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 확대 목표 41명"…창원간첩단 '자통', 공무원 노조·한노총 포섭 시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창원 지하조직 '자주통일 민중전위(자통)'가 공무원 노조와 한국노총 산하 노조원을 조직원으로 끌어들이려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북한 측에 포섭 대상 명단을 보고하며 "회원 확대 목표로 정해진 사람은 41명"이라고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 '창원 간첩단 사건' 연루자의 영장실질심사 출석 모습.

자통 조직원인 경남진보연합 정책위원장 성모 씨는 지난해 3월 북한 대남 조직인 문화 교류국에 포섭 대상으로 삼은 노조원과 민간인 명단을 보고하며 "현재 회원 확대 목표로 정해진 사람은 41명"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무원 노조 강모 지부장과 소방지역지부 사무국장, 지역지부 총무국장, 지부 통일위원장 등이 이미 '후원회 회원'이라고 북한에 전달했다. 자통은 포섭 대상자를 후원회 회원으로 만든 뒤 이 중 일부를 조직원으로 확보하는 방식을 쓴 것으로 전해졌다.

성 씨는 "강 씨가 (공무원 노조) 지부장을 하는 동안 핵심 역량을 구축해 지도 체계를 안정적으로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겠다"고 전하기도 했다. 강 지부장과 관련해 자통 조직원으로 추정되는 인사가 "직접 지도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무원 노조는 민노총과 한노총 산하를 포함해 상급 단체가 없는 단체들도 있다. 공소장에 적시된 '공무원 노조'가 어떤 산하인지 등은 확인되지 않았다.

자통 조직원 성 씨는 "한국노총 산하 노조 중 진보 성향 노조 간부를 진보당 분회로 조직했다"고 북에 보고하기도 했다. 주로 경남 창원과 김해 등에 있는 용접이나 금속을 다루는 제조 업체 소속이었다. 이들 일부는 이미 자통 후원회에 가입한 상태였다. 자통은 미가입한 한노총 조직원들을 연말까지 포섭하겠다는 취지로 북한에 보고했다. 진보 당원 추정 인사가 한노총 조직원을 상대로 "지도를 하고 있다"고도 전달했다.

북한은 자통과 별개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지난 3월 구속 기소된 민주노총 조직쟁의국장 석모 씨에게 '한국노총 간부들을 포섭하라'는 지령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0월 지령문에서 "한국노총 중앙집행부의 주도권을 장악한 강경파들과 사업을 노숙하게 벌여 양대 노총과의 연계를 강화하라"며 "반미 자주화 투쟁에 적극 참가한 한국노총 소속 노조 간부들을 포섭해 한국노총 안에 조직선을 박는 사업에도 깊은 관심을 가지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한편 자통은 포섭 대상인 좌파 성향 인사들에 대한 평가와 정보를 북한에 자세히 보고하기도 했다. 자통은 전교조 지회장 김모 씨에 대해 "학생 운동 출신으로 자민통(자주·민주·통일)과 우리 사상에 투철하고 모든 활동에서 모범적이고 성실하지만 사람 사업을 잘하지 못한다"고 적었다. 전국민중행동 소속인 심모 씨에 대해서는 "충실하고 기복 없이 활동하지만 수동적이고 선전 선동력, 조직적 수완력이 부족해 핵심으로 키우기 적합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노무사인 조모 씨의 경우 "학생 운동을 경험하지 않았고 노무사 합격 이후 의식화해 노동운동가로 발전했다"며 "2018년 전국회에 입회해 변혁 운동가로 빠르게 성장했다"고 보고했다.

운동권 출신 택배노조 소속 인사들에 대한 보고 내용도 상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택배노조 롯데본부 대의원 박모 씨에 대해서는 "학생 운동 출신으로 서울지하철공사 노조 사무차장과 민주노총 조직실 차장을 했다"며 "총회장님(북한 김정은)을 자신의 영도자로 신념화하고 사상적 신념도 투철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집중 교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택배 노조원 이모 씨는 "노조 건설을 준비 중으로 사상과 이론 능력이 뛰어나지만 감정 기복이 있다"고 평가했다. 자통은 노조원의 배우자와 자녀 정보까지 북에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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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