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쇄신의총' 결말에 당내 부글부글…"국민 성에 안 차"
더불어민주당이 '쇄신 의원총회'를 열고 김남국 의원의 가상화폐 투자·보유 의혹에 대해 추가 조사를 이어가겠다는 결의문을 채택했지만, 당 내에서부터 이같은 의총 결론은 사태의 엄중함에 비해 턱없이 미흡하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민주당 송갑석 최고위원은 15일 최고위 모두발언에서 "민주당은 어제 장시간에 걸친 쇄신 의총의 결과로 김남국 의원에 대한 추가 조사, 윤리규범을 엄격히 적용하고 윤리기구를 강화하는 동시에 국회의원 재산 투명성 강화를 위한 입법 조치, 당 차원의 혁신기구 설치 등의 쇄신책을 발표했다"며 "국민과 당원 여러분께서 보시기에 여전히 성에 차지 않고 부족할 것"이라고 직격했다. 이재명 대표 등 당 지도부 면전에서였다.
송 최고위원은 "민주당 국회의원 전원이 결의한 쇄신의 근본은 다름 아닌 태도와 자세에 있다"며 "우리 당에 지독하게 따라붙는 '내로남불'의 꼬리표부터 떼어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의 허물을 직시하지 않는 채 남의 허물만 지적하는 것이 내로남불"이라며 "D학점을 받고 나서 공부할 생각은 하지 않고 'F학점을 받은 사람보다 내가 더 낫다'고 한다면 어느 국민이 납득하겠느냐"고 꼬집었다.
송 최고위원은 "우리는 결코 착각해서는 안 된다. 민주당은 상대 정당보다 도덕성에서만큼은 우위에 섰다고 자부해 왔지만, 국민의 시각에서 우리 당의 그 비교우위는 사라진 지 오래"라며 "위선과 선민의식만 남아 있는 정당이 아닌지 자성해봐야 한다"고 강도 높은 비판을 했다. 그는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 코인 논란 등의 문제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와 자세가 내로남불과 다르지 않았음을 인정하고, 이제는 우리 스스로 혁신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런 자세 없이는 대여 투쟁의 명분 또한 제대로 쥐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전날 의원총회에서도 김 의원 사태에 대해 성토 발언을 쏟아낸 박용진 의원은 이날 기독교방송(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의총) 결의문을 1시간 넘게 검토를 했고 많은 의원들이 '이거 미흡하다', '왜 여기에 논의 중에 나왔던 국회 윤리특위 제소를 왜 언급하지 않았느냐. 그거 넣어라'라고 여러 명이 얘기했고 (그래서) 국회 윤리특위에 제소하겠습니다, 라는 것이 결의문 첫 번째 항으로 올라올 거라고 생각을 했는데 없더라"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당연히 들어가는 줄 알고 헤어졌는데 아침에 일어나서 확인해 보니까 그게 없다"며 "(윤리특위 제소는) 국회의원 제명까지 가능한 얘기다. '지금 국민의힘이 제소를 이미 한 상태니 우리가 다시 제소하는 것보다는 그냥 국회윤리특위 위원장이 우리 당 변재일 의원이니 빨리 소집해서 이 건만 빨리 처리하자'는 얘기까지 있었는데 이건 아예 빠졌다"고 했다.
박 의원은 또 "결의문을 보면 김남국이라고 하는 이름도 없다. 그냥 '가상자산 관련 의혹이 있는 민주당 의원이 탈당했다'고 표현돼 있다"며 "어제 우리 의원들이 뭘 한 거지 하는 생각도 들고, 최종 결의문을 보고 매우 불쾌해서 의원들 전체 방에 '어떻게 된 일이냐. 원내대표도 이 부분에 대해서 해명해 달라'고 했는데 (원내지도부로부터) '미흡한 점이 있다', '양해해 달라' 이걸로 끝난 상태"라고 격분한 태도를 보였다.
