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때리며 尹 돕는다..김건희 겨누던 '독고다이' 홍준표 왜
홍준표 대구시장의 정치 인생을 묘사할 때 흔히 쓰이는 말이 ‘독고다이’다. 다른 사람과 안 어울리고 혼자서만 움직인다는 의미의 일본어 은어다. 썩 좋은 뉘앙스는 아닐수도 있지만 홍 시장은 ‘독고다이’라는 표현에 나름 자부심이 있다. 홍 시장은 지난 6월 27일 페이스북에 “적진을 단독으로 휘젓는 일당백 하는 용사를 독고다이라고 한다. 그런 측면에서 독고다이는 좋은 말인데도 그걸 잘못 이해해서 부정적으로만 사용하는 것은 참 유감”이라고 적기도 했다.
그런데 홍 시장은 최근 독고다이와는 거리가 있는 메시지를 자주 내고 있다. 지난해 국민의힘 대선 경선 당시 후보 자리를 놓고 경쟁했던 윤석열 대통령이 요즘 정치적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그를 돕는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는 것이다.
홍 시장은 지난 1일 페이스북에 “요즘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박근혜 탄핵’ 전야 같이, 우리 내부를 흔드는 탄핵 때 같은 세력이 또 있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까”라며 “개혁적이지도 않은 사람들이 입으로만 내세우는 개혁 보수 타령 이제 그만 하라”고 적었다. ‘비속어 논란’이 벌어지자 윤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는 유승민 전 의원을 겨냥한 비판이었다. 홍 시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민주당과 합작해 끌어내린 것이 과연 옳았을까. 내부 분탕질로 탄핵 사태까지 가고, 보수의 궤멸을 가져온 것은 어떻게 바라봐야 하냐”며 ‘탄핵 원죄론’을 다시 꺼내기도 했다.
‘당원권 정지 6개월’의 중징계 처분을 받은 이준석 전 대표가 윤 대통령 등을 향해 ‘양두구육(羊頭狗肉)’과 같은 표현을 썼다는 이유로 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추가 징계를 시도하려 할 때도 홍 시장은 당내 주류와 비슷한 입장을 취했다. 지난달 19일 페이스북에 “표현의 자유라고 하더라도 그 내재적 한계를 넘어서면 해당행위를 이유로 징계 제명된 전례도 있고, 그 제명의 합법성과 정당성을 인정한 법원의 판례도 있다”며 이 전 대표를 직격했다. 첫 징계 이후 공개 활동을 자제하던 이 전 대표가 지난 8월 13일 기자회견을 통해 다시 포문을 연 직후에도 홍 시장은 “더이상 이준석 신드롬은 없다. 당랑거철(螳螂拒轍·무모한 행동)에 불과하다”(8월 15일)고 적었다.
홍 시장이 윤 대통령이나 대통령실을 무조건 감싸는 건 아니다. 홍 시장은 윤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나 윤핵관 문제,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 등에 관해선 비판적 입장을 취했다. 김 여사를 둘러싼 공방이 이어지던 지난 7월 21일 윤 대통령을 향해 “부디 주변을 잘 살피시고 친인척 관리를 위해 특별감찰관도 조속히 임명하시라. 한국 대통령의 몰락은 언제나 측근 발호와 친인척 발호에서 비롯된다”고 적은 게 대표적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유승민 전 의원이 윤 대통령을 공격할 때마다 곧바로 홍 시장이 나서 유 전 의원을 비판한다는 점이다. 이준석 전 대표가 중징계를 받은 직후인 지난 7월 9일 “윤리위나 윤핵관을 보면 조폭 같다”고 힐난했던 유 전 의원은 같은 달 16일엔 “‘도로 새누리당’, 이명박·박근혜 대통령 시절로 돌아가면 당이 망하는 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하루 뒤인 지난 7월 17일 홍 시장은 “또 개혁적 보수 내세워 박근혜 정권 데자뷔 만들려고 하나? 또다시 개혁적 보수 내세우며 틈새를 비집고 들어오는 사람들은 도대체 적군인가, 아군인가”라고 적었다. 다음 날에는 “윤석열 정부 들어오자마자 연탄가스 정치하는 사람들에게는 무슨 말이 적절할까”라며 ‘연탄가스론’을 폈다. 홍 시장이 같은 TK(대구·경북) 출신인 유 전 의원을 의식한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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洪, 김건희 여사-윤핵관엔 비판적 입장…TK 의원 “전략적 발언으로 보여”
여권에선 홍 시장의 이런 모습을 전략적 관점에서 해석하고 있다. 홍 시장은 대선 경선 때 국민 여론조사에서 10%포인트 이상 이겼지만 당원 선거인단 투표에서 22%포인트 넘게 패해 윤 대통령에게 최종 후보 자리를 내줬다. 대구시장으로 “하방(下放)”한 이유도 “여권 핵심 지지층이 밀집한 대구·경북(TK) 지역 당심을 얻어 차기 대선에서 디딤돌을 삼으려 한다”는 해석이 유력하다. 국민의힘의 한 당직자는 “홍 시장이 윤 대통령에 대해 개인 감정은 복잡하겠지만, 어쨌든 윤 대통령과 적당히 우호 관계를 유지하는 게 TK 맹주를 차지하는데 유리하다고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TK 지역구 의원들의 분석도 비슷하다. A 의원은 “홍 시장이 지극히 정치적으로 발언하는 것 같다”며 “대통령과 궤를 맞추려는 큰 기조는 있지만 어떤 사안이냐에 따라 약간씩 입장 변화가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B 의원은 “홍 시장을 따르는 사람들은 중앙 정치 문제에 적극 발언하는 걸 좋게 본다”면서도 “또 어떤 분들은 홍 시장을 유승민 전 의원이나 이준석 전 대표와 마찬가지로 보기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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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