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말인데 하나도 안 들려, 자막 없어?" 60대 아버지 '넷플릭스'만 보는 이유
#. 직장인 A씨(30)는 지난 추석 고향에 내려갔다가 깜짝 놀랐다. IPTV로 한국 영화를 보던 60대 아버지가 “넷플릭스처럼 자막 나오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묻더니 “한국말인데도 하나도 안 들린다. 그냥 넷플릭스에 있는 영화 보자”고 말한 것. A씨는 “몇 년 전만해도 넷플릭스가 무엇인지 묻던 아버지가 자막 하나로 ‘충성 이용자’가 됐다”고 말했다.
넷플릭스에서 시작된 ‘한글 자막’이 인기다. 똑같은 콘텐츠가 여러 OTT에 올라와 있어도 자막을 보기 위해 넷플릭스만 고집하는 시청자도 많다. 시청자들의 요구에 토종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는 물론 유료 방송 업계까지 한글 자막이 확대되고 있다. 청각 장애인 시청권 보장을 위해 시작된 서비스가 비장애인도 즐기는 인기 기능으로 자리잡고 있다.
대사에 ‘소리’까지 나오는 넷플릭스
현재 넷플릭스는 한국에 제공 중인 콘텐츠 대부분에 폐쇄 자막(CC·Closd Caption)을 제공하고 있다. 폐쇄 자막이란 단순히 음성 대사를 텍스트로 옮기는 것이 아니라 배경 음악, 주변 소음 등 콘텐츠 시청에 필요한 정보를 자막으로 전달하는 것을 말한다. 실제 넷플릭스 콘텐츠를 시청하면 ‘바람이 분다’, ‘슬픈 음악’과 같은 지문과 배역 이름 등이 자세하게 나타난다.
넷플릭스는 2010년부터 폐쇄 자막 서비스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같은해 미국 의회에서 시·청각 장애인의 콘텐츠 접근권 보장을 위한 법률 ‘21세기 통신 및 비디오 접근성법(CVAA)’가 통과되서다. 2016년에는 시각장애인협회와 협약을 맺고 인기 콘텐츠에 ‘음성 해설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한국어 폐쇄 자막지원은 2018년부터 시작했다.
토종 OTT도 대폭 확대…올레tv 유료 방송 최초 지원
국내 콘텐츠 플랫폼도 폐쇄 자막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티빙은 지난 15일 오리지널 콘텐츠 중심으로 제공되던 폐쇄 자막을 CJ ENM, JTBC 등 인기 콘텐츠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총 84개 콘텐츠 1200여편의 에피소드에 지원된다.
웨이브의 경우 현재 34개 오리지널 콘텐츠에 폐쇄 자막을 제공하고 있다. 웨이브는 번역 및 자막 제작 비용, 과정 효율화를 위한 기술을 개발 중이다. 인공지능(AI) 전문 기업 트위그팜, 글로벌 기계 번역 전문 기업 시스트란 등 5개 기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2024년 개발 완료를 목표로 ▷콘텐츠 전용 한국어 음성인식기 ▷장르별 문맥 기반 기계 번역기 ▷클라우드 자막 편집 도구 등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OTT 업계에서 시작된 바람은 유료방송 업계까지 번졌다. KT 올레tv는 지난 3월부터 유료방송 업계 최초로 자막을 직접 제작하기 시작했다. 기존에는 콘텐츠 공급사로부터 받은 일부 배리어 프리(Barrier free) 콘텐츠에만 한글 자막을 제공했다. 인기 순위 상위 한국 영화·드라마 200여편을 시작으로 연말까지 2300편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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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