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모른다던 김성태 "이재명 방북 비용 대가"…입장 선회 배경은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이 검찰 조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입장을 선회했다. 송환 당시에는 "이 대표를 전혀 모른다"고 했다가 이후 "통화를 했다"고 인정을 했고, 이제는 "이 대표의 방북 비용 대가로 북한에 돈을 건넸다"는 진술까지 했다.

김 전 회장이 대북송금 의혹에 대해 입을 열기 시작하면서 쟁점은 이 대표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에서 대북송금 의혹으로 옮겨진 모양새다. 이에 따라 김 전 회장의 진술을 바꾸게 할 만한 검찰의 확실한 증거가 있었던 건지, 김 전 회장의 입장 선회 배경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8개월의 장기 해외 도피 끝에 태국에서 붙잡힌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지난 1월17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우선 김 전 회장의 입장에서는 현재로서는 처벌을 감수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진술해서 본인의 형을 낮출 수밖에 없다는 판단을 했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유동규 전 본부장처럼 자신의 죄를 그대로 자백해서 선처를 받겠다는 전략이다.

이와 더불어 이 대표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돈을 지원했지만 이 대표가 대선에서 떨어지자 자신의 동아줄 선택이 잘못됐다는 판단에서 더 이상의 버티기를 포기한 게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실제 김 전 회장은 최근 검찰 조사에서 지난해 3월 대선 이후 이화영 전 부지사에게 '방북도 못하고 대선에도 졌다'고 토로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이화영 전 경기도평화부지사가 이 대표에게 전화를 해서 자신을 안심시켰다는 것이다.

김 전 회장은 2019년 1월과 4월 모두 500만달러를 북에 건넸다. 이 돈의 성격에 대해 김 전 회장은 "경기도의 스마트팜 사업비용"이라고 검찰에 밝혔다. 500만달러 송금 직후 이 대표의 측근인 김용 전 경기도대변인(구속기소)도 자신에게 '고맙다'는 말을 했다고 진술했다. 김 전 회장은 같은해 11월에도 300만달러를 북측에 추가로 보냈는데, 이를 두고는 '이 대표 방북 성사를 위한 비용'이라고 검찰에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대표가 방북도 못 하고 대선에서 떨어져 김 전 회장이 실망감을 표현하자 이 전 부지사가 김 전 회장이 보는 앞에서 이 대표와 통화를 했고, 이 전 부지사에게 '이 대표가 (민주당) 대표가 되거나 국회의원이 되면 쌍방울은 억울한 일은 없을 것이란 말을 들었다'는 취지로 김 전 회장이 진술했다고 한다.


또 '회사에 대한 걱정'이 김 전 회장의 마음을 바꾸게 된 계기가 됐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 전 회장은 앞서 회사를 걱정하는 발언을 수차례 한 바 있다.

실제 김 전 회장은 쌍방울과 계열사들이 상당한 타격을 입고 있는 상황을 감안해 태국에서 국내 송환 거부 소송을 포기하고 귀국하기로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회장은 당시 쌍방울 관계자에게 "회사에 대해 미안하다. 더이상 피해를 안 주도록 하겠다"고 전한 바 있다.

김 전 회장은 북한 측에 건넨 돈의 출처도 철저하게 '개인 돈'이라고 밝혔는데, 이는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고 있는 북한에 김 전 회장 개인 돈이 아닌 쌍방울 자금이 흘러갔을 경우 회사가 받게 될 각종 제재를 피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김 전 회장은 태국에서 체포돼 구금 중이던 지난달 16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회삿돈을 10원도 준 게 아니고 개인 돈을 준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 전 회장의 구속기한 만료는 5일이다. 이에 따라 검찰은 이르면 3일, 늦어도 5일까지 김 전 회장을 재판에 넘길 방침이다.

김 전 회장은 △대북송금 의혹을 비롯해 △4500억원 상당의 배임 및 횡령 △200억원 전환사채 허위 공시 등 자본시장법 위반 △이 전 부지사에 3억원대 뇌물공여 의혹 △임직원들 PC교체 등 증거인멸 교사 등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이 대표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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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