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후폭풍' 휩쓸린 與..비대위, 16일 닻 올리자마자 17일 '법정다툼'
"개고기 망언" vs "먼저 온 미래" 내홍 절정..여권 권력투쟁 '진통' 계속
김미애 "절대 해선 안 될 망언"..김병욱 "李, 여의도에 먼저 온 미래" 분분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에 '전면전'을 선언하면서 당 내홍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주호영 비대위원장은 16일 비대위를 공식 출범할 예정이지만, 당 안팎 찬반을 둘러싼 여론전이 펼쳐진 데다 법정 다툼까지 남아 있어 극심한 진통이 불가피해 보인다.
14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주 위원장은 광복절 연휴 기간 비대위원 인선안을 마무리하고 16일 상임전국위원회를 열어 비대위를 공식 출범할 예정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100일을 맞는 17일 전까지 당의 '비상상황'을 수습한다는 로드맵이다.
하지만 당내 상황은 정반대로 전개되는 분위기다. 이준석 대표는 전날(13일) 기자회견을 열어 윤석열 대통령과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을 공개 비판하는 '폭탄 발언'을 쏟아내면서 수습되는듯했던 집안싸움을 재점화했다.
이 대표는 1시간에 걸친 기자회견에서 격앙된 표정으로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 국민의힘을 넘어서 이제 조직에 충성하는 국민의힘도 불태워버려야 한다", "이 당은 죽어가고 있는 것이고, 죽은 당에 총선에서 표를 줄 국민은 없다" 등 날 선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권성동 원내대표와 장제원·이철규 의원을 윤핵관으로, 정진석 국회부의장과 김정재·박수영 의원을 '윤핵관 호소인'으로 거명하면서 "호가호위하는 윤핵관들과 끝까지 싸우겠다"고 결사 항전의 뜻을 분명히 했다. 또 윤 대통령을 향해서는 "(대선 기간) 한쪽으로는 저에 대해서 이XX, 저XX 하는 사람"이라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이 대표의 '폭탄 회견'을 놓고 당내 여론은 두 쪽으로 갈라졌다.
'윤핵관'으로 지목당한 이철규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오로지 남 탓과 거짓말만 했다"면서 "이준석은 아주 사악한 사람"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 의원은 뉴스1과의 통화에서 이 대표가 윤핵관들이 차기 총선에서 험지 출마를 요구한 것에 대해 "이 대표가 달나라나 화성으로 가면 나도 호남 출마를 고려해보겠다"고 응수하기도 했다.
이 대표의 '양두구육'(羊頭狗肉·양의 머리를 걸어 놓고 개고기를 판다) 발언도 도마에 올랐다. 이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지난 대선 때 윤석열 당시 대선 후보와 윤핵관들과 갈등을 빚었던 과정을 언급하면서 "돌이켜 보면 양의 머리를 흔들면서 개고기를 가장 열심히 팔았고 가장 잘 팔았던 사람은 바로 저였다"고 했다.
차기 당권 주자이자 전임 원내대표였던 김기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지난 대선 때 저는 개고기를 판 적도 없고 양의 얼굴 탈을 쓰지도 않았다"며 "저는 사람의 머리로써 사람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을 뿐"이라고 이 대표의 발언을 정면 반박했다.
비대위원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김미애 의원은 "당대표였던 분의 입에서 자당 대통령 후보를 개고기에 빗대는 건 결코 해서는 안 될 망언"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준석 전 대표님, 누구의 잘못이 아니라 본인의 일로 윤리위 징계가 있었다"며 "왜 그에 대한 말씀은 없으신가"라고 꼬집었다.
나경원 전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대표는 더 이상 청년 정치인이 아니라 노회한 정치꾼의 길을 가고 있음을 확신했다"며 "더 이상 눈물팔이로 본인의 정치사법적 위기를 극복하려 하지 말고, 여권에 분란을 만들지 말아달라"고 혹평했다.
이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도대체 다들 뭐에 씐 것인지 모르겠다. 일부에서 대응이랍시고 폭로 프레임이라도 잡으려고 하는 것 같은데, 어제 제가 밝힌 사실관계는 '나는 대통령에게 독대를 통해 이러이러한 정책을 제안한 적이 있다'이다"라고 반박했다.
그는 "당대표가 대통령에게 정책제안을 했다고 밝히는 게 폭로인가"라고 반문하면서 "기껏 하루 자고 일어나서 고심 끝에 한다는 대응이 이런 식이면 사태는 해결되지 않는다"고 했다.
반면 '친이준석' 성향의 당내 의원들은 엄호 사격에 나섰다. 김웅 의원은 전날 페이스에 "한 줄 평, '그럼에도 우리는 전진할 것이다.' 자랑스럽고 짠한 국민의힘 우리 대표"라고 적었다. 김병욱 의원은 "권위주의적 권력 구조에 기생하는 여의도 기성 정치권을 정밀폭격했다"며 이 대표의 기자회견을 옹호했다.
김 의원은 이 대표를 '여의도에 먼저 온 미래'라고 표현하면서 "여의도 정치를 사람도 조직도 아닌 자유, 민주주의, 인권 등 가치에 충성하는 정치로 탈바꿈시켜야 한다는 절규가 국민들에게 큰 울림으로 전달될 것"이라고 했다.
권은희 의원은 이 대표가 비대위 출범에 반발해 법원에 제기한 '효력정지 가처분'에 공개 지지를 표명했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에 "정당이 약자와 청년을 보듬기 위해서는 과정이 정의롭지 못하면 결과는 불공정하다는 상식의 목소리에 따라 운영돼야 한다"며 "이번 가처분 결정이 그 첫 단추가 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정치권은 오는 17일 법원의 첫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심리가 여권 권력 지형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가처분이 인용될 경우 비대위 출범에 급제동이 걸리면서 여권은 대혼돈에 빠져들 가능성이 크다.
법원이 가처분을 기각하더라도 '후폭풍'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가 장외에서 '여론전'을 이어갈 경우 당내 혼란 양상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 대표가 신당 창당에 나설 경우 국민의힘 지지층이 썰물처럼 빠져나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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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