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성남시, 백현동 사업 고의 불참..개발이익 3142억 민간 몰아줘
"아파트 임대→일반분양 전환 시장 결재로 확정"
당시 성남시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재명 "박근혜 정부가 특혜강요죄"
감사원이 22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성남시장으로 재직할 때 발생한 ‘백현동 아파트 개발 특혜 의혹’에 대해,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사업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민간 사업자가 3000억원이 넘는 모든 개발이익을 가져가게 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감사원은 이날 발표한 성남시의 ‘백현동(한국식품연구원 부지) 개발 특혜의혹 관련 공익감사청구’ 감사 보고서에서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지난 14일 감사위원회를 열고 백현동 의혹 감사 건을 의결했다. 성남시민 320여명이 지난해 5월 공익 감사 청구를 한 지 1년 2개월 만이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백현동에는 한국식품연구원이 있던 부지 11만1265㎡에 아파트 15개동 1223가구가 들어섰다. 한국식품연구원은 전북 완주군으로 이전하면서 2015년 2월 부동산개발회사인 아시아디벨로퍼 등에 매각됐다. 아파트를 짓는 과정에서 토지 용도가 자연녹지지역에서 준주거지역으로 한 번에 4단계 상향돼 특혜 논란이 일었다.
이 사업 시행사가 이재명 의원 선대본부장 출신 인사를 영입한 직후 용도 상향이 이뤄져 의혹이 확산됐다. 또 아파트를 지으면서 높이 50m, 길이 300m에 달하는 거대 옹벽을 만든 것도 논란이 됐다.
◇성남시, 처음과 달리 사업 불참해 이익 전부 민간이 가져가
감사원은 먼저 성남도시개발공사가 백현동 개발 사업에 참여하지 않은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성남시는 2015년 3월 한국식품연구원이 해당 부지 용도를 자연녹지지역에서 준주거지역으로 변경해달라는 제안을 수용하면서, 성남도시개발공사의 사업 참여를 행정절차 이행조건으로 걸었다.
그런데 성남시는 도시관리계획 변경 등을 추진하면서, 성남도시개발공사의 참여 조건을 ‘필요 없다’며 임의로 누락하거나, 성남도시개발공사에 확인하지 않은 채 ‘사업참여 의사가 없다’고 간주했다. 성남도시개발공사 역시 임원들이 ‘동향만 파악하라’며 사업 참여를 소극적으로 지시했고, 2016년 7월 사업참여를 검토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 결과 민간사업자가 3142억원에 달하는 모든 개발이익을 가져가게 됐다.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이 사업에 10%의 지분으로 참여했다면 314억원의 배당이익을 얻을 수 있었다. 감사원은 “공공에 환수될 이익을 잃어버리는 결과를 낳았다”고 설명했다.
◇성남시, 민간사업자와 기부채납 교환하며 市에 291억 손해
성남시가 민간사업자에 유리한 기부채납 교환을 결정해 시에 손실을 초래한 사실도 밝혀졌다. 감사원에 따르면 성남시는 개발부지 중 R&D 용지의 절반인 1만6948㎡에 R&D센터 건물을 짓고 땅과 건물을 기부채납 받기로 계획했다.
그런데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 이 용지 일부가 원형보전지로 지정되자, 민가사업자는 재산가치가 떨어지는 땅을 R&D센터 대신에 기부채납하는 것으로 교환을 추진했다. 성남시가 이를 그대로 받아들였다.
감사원은 “성남시는 원형보전지인 잔여 R&D 용지의 가격을 주변 오피스텔 시세와 비교해 385억원으로 높게 산출하는 등 기부채납 교환이 성남시에 28억원 이익인 것처럼 부당하게 검토했다”며 “실제 감정평가사례를 기준으로 잔여 R&D 용지의 가치는 66억원에 불과해 사실상 시에 291억원 상당 손실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민간임대→일반분양 변경, 성남시 ‘임대는 강제 아니다’라며 수용
백현동 부지 용도변경 과정에서 민간에 이익이 추가로 발생하기도 했다. 성남시와 성남도시개발공사는 자연녹지지역에서 준주거지역으로 용도를 변경하면 개발이익이 1230억원 발생할 것으로 분석했다. 그런데 용도변경이 변경된 후 민간 사업자 요청을 수용해 민간임대를 일반분양으로 변경했고, 256억~641억원의 추가 이익이 발생했다.
민간사업자는 2015년 12월 기부채납 규모가 증가하자 민간임대를 일반분양으로 변경 요청했다. 성남시는 부서의 반대 의견을 무시하고, 사업자의 추가 이익은 분석 않고 ‘임대는 강제가 아니다’라며 이를 수용했다. 기부채납 규모가 늘어나며 사업자는 28억원을 손실을 봤지만, 민간임대가 일반분양으로 전환되면서 늘어난 추가 이익은 256억~641억원에 달한다.
감사원은 이에 대해 “성남시가 지구단위계획이 입안되기도 전에 이를 시장의 결재로 확정했다”고 말했다. 당시 성남시장은 이재명 현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이었다.
◇산 깎아도 15m가 한계인데 백현동엔 50m…감사원 “안전에 문제”
‘높이 50m’ 옹벽도 문제로 지적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지관리법 시행규칙은 산지를 깎아내면서 형성된 비탈면의 수직 높이는 15m로 제한된다. 성남시는 산지를 깎아내면서 절토면에 35m 높이의 건물 벽체를 붙였다며 지하굴토로 임의로 간주하고, 50m 이상 산을 깎는 것을 묵인했다.
안전 우려도 제기했다. 이 아파트 옹벽에는 산을 깎아 낸 부분이 무너지지 않도록 앵커를 삽입했다. 그런데 흙막이 구조물과 건축 벽체를 합쳐서 시공했다. 감사원은 “앵커 파손 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유지·관리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옹벽 안전에 문제가 있다”고 했다.
◇성남시와 성남도시개발공사 직원 징계 기한 지나
감사원은 무리한 옹벽 설치를 포함해 이 지역 개발 사업에서 성남시와 성남도시개발공사(성남도개공) 직원 총 11명의 비위가 있었다고 지적했지만, 징계 기한이 지난 탓에 이들의 비위 내용을 인사 자료로만 남기라고 통보했다.
감사원은 개발 구역의 용도지역을 변경하는 과정에 특혜가 있었는지는 “청구기간이 경과했다”며 감사를 하지 않았다.
이재명 의원 측은 이 같은 감사 결과에 대해 “백현동 (부지) 용도변경은 박근혜 정부가 법에 따라 요구한 사항을 성남시가 들어준 것”이라며 “정부 요청을 이행한 성남시가 특혜라면, 백현동 용도변경 요구 및 관철한 박근혜 정부는 특혜 강요죄”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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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