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돈봉투' 강래구 구속…'민주당 의원들' 향하는 칼끝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가 두 번의 영장 청구 끝에 구속됐다. 이제 검찰의 칼 끝은 돈 봉투 살포에 공모한 혐의를 받는 현역 의원들을 향할 것으로 보인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김영철)는 전날 강 전 감사를 구속했다.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맡은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강 전 감사가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이 해 온 '조직적 증거인멸 정황' 주장을 인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검찰은 최장 20일간 강 전 감사를 구속해 수사하면서 자금 출처, 사건 관계인들의 공모 관계, 수수자 특정 등 사건의 실체적 진실 접근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강 전 감사를 조사하면서 사건 관계자들 사이 책임의 경중도 가릴 것으로 보인다.
현재 입건된 이들은 지난 2021년 5월2일 치러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송영길 당시 후보 당선을 위해 현역의원 10~20명과 지역본부장 및 지역상황실장 등에게 총 9400만원을 살포한 행위를 공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중에서도 금품을 살포하자고 제안한 인물이 주범에 가깝고, 살포에 관여만 한 인물은 단순 공범으로 평가할 수 있다. 정당법은 금품 살포를 지시·권유·제안한 사람을 더욱 중하게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강 전 감사는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과 2021년 3월 말께 통화하며 "받으면 정리해서 50만원씩 봉투를 나한테 만들어서 달라"고 말했고, 이 대화 녹음 파일을 검찰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때 50만원은 지역상황실장과 지역본부장에게 지급하기로 한 금액인 것으로 조사됐다. 현역 의원들을 위해서는 300만원이 담긴 봉투가 마련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도 강 전 감사가 지역상황실장과 지역본부장에게 돈 봉투를 살포하자고 지시·권유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증거인멸 정황이 포착되자 검찰은 구속 수사가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현역 의원을 상대로 한 돈 봉투 살포는 윤관석 무소속(당시 민주당) 의원이 지시·권유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이 확보한 이 전 부총장의 통화 녹음에는 강 전 감사가 "관석이 형이 '의원들을 좀 줘야 되는 거 아니냐' 나한테 그렇게 얘기했다"고 발언하는 내용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의원이 2021년 4월28일 이 전 부총장과 통화하면서 "오늘 빨리. 그래야지 내가 회관 돌아다니면서 만나서 처리하거든"이라고 말하는 녹음 파일도 검찰이 확보했다고 한다. 그가 주도적으로 돈 봉투를 살포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다만 강 전 감사가 윤 의원 발언을 전달하는 통화 녹음은 형사소송법상 원칙적으로 증거능력이 없는 '전문진술'에 해당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윤 의원을 불러 조사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검찰은 지역본부장에게 전달할 자금을 조성하는 과정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이성만 무소속(당시 민주당) 의원 및 윤 의원 측과 출석 일자를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이 강 전 감사의 구속 기간 내에 두 사람을 불러 조사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후 검찰은 이번 사건의 수혜자이자 공범 혐의를 받고 있는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를 소환할 방침이다. 검찰은 강 전 감사가 이 전 부총장과 통화하면서 "영길이 형이 그러더라고. '그래서 안 그래도 내가 조금 처리해줬어 더 열심히 하라'고'"라고 말하는 녹음 파일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이 전 부총장이 송 전 대표의 보좌관 출신 박모씨에게 '윤. 전달했음'이라는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낸 정황도 검찰이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는 정무조정실장을 역임할 정도로 송 전 대표의 측근이라는 평가다.
동시에 자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현역 의원들에 대한 수사도 동력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 전 부총장의 녹음 파일에 등장하는 실명 등을 바탕으로 수수자들을 추리는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지역본부장 및 지역상황실장 일부는 이미 특정, 강제수사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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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