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방어' 나선 정부] '달러 영끌' 尹정부, 조선사 선물환 매입.. 80억달러 공급 효과
수출업체 '선물환 매도' 수요 흡수
한은·국민연금 달러 스와프 계약
보험사 보유 외화채권 활용 조달
한·미 통화스와프 안돼 임시방편
정부가 달러 유동성 확보에 전력투구하고 있는 것은 이대로 손 놓고 있다간 자칫 경제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에서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정부는 "원화 가치 급락(원·달러 환율 급등)의 원인은 미 달러화 강세에 의한 것이지 한국 경제에 문제가 있어서 그런 건 아니다"라는 게 공식 입장이다. 하지만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기준금리 인상이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되고, '킹달러' 현상도 그때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달러 유출에 따른 외화 유동성 확보엔 사실상 비상이 걸린 상태다.
정부가 달러 유동성 확보를 위해 동원하고 있는 수단은 △국책은행과 외국환평형기금(외평기금)을 동원한 선물환 매입 △해외 금융자산(대외금융자산)의 국내 환류 유도 △한은과 국민연금 간 달러 스와프 계약 체결 △보험회사가 보유한 외화 채권을 활용한 달러 확보 등이다.
먼저 외환당국은 조선사 등 수출업체의 선물환 매도를 돕는 방안을 추진한다. 추경호 부총리는 "(환율 안정을 위해 조성된) 외평기금으로 선물환을 직접 매입해 달러 수요를 흡수하겠다"고 밝혔다. 선물환 매도는 수출업체가 환율변동을 피하기 위해 미리 약속한 환율로 은행에 달러를 파는 거래다. 조선사의 경우 수주대금을 장기간에 걸쳐 수령하다 보니, 통상 계약시점에 은행에 선물환을 매도한다. 은행들은 선물환을 매입하면 환율 변동에 따른 리스크가 생긴다. 이 때문에 선물환 매입과 함께 해당 금액 만큼의 달러를 사들여 환헤지에 나선다. 현재 시점에선 달러 수요가 늘어나 환율 상승 요인이 생기는 셈이다. 정부는 연말까지 약 80억달러 규모의 조선사 선물환 매도 물량이 외환시장에 큰 영향을 주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중이다. 시중은행과 국책은행인 수출입은행의 선물환 거래한도를 늘리고, 부족하면 외평기금도 동원할 방침이다.
정부는 민간의 해외 금융투자자산을 국내로 되돌리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민간기업과 금융사, 개인들이 해외에 보유한 자금을 국내로 갖고 들어오거나, 외국계 기업이 국내에 투자할 때 금융·세제혜택을 주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2분기 기준 한국의 순대외금융자산은 7441억달러다.
8월 말 기준 외환보유액(4364억달러)의 2배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만 해도 대규모 적자였지만 2014년 3분기 말 기준 흑자(128억 달러)로 돌아선 이후 8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60배 가까이 늘었다. 이른바 '서학개미'로 대표되는 해외투자 바람을 타고 우리 국민의 해외 금융투자는 점차 우상향 곡선을 그리는 분위기다.
국민연금과 외환당국간 스와프 체결도 달러 수급 대책의 일환이다. 국민연금이 한국은행과 내달 100억달러(약 14조원) 규모의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한다. 국민연금과 한은이 통화스와프를 맺는 것은 지난 2008년 스와프 종료 이후 14년 만이다. 통화스와프 계약에 따라 국민연금은 한국은행에 원화를 제공하고, 외환보유액을 활용해 달러로 해외 투자에 나설 수 있게 된다. 국민연금은 국내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조달하는 대신 한은 보유 달러를 활용하도록 함으로써 환율 상승을 막겠다는 것이다. 추 부총리는 "국민연금이 해외 투자를 위해 국내에서 달러를 많이 조달하는데, 이는 시장의 수급요인을 악화시켜 환율을 뛰게 만드는 요인"이라며 "외환당국이 국민연금에게 외화를 공급하고자 스와프를 체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험사 등 금융사가 보유한 외화 채권을 활용해 국내 외환시장에 달러화 공급을 늘리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보험사 등 국내 금융사가 보유하고 있는 외화증권을 활용해 국내 은행이 보다 쉽게 해외에서 외화를 조달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29일 비조치의견서를 발급키로 했다. 비조치 의견서란 금융당국이 경제주체의 특정 행위에 대해 제재 등의 조처를 할지에 관한 의사를 사전에 확인해주는 문서다. 금감원의 이번 조치에 따라 국내 은행은 국내 보험사로부터 외화증권을 빌린 뒤 해외 시장에서 이를 담보로 달러를 조달(환매조건부채권 매도)할 수 있게 된다. 국내 주요 금융사가 보유하고 있는 미 국채와 국제기구 채권 등의 규모는 6월 말 현재 약 312억달러(은행 보유분 156억달러 포함) 규모다.
◇한·미 통화스와프는 물 건너가= 다만 정부는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에는 소극적인 모습이다. 곁으로는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이 충분하다는 이유를 들고 있지만 실제로는 미국측이 별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외환보유액은 꾸준히 줄고 있다. 지난 3월부터 6월까지 4개월 연속 감소하다가 7월 반등했으나, 8월 들어서는 다시 줄어들었다. 원화 가치 안정을 위해 외환시장에서 보유 달러를 매각한 영향 등이다. 외환보유액이 줄면 국제 금융시장에서 우리 정부의 신인도가 떨어져 원화 가치에는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킹달러' 현상이 심화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당분간 지속될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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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