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진보단체 '尹 퇴진하라' 시위, 北 지령이었다"

간첩단 혐의를 받는 ‘자주통일 민중전위’가 북한으로부터 “윤석열 타도 투쟁을 하라”“노동운동을 가열차게 하라”는 등의 지령을 받고 실행에 옮긴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 서울 남북정상회담이 논의될 시기엔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을 환영한다”는 여론 공작도 했다고 공안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北, 창원 간첩단에 "윤 정부 타도하라" 지시

경남진보연합 조직위원장을 지낸 A씨 등 자주통일 민중전위(자통) 조직원 4명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지난 1일 구속됐다. 이들은 검찰 조사에서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다. 국가정보원은 북한의 지령문을 해독하고 있으나, 고도로 암호화된 내용을 해석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당국이 파악한 북한의 지령은 ‘반(보수)정부·반미·친북’ 내용이 대부분이다. 자통은 창원의 경남진보연합 관계자들이 주축이 됐는데, 이 단체는 실제로 지난해 ‘윤석열 정권 심판 경남운동본부’를 결성하는 등 윤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를 계속하고 있다. 또 한미연합 공중훈련 중단을 요구하는 집회 등 미국에 적대적 분위기를 조장하는 활동에도 주력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2018년 2월 평창올림픽에 북한이 참가하고 그해 9월 평양에서 3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논의되자, 자통 조직원들은 김 위원장에 대한 우호적 여론 조성을 시도했다. 북한 지령에 따라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을 환영하는 활동을 전개한 것이다. 2018년 11월 창원에선 ‘서울 남북정상회담 창원시민환영단’이 발족하기도 했다.

자통 조직원 A씨는 페이스북으로 ‘기대 만발 정상회담’이라는 글을 지인들에게 공유하며 “전쟁을 끝내고 통일의 문을 활짝 여는 정상회담이 되길 기원한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자통은 2016년쯤 창원·진주를 기반으로 결성된 지하 조직이다. 국정원은 창원의 경남진보연합 관계자들이 주축이 돼 서울·전남·제주 등으로 활동 반경을 넓혔다고 보고 있다. 전국 단위의 대형 간첩사건인 만큼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이희동 부장검사)가 수사를 지휘하고 있다.

공안당국에 따르면 자통 조직원들은 2016~2019년 캄보디아·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에서 북한 노동당 대남 공작부서인 문화교류국 소속 김명성 공작조를 접선했다. 암호화 프로그램인 ‘스테가노그래피’‘사이버 드보크’ 등을 교육받고 국내로 돌아와 지령과 보고를 주고받으며 본격적인 간첩 활동을 한 혐의다.

북한 공작원으로부터 공작금을 받은 정황도 있다. 이들은 귀국 이후 북측에서 받은 7000달러를 환전했다고 한다. 당국은 이들이 북한에서 정기적으로 돈을 받았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국정원은 지난해 말부터 그간 비공개 내사 단계였던 복수의 사건을 압수수색을 통해 공개 수사로 전환했다. 간첩 혐의 실체가 어느 정도 파악됐다는 의미로 분석된다. 자통 이외에도 민주노총 전·현직 간부가 연루된 사건, 제주의 ‘ㅎㄱㅎ’는 각각 수원지검과 제주지검이 수사를 지휘하고 있다. 민노총 건은 수원지검이 계속 맡는 것으로 결정됐다.

국정원의 대공 수사권은 문재인 정부 때인 2020년 개정된 국정원법에 따라 내년 1월 폐지된다. 이에 따라 ‘경찰이 수사를 전담하게 될 경우 대공 수사 인력 및 역량이 부족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국정원은 6일부터 연말까지 경찰·검찰과 함께 ‘대공 합동수사단’을 운영하기로 했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은 “대공 수사권 경찰 이관은 재고돼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국정원이 의도적으로 공안 정국을 조성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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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