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비속어 논란, 與 강공 전환.."가짜뉴스" 반격 시작됐다

최고의 수비는 공격이라는 판단이 선 것일까. 국민의힘은 25일 윤석열 대통령의 영국·미국·캐나다 순방 과정에서 불거진 비속어 논란을 ‘가짜뉴스’라고 규정하며 일제히 반격에 나섰다. 논란 초기 언급을 자제하거나 “국익을 생각해달라”며 다소 수세적 입장을 보였지만, 주말을 기점으로 강공으로 전환했다.



국민의힘은 25일 윤 대통령의 해외 순방 당시 '비속어 논란'에 대해 "가짜뉴스"라고 주장하며 반격에 나섰다. 사진은 윤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뉴욕대(NYU) 키멜 센터에서 열린 디지털 비전 포럼에서 연설하는 모습.


이날 권성동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2008년 광우병 사태를 언급하며 MBC를 저격했다. 권 의원은 “광우병 조작 선동 당시 MBC는 명백한 거짓말로 나라를 뒤집어 놨다”며 “야당과 좌파 언론이 이번 윤 대통령 순방을 제2의 광우병 조작 선동의 기회로 이용하고자 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박진 외교부 장관이 ‘야당을 잘 설득해 예산을 통과시키겠다’고 했는데 이 부분은 보도하지 않았다”며 “애초에 ‘미국’이나 ‘바이든’을 자막으로 쓸 이유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앞서 MBC는 윤 대통령 발언을 두고 22일 “(미국)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라는 자막을 달았다. 대통령실은 약 14시간 뒤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이고, 국회 역시 미국 국회가 아닌 한국 야당을 지칭한 것이라는 취지로 반박했는데, 권 의원이 대통령실 해명에 거듭 힘을 실었다.

나경원 전 의원도 같은 날 “MBC는 의도된 왜곡, 조작에 따른 국익훼손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친윤계 박수영 의원 역시 “신뢰성 떨어지는 모 방송사가 나쁜 정치적 의도로 ‘이 XX’, ‘바이든’을 집어넣었다”며 “비과학적 자세를 보인 이들은 아직까지 어떤 우를 범했는지 애써 무시하고 있다”고 거들었다.

당권 주자인 김기현 의원도 마찬가지였다. 김 의원은 24일 “조작된 광우병 사태를 다시 획책하려는 무리가 스멀스멀 나타나고 있다”며 “정파적 이익에만 몰두해 가짜뉴스를 확대 재생산하는 작태가 치졸한 파파라치 같다”고 비난했다.


전날 밤 “불의를 방관하는 것은 불의”라며 순방 논란을 저격하는 듯한 글을 올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향해서도 여당 의원들은 일제 공격에 나섰다. 권 의원은 “이 대표님 정계 은퇴 선언입니까?”라고 비꼬았고, 김 의원은 “이 대표의 불의를 철저히 수사해 심판하는 것이 윤 정부의 역사적 숙명”이라고 맞불을 놨다.

이외에도 여당은 북한의 동해 상 탄도 미사일 발사를 고리로 “문재인 정권의 대북 정책은 외교 참사를 넘어서는 외교 농락”(25일 박정하 수석대변인)이라고 전 정권 문제를 부각하거나, 이재명 대표의 ‘형수 욕설’ 논란을 상기시키며 “이게 진짜 욕설”(24일 조수진 의원)이라며 전방위적인 반격을 시도했다.

이날 대통령실은 순방 논란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지만,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가짜뉴스’를 언급했다. 김 실장은 서울 종로구 총리 공관에서 열린 제4차 고위당정협의회 모두 발언에서 “경제가 어려워지면 꼭 나타나는 현상이 있는데 첫째로 경제 범죄가 늘고, 둘째는 가짜뉴스가 급증했다”며 “가짜뉴스는 국민을 분열시키고 정부 신뢰도를 떨어뜨려서 가뜩이나 어려운 민생을 더 힘들게 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비속어 논란 관련 보도나 야당 공세를 에둘러 비판한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여권이 대대적인 반격에 나선 것은 28일 비대위 효력정지 가처분 심문, 10월 국감 등을 앞두고 더는 밀리면 안 된다는 위기감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당 관계자는 “가뜩이나 민주당이 ‘김건희 특검법’ 강행 등을 예고하고 있는 와중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면 정기국회 내내 뒷걸음질할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고 설명했다.

일단 ‘집토끼’부터 사수하려는 전략이라는 분석도 있다. TK(대구·경북) 지역 의원은 “이미 돌발상황이 터진 상황에서 지지층부터 다독여 무너진 진열부터 정비하는 게 최선의 수”라고 말했다.

하지만 여당의 ‘가짜뉴스’ 반격을 두고 당 일각에서는 “중도층의 공감을 얻지 못하는 자충수”라거나 “문재인 정부 시절 민주당의 언론 탓이 연상된다”는 우려도 나온다. 수도권 지역 의원은 “차라리 초기에 깔끔하게 사과하고 털고 가야 했는데, 진실게임 양상으로 번지면서 논란이 더 커졌다”고 지적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막말보다 더 나쁜 게 거짓말”이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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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