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망하게 생겼어, 형이 어떻게 나한테 이래"…김성태, 이화영에 '고성'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지난 15일 수원지검에서 진행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와의 대질 조사에서 "회사가 망하게 생겼다, 20년을 알고 지냈는데 형이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느냐"며 격앙 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17일 복수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15일 오후 5시부터 9시 30분까지 약 4시간 30분 동안 수원지검 형사6부(김영남 부장검사)에서 진행된 이 전 부지사와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아태협) 회장, 방용철 쌍방울그룹 부회장 등과의 '4자 대질 조사'에서 이같은 말을 되풀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날 이 전 부지사에게 경기도의 '북한 스마트팜 사업 비용 대납' 등 쌍방울의 대북 송금 사실을 알았는지 물었다. 이 전 부지사는 "쌍방울그룹이 자체 대북 사업을 진행하려고 북한에 돈을 건넸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김 전 회장과 안 회장, 방 부회장 등 3명은 "이 전 부지사가 '북한에 스마트팜 비용을 지급하지 않으면 경기도 대북사업이 어려워진다'며 먼저 대납을 제안해 쌍방울이 대신 냈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김 전 회장은 이 전 부지사를 향해 "우리 쪽 사람 10명이 넘게 구속됐고, 회사도 망하게 생겼다"며 "우리 식구들은 살아야 하지 않느냐"고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회장은 "나 (감옥) 들어갔다 나오면 70세다"라며 "왜 형 입장만 생각하느냐, 우리 입장도 생각해 달라"고 설득했다. 또 "왜 같이 밥도 먹고 술도 마셨는데 기억이 안 난다고 하느냐"며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전·현직) 공무원들은 왜 거짓말하느냐"며 따지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전 부지사는 계속 "나는 모르는 일"이라는 취지로 부인했고, 감정이 격해진 김 전 회장은 언성을 높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부지사는 오히려 "쌍방울 측이 대북사업을 하려고 안 회장을 끼워 넣어 북한과 협약서를 쓴 것 아니냐"고 주장했고, 안 회장과 방 부회장이 나서서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릴 하느냐"고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이 전 부지사가 대북 송금 연관성을 전면 부인하자 김 전 회장은 쌍방울 임원진에게 지시해 검찰에 대북 송금 자금원 등 관련 내부 자료를 제출하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질 조사 참여자들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 전 회장의 전화 통화 여부를 놓고도 진술이 엇갈린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회장은 2019년 1월 17일 중국 선양에서 이 전 부지사가 전화기를 건네 이 대표(당시 경기도지사)와 통화를 했다고 주장했고, 방 부회장과 안 회장도 통화 모습을 목격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하지만 이 전 부지사는 "통화를 한 적이 없다"고 맞섰다.
대질 조사 후 이 전 부지사는 진술을 거부하고, 조사가 끝난 뒤에도 조서에 서명하지 않았다.
검찰은 앞으로 구치소에 있는 이 전 부지사를 몇 차례 더 불러 대북 송금 의혹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 전 부지사 측은 "사전 동의 없는 검찰의 4자 대질 조사엔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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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