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배 압박해 받은 100억으로 전 경기지사 동생 빌딩 샀다

김만배, '이기성·나석규 내용증명' 압박받아…109억 원 전달
나석규, 부동산 구매대금 70억 원 사용…남경필 친동생 소유 건물 매입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를 압박해 100억 원을 받아낸 '대장동 일당'이 여권 정치인 일가의 부동산을 사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부동산 개발사업엔 남욱 변호사 소유 회사도 이름을 올렸다. 로비 자금 조성에 일조한 대장동 일당은 김씨에게 받아낸 돈으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에 연루된 KH그룹 관련 주식에도 수십억 원을 투자했다.


▲대장동 일당의 로비 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지목되는 토목업자 나석규씨가 매입한 경기 용인시 소재 빌딩.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수사팀은 위례·대장동 사업 분양대행업체 대표인 이기성씨와 토목업자 나석규씨 등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김만배씨로부터 나씨에게로 건너간 100억 원의 용처를 파악했다. 김씨는 2019년 4월 박영수 전 특별검사의 인척인 이씨에게 109억 원을 줬고, 이씨는 이 중 100억 원을 나씨에게 전했다. 김씨는 대장동 사업 인허가 로비 등 명목으로 42억여 원을 줬다는 내용이 담긴 '이기성·나석규 내용증명서'로 압박을 받다, 이들에게 돈을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나씨는 100억 원 사용처에 대해 검찰 조사에서 "부동산 구입대금으로 70억 원을 사용하고, 30억 원은 대양금속 주식 매입에 썼다"고 밝혔다. 그는 2019년 2월 경기 용인시에 있는 76억 원 상당의 건물을 사들이기로 계약했다. 매매 계약은 김만배씨가 돈을 건네기 전에 맺었지만, 잔금은 돈을 받은 뒤인 같은 해 6월 3일 치렀다. 김씨에게 돈을 받을 것을 미리 알고, 건물을 구입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등기부등본 등을 확인한 결과, 해당 건물의 원 소유주는 남경필 전 경기도지사의 친동생이었다. 다만 나씨는 계약 당시엔 이를 알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건물은 매입 3년여 만에 호가가 2배 정도 뛰었다.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는 "올해 초 135억 원에 매매될 뻔했지만 계약이 틀어졌다"고 전했다. 나씨는 빌딩을 오피스텔로 신축해 분양사업을 할 계획이었다고 한다.

2020년 작성된 오피스텔 사업 건축설계용역계약서상 건축주로는 남욱 변호사가 소유한 '엔에스제이홀딩스'가 적시됐다. 남 변호사는 2016년 이기성·나석규씨 등과 사전 모의를 통해 내용증명서 작성에 관여한 뒤 김씨에게 돈을 요구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김씨에게 돈을 받아낸 과정과 그 돈으로 진행된 부동산 개발사업까지 남 변호사가 당시엔 이들과 한 몸처럼 움직인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이씨가 나씨를 상대로 '나씨가 대장동 토목 사업권을 따내려 20억 원을 이씨에게 건넸다가 사업권을 얻지 못하자, 공갈·협박해 100억 원을 받아냈다'는 취지로 고소한 사건을 수사 중이다. 검찰도 대장동 일당 내용증명 작성 경위와 배당수익 자금 흐름을 살펴보고 있다.

나씨는 빌딩 구입 이외에 2019년 12월 KH그룹이 대양금속 인수를 위해 설립한 투자조합 지분 25만 주를 매입하는 데도 30억 원을 썼다. KH그룹은 이 대표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받는 쌍방울그룹 김성태 전 회장 소유의 착한이인베스트와 수십억 원대 거래를 하는 등 밀접한 관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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