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친일국방' 공격에 국힘 "한반도에 인공기 걸려도 되나"
과거 사례 언급하며 "노무현 때는 욱일기 함정 정박".. 정진석 '식민사관' 발언 논란도
"자기들 집권할 때는 욱일기를 단 함정을 항구에 정박까지 시켰다."
총공세였다. 국민의힘은 11일 오전부터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십자포화를 쏟아부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국정감사대책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향해 "현실 인식에 많이 문제가 있는 것 같다"라고 꼬집었다.
민주당은 독도로부터 180km가량 떨어진 공해상에서 한미일 3국이 합동훈련을 실시한 것을 두고 연일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일본 해상 자위대가 참여한 훈련이 독도 인근 해상에서 진행된 게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재명 민주당 대표까지 직접 나서서 '친일 국방'이라고 날을 세우고 있다.
그러자 국민의힘은 이를 적극 방어하는 한편, 최근 계속되는 북한발 안보 위협의 원인을 민주당에서 찾으며 역공을 꾀하고 있다. '친북 프레임' 전환인 셈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정진석 비대위원장의 '조선은 안에서 썩어 문드러져서 망했다. 일본은 조선과 전쟁을 한 적이 없다' 발언 등에는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반도에 인공기는 걸려도 되는 것인가?" 프레임 전환 시도
주호영 원내대표는 11일 "한미일이 공동으로 북한의 미사일 발사, 전투기 발진에 대응하는 것을 비판하고 안보를 해치기 위한 회의라면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라며 민주당이 긴급안보대책회의까지 열며 대응에 나서는 데 반발했다. "안보 회의를 열면 북한의 도발이나 핵실험, 핵미사일 발사, 공군전투기 120대 발진 등을 논의하는 회의가 돼야 한다"라며 "우리가 준비하는, 안보를 해치는 안보회의라는 게 납득이 안 된다"라는 주장이었다.
주 원내대표는 "김대중·노무현·문재인 대통령 때 '북한은 핵무기를 만들 능력도 의사도 없고, 대한민국에 쏘지 않겠다'고 했는데 전부 사실과 다른 것으로 밝혀졌다"라며 "사과하고 대책을 논의해도 부족할 판"이라고 과거 정부의 대북 정책 기조를 비판했다.
특히 "우리 옛말에 '길이 아니면 가지 말고 말이 아니면 듣지 말라'고 했다"라며, 이재명 대표가 욱일기 등을 언급한 것을 두고 "자기들이 집권할 때 욱일기를 단 함정을 항구에 정박까지 시켰다. 이제 와서 저런 얘기한다는 것은 몰라도 너무 모르는 것"이라고도 꼬집었다.
이날 회의 공개발언에서도 다수의 의원들이 적극적으로 발언에 나섰다. 성일종 정책위원회 의장은 이재명 대표를 향해 "한반도에 인공기는 걸려도 되는 것인가?"라며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은 김정은에 대한 경고나 비판은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있다. 그렇게 국방 걱정하시는 분들이 핵실험은 꿈도 꾸지 말라는 말 한마디를 왜 못 하느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지금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극단적인 친일이 아니라 극단적인 친북 아닌가?"라며 "동해에서 훈련하면 일본 자위대가 정식 군대가 되고, 남해에서 훈련하면 정식 군대가 안 되나? 제1야당 대표가 이런 해괴한 논리로 말해도 되는 것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이어 "노무현 정부 때인 2007년에도 욱일기를 건 일본 자위대 전투함이 인천항에 입항했었고, 이번 한미일 연합 훈련은 문재인 정권 때 합의한 내용"이라면서 "노무현, 문재인 전 대통령님들께 하실 말씀인데 번짓수를 잘못 짚은 것 아닌가?"라고도 덧붙였다.
송언석 원내수석부대표 역시 "결국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가 '극단적 친일주의'라고 하는 자백선언인가?"라며 "특히 문재인 정부가 중국에 가서 10끼 중 8끼는 (대통령이) '혼밥'을 하고, 우리 기자들이 중국 공안에 폭행당한 걸 애써 외면한 건 '극단적 친중 사대주의'를 했기 때문인 것인가?"라고 비난했다.
군인 출신인 신원식 의원은 과거에도 한국과 일본이 동해에서 함께 훈련한 사례가 있다고 지적했고, 이태규 의원은 "1980년대 NL 운동권 사고방식에 기반한 선전선동"이라고까지 표현했다.
정진석 "일본, 조선왕조와 전쟁한 적 없다... 조선은 안에서부터 망해"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페이스북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11일 오전 "욱일기를 단 일본군이 이 땅에 진주한다고?"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이재명 대표의 발언을 "협박"으로 규정했다. "이재명의 일본군 한국 주둔설은 문재인의 '김정은 비핵화 약속론'에 이어 대한민국의 안보를 망치는 양대 망언이자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일본이 오늘부터 무비자 관광객 입국을 전면 허용한다"라며 "일본 간사이 공항을 통해 오사카로 들어가는 우리 젊은이들이 '일본과 해상 훈련을 하면 욱일기를 단 일본군이 우리 땅에 진주한다. 구한말 같은 상황이 일어난다'는 주장에 과연 공감할까?"라고 꼬집었다. 이어 "경박한 역사 인식으로 국민을 현혹시키지 말았으면 한다"라며 "대한민국이 주권을 내려놓는 상황이 아니라면 일본군의 한국 주둔은 허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런데 그는 이 과정에서 "조선은 왜 망했을까? 일본군의 침략으로 망한 걸까?"라며 "조선은 안에서 썩어 문드러졌고, 그래서 망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일본은 조선왕조와 전쟁을 한 적이 없다"라며 "조선 왕조는 무능하고 무지했다. 백성의 고혈을 마지막 한 방울까지 짜내다가 망했다"라고도 강조했다.
그는 "일본은 국운을 걸고 청나라와 러시아를 무력으로 제압했고, 쓰러져가는 조선 왕조를 집어삼켰다"라며 "조선은 자신을 지킬 힘이 없었다. 구한말의 사정은 그러했다"라고도 짚었다.
이를 두고 조선 왕조가 자체적으로 발전할 능력이 없었고, 일본의 침략이 아니라 스스로 망했다는 역사 인식은 일종의 식민사관 아니냐는 비판이 야권에서 나오고 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11일 안보대책회의에서 "(정진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일제가 조선침략의 명분으로 삼은 식민사관을 드러냈다"라며 "귀를 의심케 하는 천박한 역사인식이며, 여당 대표 중 역대급 망언"이라고 힐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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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