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행안위원장 놓고 집안다툼…결국 법정행
정청래 더불어민주당의 국회 행정안전위원장 내정을 둘러싼 민주당 내 갈등이 좀처럼 진화되지 않고 있다. 정 의원이 ‘행안위원장 직을 포기하라는 압박에 굴하지 않겠다’며 국회를 상대로 효력정지 가처분 소송 제기까지 예고하면서다. 권리당원 중심의 정당을 요구하는 친명(친이재명)계와 대의원 중심의 의사결정을 추구하는 비명(비이재명)계 사이의 갈등으로 비화하고 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2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 의원은 이날 이광재 국회 사무총장에게 국회 의사국장의 보직 해임을 요구했다. 지난달 30일 본회의에서 김진표 국회의장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 사임의 건을 처리하려고 할 때 이의를 제기했지만, 의사국장이 이를 묵살했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정 의원은 행안위원장을 맡기 위해 과방위원장직을 사퇴했지만, 의원총회에서 기동민·허영 등 비명계 의원들의 반발에 부딪히자 사퇴 철회 의사를 밝혔다.
정 의원은 추가 조치도 예고했다. 그는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국회법 112조 3항에 따르면 국회의장은 안건에 대한 이의 제기를 확인하고, 이의가 있을 때는 표결을 진행해야 하지만, 김 의장은 이 같은 절차를 무시했다”며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이날 국회에서 워크숍을 열고 새로운 상임위원장 인선 방안을 마련하기로 결정했다. 김한규 원내대변인은 이날 기자들을 만나 “상임위원장 선임 기준을 혁신을 바라는 국민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며 “이들에게 생각하는 바를 공유해달라고 공지했고, 이르면 오는 12일에서 14일 사이에 위원장이 선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명계는 ‘기회의 균등’ 차원에서 전·현직 장관과 최고위원, 당직자 등은 상임위원장 후보에서 배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친명계에서는 행정안전부 장관을 지내고 환경노동위원장을 맡은 전해철 의원, 원내대표 출신으로 예결위원장을 맡은 우원식 의원 등의 사례를 들어 정 의원의 행안위원장 선임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정치권 내부에서는 이번 논란을 민주당 내 친명계와 비명계의 노선 갈등으로 봐야 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 의원은 전통적으로 민주당 강성 지지층으로부터 폭넓은 인기를 누렸고, 지난해 전당대회에서도 최고위원 가운데 가장 높은 득표율로 지도부에 입성했다. 그가 속한 친명계는 공천과 경선, 전당대회 등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는 대의원 제도를 폐지하고 일반 권리당원 중심의 정당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비명계는 기존의 친문재인계와 이낙연계, 정세균계 등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이들은 호남과 영남 ‘낙동강 벨트’ 등 전통적인 지역 조직에 기반을 두고 있어 대의원제 중심의 현 구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 의원의 행안위원장 선출에 반대하는 것도 대의원제 폐지에 가장 강경한 정 의원을 경계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박광온 원내대표가 당내 갈등을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 원내대표가 의원총회에서 ‘교통정리’를 하지 않았고, 이후로도 양쪽 의견을 긍정하는 모호한 태도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 의원은 “지난해 여야 합의로 장제원 의원과 내가 1년씩 행안위원장과 과방위원장을 맡기로 했다고 설명했고, 박 원내대표의 동의를 얻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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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