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기준금리 3%..전세시장 '빨간불', 역전세난 현실화

한 달 새 서울아파트 전세물량 24.2%↑
연말까지 금리인상 가능성..세입자 찾기 '별따기'
"전세시장 약세 지속, 역전세난 우려 확산"


한국은행이 3개월 만에 또다시 빅스텝을 단행하면서 기준금리가 10년 만에 3%로 올라섰다. 다음달 열릴 올해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추가 금리인상이 이뤄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주택시장 침체가 장기화할 거란 전망도 짙어진다.

17일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서울의 아파트 매매물량은 6만536가구, 전세는 4만4638가구 등이다.

한 달 전과 비교하면 매매(6만368가구)는 0.3% 소폭 증가했으나, 전세(3만5951가구)는 24.2% 크게 늘었다. 가파른 금리 인상 여파로 전세매물이 하루가 다르게 쌓여가는 모습이다.

전세물량은 서울 25개 자치구에서 모두 증가세를 보였다. 지역별로는 마포구의 전세물량이 52.7%(1280가구→1955가구)로 가장 많이 확대됐다. 이어 강서구가 34.2%(1333가구→1790가구), 금천구 34.1%(343가구→460가구), 영등포구 33.7%(1808가구→2418가구), 양천구 31.9%(1355가구→1788가구) 등 순으로 집계됐다.

앞서 12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연 2.50% 수준이던 기준금리를 또다시 0.5%포인트 인상했다. 기준금리가 3%대를 기록한 건 2012년 10월 이후 10년 만이다. 올해 4·5·7·8월에 이어 5차례 연속 금리인상에 나선 것도 한은 역사상 처음이다.

거래절벽 현상이 장기화하면서 매수자를 찾지 못한 집주인들이 매물을 회수해 전세로 돌리고 있지만 높아진 이자 부담으로 전세수요가 크게 꺾이면서 세입자를 들이지 못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서울의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81.7로 지난 6월 6일 95.0을 기록한 이후 줄곧 내림세를 이어오고 있다. 지난 2019년 7월 8일(81.6) 이후 3년 3개월 만에 가장 낮다.


전세수급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지수가 이보다 낮으면 수요 대비 공급이 많고, 100보다 지수가 높으면 그 반대를 의미한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임차인들의 갱신계약, 월세, 준전세 선호현상으로 전세매물이 쌓이는 반면, 추가 금리인상 우려로 신규 전세매물의 가격 하락이 계속되고 낙폭도 커지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연말까지 기준금리가 추가 인상될 경우 주택시장 수요자들의 움직임은 더 둔화될 수밖에 없다. 미국 노동부는 13일(현지시간)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1년 전보다 8.2% 올랐다고 밝혔다. 이는 전문가 예상치인 8.1%보다 높은 수준이다.

이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연말까지 계속해서 높은 수준의 금리 인상을 단행할 거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금융업계 안팎으론 인플레이션이 꺾이지 않으면 미 연준이 11월과 12월 모두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을 거란 전망이 적지 않다.

사실상 국내 추가금리 인상이 예고된 셈이다. 이에 따라 주택시장 침체 분위기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전세시장 약세가 지속되면 역전세난이 본격화할 거란 우려의 목소리가 커진다. 이미 비아파트를 중심으로 깡통전세 위험이 커진 가운데 아파트 시장으로 이 같은 시장 불안이 확산할 수 있단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전세를 끼고 주택을 매수한 갭투자자 등 집주인들이 계약 당시보다 전셋값이 더 떨어져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사례가 증가할 수 있다고 내다본다.

임병철 부동산R114 리서치팀 팀장은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거래절벽이 심화하고 집값 하방압력이 더 커지는 상황에서 저금리를 활용해 주택에 투자한 2030 세대들의 이자부담이 더 커질 것"이라며 "물가가 안정되고 금리인상 기조가 바뀔 때까지 하락 흐름이 계속될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또 다른 부동산 전문가는 "금융 비용 부담이 늘면서 임차인들이 반전세나 월세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어 집주인들은 집을 팔기도, 전세 세입자를 구하기도 힘든 상황"이라며 "특히 입주 물량이 대기 중인 지역을 중심으로 역전세난이 가시화돼 피해 보는 세입자들이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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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