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털어보라" 하지만… '방탄 정당' 이미지 우려



검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계좌 추적 등 강제 수사에 들어가며 이 대표는 물론 민주당의 대응 수위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검찰 의도에 대한 의구심에도 당 안팎에서는 "제1야당이 당대표 개인을 위한 방탄 정당이 되어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5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 공개 발언은 이 대표 엄호와 검찰 성토로 채워졌다.

그간 사법리스크 논란에 침묵한 채 민생을 강조해온 이 대표도 이날은 예외가 아니었다. 자신을 겨냥한 계좌 추적에 대해 "검찰이 수사를 해야지 쇼를 해서야 되겠느냐. 검찰의 창작 능력도 의심되지만 연기력도 형편없는 것 같다"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재산 신고도 명확하게 했고 출처도 분명하게 밝혔는데 이제 와서 그것이 마치 문제가 있는 것인 양 얘기하는 것은 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언제든지 털어보라"며 자신감도 보였다. 전날 최측근인 정진상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의 구속적부심 기각으로 이 대표가 유감 표명을 할 수 있다는 관측과 달리 '정면돌파'를 택한 모습이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내가 이 대표와 정치공동체다'라고 선언하는 지지층의 릴레이 캠페인을 홍보하며 "이 대표를 지키는 것이 당을 지키는 것이고 당원 권리를 지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임선숙 최고위원은 이 대표를 겨냥한 수사를 "대장동 일당을 회유해 야당 대표를 범죄자로 몰아가는 대국민 유죄 조작 가스라이팅(심리 조작)"이라고 힐난했다.

다만 친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에서 "성급하게 유감을 표시하는 것보다 상황이 정리되고 나서 검찰이 이 대표 본인을 피의자로 지목하고 수사할 때 적절하게 이야기하는 게 좋을 것"이라며 유감 표명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더불어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인 박찬대 최고위원이 25일 국회 대표실에서 열린 대장동 사업 구조 및 수익 배분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 '검찰독재 정치탄압' 대책위원회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대장동 사업 구조와 수익 배분에 대해 설명했다. 대책위 소속 박찬대 최고위원이 40분 이상 설명한 주된 내용은 대장동 사업으로 성남시가 얻은 이익(공익 환수분)은 검찰이 주장하는 1,882억 원이 아니라 5,500억 원이라는 것이었다. 지난 대선에서 이 대표가 주장했던 내용을 반복한 것이었다.


당 전체가 이 대표 주변 방어에 올인하는 모습에 불만과 우려도 커지고 있다. 김종민 의원은 전날 CBS 라디오에서 "윤석열 검찰의 정치적 목표는 이재명 제거가 아니라 민주당을 방탄 정당으로 만들어 민주당 전체의 신뢰도를 깨는 것"이라며 "(이 대표의) 사법 문제와 관련해서는 그 개인과 변호인이 철저하게 따지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성민 전 최고위원도 "당의 공적 자원과 공적 권력이 당대표 측근들의 결백을 주장하거나 설명하는 데 사용되는 것은 부적절하고 위험하다"고 평가했다.

이 대표와 주변 인사들의 엄호에 앞장섰던 김의겸 대변인이 '청담동 술자리' 의혹 제기 등 잇단 사실과 다른 발언에도 책임지지 않는 모습을 보이는 것에 대한 우려도 크다. 신경민 전 의원은 CBS 라디오에서 "대변인이 신뢰를 잃어버리면 정당이 신뢰를 잃어버리는 것"이라며 "대변인 정도는 물러나는 게 맞다"고 했다. 박지현 전 비상대책위원장도 전날 김 의원의 대변인직 사퇴를 주장하며 "이재명 대표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지도부도 과도한 '방탄 정당' 이미지를 의식하고 있다. 최근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와 관련한 대변인 논평이나 공보국 명의의 언론 공지를 자제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한 민주당 의원은 "그정도로 방탄 논란이 가라앉겠느냐"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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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