박 의원은 "도무지 납득이 안 된다"며 "그러면 윤리특위를 꼭 넣어야 된다고 발언했던 사람들, 공감을 표시했었던 의원들은 다 뭐가 되는 거냐. 왜 의원총회를 했는지 잘 모르겠다"고까지 했다.
박 의원은 나아가 이재명 대표에 대해서도 "이 대표가 여러 정치적, 도덕적 논란에 휩싸여 있지만 민주당의 대표다. 그러니까 이 상황에서 쇄신의 칼을 쥐고 칼을 휘두르셔야 된다"고 촉구했다. 그는 "입만 열면 이 대표에 대해서 비판적으로 얘기했었던 박용진이 왜 이 얘기를 하겠나. 당이 지금 절체절명의 위기에 서 있다고 저는 생각한다"며 "당이 내부에서부터 붕괴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면 이 대표야말로 책임감 있게, 권한을 가지고 이 일을 해결하는 중심에 서달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 정무수석을 지낸 최재성 전 의원도 이날 한국방송(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탈당을 하면 이틀 안에 처리를 해야 하니 그 안에 출당을 시킬 수도 있다"며 "아예 그런 생각을 당이 못 하고, 탈당 이전에도 당이 선제적으로 징계를 할 수도 있는데 그런 것들을 전혀 안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 전 수석은 "(의총이) 김 의원에 대한 성토장처럼 되어 버리고, 탈당 후에도 조사를 해야 한다는데 한계가 있다"며 "문제 제기를 한 의원들도 사실 좀더 디테일하게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서 제안을 했어야 하는데 그런 것을 당 지도부도 놓치고 문제 제기하는 의원들도 그것까지 살펴보지는 못해서 아쉬운 감이 있다"고 지적했다.
최 전 수석은 이번 사태에 대해 "국민들에게 비쳐지는 모습, 국민들에게 안기는 실망감, 이런 것들이 감점이 될 수밖에 없는 사안이고 특히 청년 세대는 거의 폭발적이라고 할 정도"라며 "당이 의원직 사퇴를 이야기하고, (김 의원이 사퇴를) 하지 않으면 출당 조치를 했어야 한다. 저는 그 정도에 해당하는 사안이라고 본다"고 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진화를 시도하는 모양새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최고위에서 송 최고위원의 모두발언을 들은 직후 "최고위원들 말씀 잘 들었다"며 "의원총회에서 많은 국회의원들께서 총의를 모아주셨고, 또 당원과 지지자들께서 당의 혁신과 개혁을 소망하고 계신다. 국민과 당원, 그리고 의원 여러분들 의지를 존중해서 향후 강력한 혁신 정책을 추진해 나가겠다"고만 했다.
이 대표는 이날 기자들이 '국민의힘에서 이 대표의 코인 투자 의혹도 제기했다'는 질문을 하자 "그런 의심이 들면 우리가 제안한 대로 여야 의원들 전수조사를 즉각 실시하기를 요청드린다"고 웃으며 맞받고는 "그런 얘기를 하는 걸 보면 내가 보기에는 우리 김기현 대표나 그 측근들이 코인 많이 가지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박광온 원내대표는 "어제 밤늦게까지 민주당 의원총회를 열고 그 내용을 더불어민주당 의원단 이름으로 국민 여러분께 보고드렸다"며 "무슨 일이 생겼을 때 분명한 원칙과 태도로 기민하고 단호하게 움직여 달라,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고 민주당의 자체 윤리 규범에 따라서 우선적으로 대응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게 국민의 말씀이다. 이런 국민 여러분 요구를 어제 의원총회 결의문에 많이 반영했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윤리기구를 혁신하고 지위를 격상해서 상시 감찰과 즉시 조사, 신속 결정이라는 3대 원칙에 따라 앞으로 어떤 일이 생겼을 때 대응해 나가겠다"며 "민주당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유능하고 깨끗한 정당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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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