일 집중호우 중 골프를 친 것을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전국적으로 수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부적절했다는 지적을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며 "수해로 상처를 입은 국민들과 당원 동지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사과한다"고 밝혔다.
지난 15일 골프 논란이 불거진 지 나흘 만이다. 관련 비판에 당당히 반박하던 홍 시장이었지만 당 윤리위원회가 징계 절차 개시 여부를 논의하기로 하는 등 당 차원의 징계 움직임이 본격화하자 결국 고개를 숙인 것으로 보인다.
홍 시장은 이날 오후 대구시청 동인청사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골프를 친 것이) 주말 일정이고 재난대응 매뉴널에 위배되는 일은 없었다"면서도 "원칙과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당시 상황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국민 정서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점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홍 시장은 지난 15일 오전 10시 신천 물놀이장 개장식에 참석한 후 오전 11시30분쯤부터 대구 팔공CC에서 1시간 가량 골프를 치다 비가 내려 중단했다. 당시 대구에는 호우주의보가 발령된 상태였다.
이에 대한 비판 여론에 홍 시장은 "공직자들의 주말은 자유다", "비상근무를 지시한 일이 없다", "테니스는 치면 되고 골프는 안되냐"는 발언들로 논란을 키웠다.
17일 홍 시장은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만나기 위해 국회를 찾았다가 기자들이 '주말 골프가 부적절한 처신이었다는 비판에 대해 어떻게 보느냐'고 묻자 홍 시장은 "부적절하지 않았다"고 응수했다. 그러면서 "괜히 그거 쓸데없이 트집 하나 잡았다고 벌떼처럼 덤빈다고 해서 내가 기죽고 잘못했다 그럴 사람이냐"고 하기도 했다.
이같은 태도를 두고 당내 기류도 부정적으로 흘러갔다. 김기현 대표는 논란이 불거지자 즉시 진상조사를 지시했고 그 직후 윤리위가 소집됐다. 당 윤리위는 18일 알림 자료를 통해 오는 20일 오후 4시 30분 회의를 열고 홍 시장에 대한 수해 골프 논란과 관련해 '징계 절차 개시 여부의 건'을 상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20일 논의에서 징계 절차를 밟는 것으로 결정이 되면 이후 당사자인 홍 시장 등의 소명이 있은 뒤 징계 수위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중징계를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앞서 홍문종 전 새누리당 의원이 2006년 경기도당협위원장 당시 '수해 골프'로 물의를 일으키자 윤리위는 홍 전 의원에 대해 제명 결정을 내렸다. 또 지난해에는 한 현역 국회의원이 수해 현장에서의 실언으로 당원권 정지 6개월의 징계를 받은 전례도 있다.
김병민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 나와 "인간적으로 가져야 할 기본적인 공감 능력"을 강조하면서 "고위공직자의 기본자세와 매우 거리가 있다"고 홍 시장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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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