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맛바람에 짐 싸는 공인중개사들
집값 민감한 서울, 신도시 들어선 경기권 폐업 급증
부녀회 담합 입김에 압박 스트레스받아
집값 하락세 보이자 정부 단속 거의 이뤄지지 않아
지난달 경기도 동탄, 안산, 인천 등에 위치한 부동산중개업소 여러 곳이 동시다발적으로 영업을 중단했다.이들 모두 부동산시장 침체로 인한 실적 악화가 폐업의 주된 이유였다. 여기에 인근 아파트 단지 부녀회 등이 수시로 찾아와 일정 금액 이하의 매매를 진행하지 못하게 하는 것에 따른 압박 스트레스도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신도시 및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배후에 둔 공인중개사들이 짐을 싸고 있다. 특히 집값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서울과 신도시가 많이 조성된 경기권 그리고 최근 몇 년간 공급이 많았던 지방 대도시 등에서 부동산중개소의 폐업 현상이 도드라지게 나타나고 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의 '2022년 개업공인중개사 개업, 폐업, 휴업 현황'에 따르면 6월 한 달 동안 전국 부동산중개업소는 개업 1249건, 폐업 1148건, 휴업 81건으로 집계됐다. 폐업은 지난 5월(727건) 대비 57.9%나 늘어나 올들어 처음으로 1000건을 넘어섰다.
지역별로는 서울(314곳), 경기(341곳), 부산(81곳), 대구(65곳), 인천(82곳) 등에서의 폐업이 많았다. 이들 지역은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거래절벽으로 거래가 거의 없는 상황이지만, 거래가 될 만한 급매 물건을 찾기 어렵다는 공통점이 있다.
일각에서는 급매 거래 단절에 대해 단지 내 부녀회의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비슷한 자산 가치로 평가받는 아파트의 특성상 한두 건의 거래가 단지 전체 시세로 평가되는 만큼 부녀회를 중심으로 한 가격하락 방어 입김이 부동산중개업소로 향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06년과 2012년 부동산시장 하락 시기보다 더 음성적이고 체계적인 부녀회의 움직임이 부동산중개업소를 압박하고 있다. 과거에는 현수막이나 엘리베이터 안내문, 인터넷 카페 등을 통해 입주민을 대상으로 한 집값 담합 움직임이 주를 이뤘지만, 2020년부터 정부가 대대적인 집값 담합행위에 대한 단속을 시작하면서 부녀회의 담합 창구가 부동산중개소로 옮겨갔다.
가령 일부 지역에서는 단지별 부녀회에서 일대 부동산중개업소의 매물 및 시세 파악 등을 정기적으로 실시해 일정 금액 이하로는 거래 알선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식이다.
부동산중개업소에서는 이들 부녀회 입김을 무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급매로 나온 물건을 중개했다가 지역사회에서 매장된다는 이유에서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최근 부동산시장이 침체되면서 부동산중개소를 대상으로 한 부녀회 및 지역 커뮤니티의 담합 압박 사례가 급증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많은 공인중개사가 이로 인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폐업과 휴업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2020년 정부가 집값 급등을 부추기는 가격 담합 행위 단속에 나서면서 이 같은 행위가 다소 수그러들었지만, 최근 집값이 하락세를 보이자 정부의 조사와 단속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도 넘은 부녀회 등의 담합 압박으로 인해 공인중개사들이 생존권에 대한 위기감을 느끼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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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