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월 관리비 체납 독거노인, 분신 후 결국 사망…`구멍`난 복지망
동거인 사망 후 홀로 지내던 생활고에 시달리던 독거 노인이 결국 분신해 숨졌다. 8개월간 오피스텔의 관리비를 체납했는데도 중앙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복지망'은 이를 전혀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는 거듭된 대책을 부르짖지만, 결국 '복지망'의 총체적인 부실 상황이 부른 비극으로 보인다.
지난달 28일 새벽 서울 마포구 도화동의 한 오피스텔에서 거주하다가 분신, 전신에 2도 화상을 입어 입원 치료 중이던 김모(83)씨가 2일 숨졌다.
5일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김씨는 15년간 함께 산 동거인이 지난해 4월 사망한 뒤, 주거 불안과 생활고에 시달렸다. 김씨가 거주하던 오피스텔은 먼저 숨진 동거인의 가족 소유였다.
김씨는 지난해 7월부터 8개월간 이 오피스텔의 관리비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김씨가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까지 중앙 정부와 지자체의 '복지망'은 그의 이러한 궁박한 처지를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정부는 복지 사각지대를 방지하기 위해 단전·단수, 건강보험료 체납(3개월 이상), 기초생활수급 탈락·중지, 공동주택 관리비 체납 등 39종의 위기 정보를 수집한다. 그러나 오피스텔은 아파트, 빌라와 같은 공동주택에 포함되지 않아 김 씨의 관리비 체납 사실이 관련 기관의 이러한 복지체계에 전달되지 못했다.
이로 인해 김 씨는 고위험 취약계층에 해당하는 '중앙위기 발굴대상' 명단은 물론 위기 정보가 하나라도 해당하면 등록되는 '전체 위기정보 입수자 명단'에도 빠져 있었다.
김 씨는 지난해 9월 주민센터에 전입신고를 하고 기초생활수급 신청 안내를 받는 등 자기 구제를 위해 노력한 흔적이 있었지만, 복지 사각지대를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주민센터 관계자는 "어르신께서 기초생활수급을 신청하지 않았고, 보건복지부에서 내려보내는 사각지대 취약계층 명단에도 포함되지 않아 주민센터에서도 상황을 알지 못했다"고 밝혔다.
허점을 드러내는 정부의 복지망에 대해 전문가들은 "공공기관이 매뉴얼에 얽매여 형식적으로 사각지대 취약계층을 관리할 게 아니라 민간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위험정보는 공공에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정한 것으로 그 정보가 전부는 아니다"라며 "더 많은 위험신호를 가진 사람이 있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공무원 인력 확충에도 한계가 있는 만큼 '명예 사회복지사' 제도 등을 활용해 민간도 취약계층을 발굴할 수 있는 민관 협력시스템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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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