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밥에 소주 한잔도 못한다”...민심 들끓자 정부 실태조사
정부가 잇딴 원가 인상에 서민 술값 인상을 막기 위해 주류업계에 대한 실태조사에 나섰다.
26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기재부와 국세청은 주류업계가 원재료인 타피오카 가격 상승 등을 이유로 소줏값을 올리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가격 실태조사에 들어갔다. 일반 음식점이 통상 1000원 단위로 주류 가격을 인상하는 점에 비춰보면 추가로 주류값이 오르면 대대수 업장에서 소줏값은 한병당 6000원이 될 전망이다.
정부는 서민 술인 소줏값이 올라가는 현상을 민감하게 바라보면서 주류업계의 인상 동향을 집중적으로 살펴본다는 방침이다. 필요하다면 주류회사 독과점 등 업계의 경쟁구조까지 살펴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주류 생산과 유통, 판매 과정에서 형성된 독과점 구조로 인해 술값이 올라가는 것 아닌지 단속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국세청은 이미 주류업체들과 비공개 간담회를 열며 어려운 경제 여건에서 소줏값 인상에 대한 자구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개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소주 등 국민이 정말 가까이 즐기는 그런 품목(의 가격 인상)에 대해서는 업계의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드린다”며 우회적으로 가격 인상을 압박하고 나섰다.
업계는 내심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한 주류업체 관계자는 “최근 정부가 주세 인상를 결정한 만큼 출고가 인상은 불가피하다”며 “정부가 가격 인상을 막는 것은 결국 기업이 고스란히 손실을 감내하라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고물가에 최근 정부는 잇따라 기업을 압박하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지난해 7월 소비자물가가 6.3% 올라 2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후 지난해 12월까지 식품, 외식업계를 대상으로 5차례 물가안정 간담회를 개최해 가격 인상을 자제할 것을 요청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 달에 한번 꼴로 기업들을 불러 군기잡기에 나선 것”이라며 “기업 경영활동에 대한 과도한 개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진 지난해 국제 곡물가격은 1년 전에 비해 17.9% 올랐다. 국내 주요 음식료 업체들 매출원가에서 국제 곡물이 차지하는 비중은 20~80%으로 원가 반영 요인이 커진 상태다.
정부 물가 안정 간담회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농식품부가 집중적으로 간담회를 열기 시작한 지난해 7월 물가 상승률에서 가공식품과 외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27.9%였지만 올해 1월 이 비중은 36.4%로 거꾸로 더 늘었다. 2월 기대인플레이션율도 전월 대비 0.1%포인트 상승한 4.0%로 거꾸로 오르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미 높아진 기업 비용 구조가 당장 낮아지는 것은 무리”라며 “정부가 세금 완화와 진입 규제 해소를 통해 기업 경영 부담을 완화하고 생산성과 효율성 높은 경제구조로 개편하는 작업에 속도를 붙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학자는 “수입곡물에 대한 할당관세 품목을 늘리고, 식품이나 사료원료 구매 시 저리로 지원하는 정책자금을 확대해 기업 생산비용을 낮추는데 정책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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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