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더 사야 할까요"… 국민 고민거리 마스크, 봄 전까진 필요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에 사는 30대 직장인 이모씨는 요즘 TV홈쇼핑이나 인터넷에 마스크가 뜨면 괜히 카드를 만지작거린다. '30일부터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다'는 뉴스를 접한 뒤 더 사야 할지 망설여지기 때문이다. 마침 구입해 놓은 마스크가 몇 개 남지 않았는데, 쟁여 놓자니 짐이 될 것 같고 안 사자니 괜히 찝찝하다.
대중교통이나 의료기관 등 일부 시설에선 여전히 마스크가 필요하겠지만, 그렇다고 이전처럼 항상 손에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이씨는 "낱개로 사면 손해라 살 거면 한꺼번에 몇 십 개를 사야 이득인데 고민된다"며 "일단 집에 남은 마스크로 버티면서 주변 분위기를 보려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30일부터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권고'로 전환하겠다고 밝히면서 이씨처럼 고민에 빠진 사람이 많다. 코로나19 사태 3년간 써 온 애물단지인 마스크를 식당과 카페 등에서 벗을 수 있어 좋지만, 일부 시설에선 여전히 지니고 다녀야 한다. 대중교통과 병원 약국 등 의료기관, 요양 장애인시설 등 사회복지시설은 여전히 마스크를 써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전보다는 필요성이 떨어진 마스크,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23일 전문가들의 말을 종합하면 봄이 오기 전까지 마스크는 여전히 중요한 생활방역 물품이다. 미국이나 유럽에선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의 하위계통인 XBB.1.5가 기승을 부리며 코로나19 사태가 좀처럼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미국 등 해외 변이 상황을 여전히 지켜봐야 한다"며 "미국은 오미크론 변이보다 전파력이 센 XBB.1.5가 우세종이 되면서 반대로 마스크 착용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의 말대로 미국의 일부 주는 학교에서 다시 마스크를 착용하라고 지침을 바꿨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최근 "장거리 노선 항공기 등 실내에선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김 교수는 "봄이 오면 실내 환기도 많이 하고 밖으로 나가는 사람이 늘어 밀집 환경이 해소된다"며 "겨울철까지는 마스크를 착용하는 게 좋다"고 당부했다.
정부가 실내 마스크 착용을 '의무 해제'가 아닌 '권고'로 표현하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실내에서 마스크를 쓸 필요가 없어진 게 아니라, 마스크 착용은 여전히 유효한 방역 수칙이라는 뜻이다. 코로나19 유행이 상당 기간 오르락내리락할 가능성이 큰 만큼, 유행 추이를 보며 마스크를 스스로 잘 써야 한다. 마스크가 지난 3년간 생활필수품이었다면, 이제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언제든 꺼내 쓰는 '상비약'이 된 셈이다. 조동호 명지대 감염내과 교수는 "강제로 씌우던 마스크를 상황에 맞게 잘 쓰라는 것"이라며 "코로나19의 큰 파도가 올 가능성은 적지만 환자 수는 계속 늘었다 줄기를 반복할 것이기에 여전히 효용 가치가 높은 도구"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전처럼 KF94 등 여과율이 높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도 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인증 마스크 중 여과율이 높은 마스크가 좋지만, 이제는 자신에게 맞고 쓰기 편한 마스크라면 괜찮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오미크론 유행 이후 전파력이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아 이제는 마스크의 KF 레벨이 중요하지 않다"며 "여름철 KF 마스크가 쓰기 불편하다면 비말 차단 마스크를 착용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의료기관 종사자 등 확진자와 접촉할 가능성이 높은 사람은 KF94 마스크를 착용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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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