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끝 송영길, 李에 읍소 …"대선때 망치테러 당해가며 뛰었다"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 중심에 선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도의적 책임을 위해 탈당하겠다"면서도 정계 은퇴에 대해서는 "민족 화해와 평화적 통일을 위한 사명을 가지고 있다"며 선을 그었다.
친명(친이재명)계 지도부는 "자진 탈당 결정을 존중한다"며 송 전 대표를 두둔했지만, 비명계에선 "셀프 면죄부냐"며 냉정한 평가를 했다.
송 전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제가 정치를 한 이유는 학생운동과 마찬가지"라며 "저는 정치를 직업이나 생계로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과 관련해서도 "전국 순회, 강연, TV토론으로 30분 단위로 정신없이 뛰어다닐 때였다. 캠프의 일을 일일이 챙기기 어려웠던 사정을 말씀드린다"며 모르는 사안이라고 했다.
대신 송 전 대표는 "이번 사태는 2년 전 민주당 전당대회 송영길 캠프에서 발생한 사안"이라며 "법률적 사실 여부 논쟁은 별론으로 하고 일단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 의원들과 당원 동지들께 거듭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돈봉투 사태에 대한 직접적 책임을 지고 정계 은퇴를 선언하기보다는 이번 사태를 몰랐음을 강조하며 정치적·도의적 책임만 지겠다는 모양새다.
검찰 수사와 관련해 송 전 대표는 "당당하게 응해 책임지고 사태를 해결하겠다"고 하면서도 "기우제 수사를 할지 모르겠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송 전 대표는 "파리로 출국할 때까지 소환조사를 하지 않더니 이정근 씨의 1심 선고 전날 저를 도와준 사람들을 압수수색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정근 씨가 알선수재 등 혐의로 기소돼 검찰이 3년을 구형했는데 1심 재판부가 그보다 많은 4년6월 실형을 선고했다"며 플리바게닝(형량 협상)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송 전 대표는 이 대표와 민주당 지도부에 대해 "죄송하다"는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서운함을 내비쳤다. 송 전 대표는 "지난 대선 때 이 대표의 당선을 위해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고 다리 인대가 끊어지고 망치 테러를 당하면서도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지방선거 때는 당의 총력 대응을 위해 뻔히 승산이 어려운 서울시장에 출마했고 저를 5번이나 뽑아준 인천 계양구 주민들과 아쉬운 이별을 해야 했다"고 말했다. 사실상 마음의 빚이 있는 이 대표를 겨냥해 "보호해 달라"고 읍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단 민주당은 송 전 대표의 조기 귀국과 자진 탈당에 환영하는 모양새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23일 기자회견에서 "송 전 대표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귀국을 계기로 이번 사건의 실체가 일체의 정치적 고려 없이 신속하고 투명하게 규명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민석 정책위의장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당대표 시절 자신이 정했던 대로 '탈당해서 증명하고 돌아온다'는 룰을 실천했다"며 "당을 생각한 그의 마음이 모두에게 무겁게 다가가 울릴 것"이라고 했다.
다만 비명계에서는 이번 기자회견이 뒤늦은 대응이자 '셀프 면죄부'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한 비명계 의원은 이날 매일경제와의 통화에서 "법률적 논쟁은 뒷전으로 해도 인대가 끊어지면서까지 열심히 했다는 등의 이야기가 변명조로 느껴졌다"며 "너무 신파조"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비명계 의원은 "기자회견이 늦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송 전 대표의 정계 은퇴에 대해서도 "누가 은퇴하고 싶어 은퇴하느냐"며 "국민이 외면하면 나가는 것이고, 그렇게 나가게 될 것"이라고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이들은 모두 민주당이 후속 대책으로 압수수색을 받는 등 돈봉투 의혹과 연루된 사람들이 탈당을 하거나 출당을 요구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일단 상황을 지켜보며 천천히 대응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당 지도부의 대응이 늦다는 지적에 대해 권 수석대변인은 "대응이 늦다기보다 신중한 것"이라며 "내용이 좀 더 분명해지기 시작하면 당에서 여러 대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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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