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한 경기·환율에 발목..재계, 투자 속도조절 '고심'
LG엔솔, 美 배터리 투자 계획 전면 재검토
재계 중장기 투자 계획 실행에 난관 커져
'미래 준비' 삼성·현대차 등 투자 감행 나서
‘1300원’을 넘나드는 원·달러 환율 급등세와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 우려로 국내 기업들의 투자 계획 실행에 경고등이 들어왔다. 환율 불안에 애초 예상했던 것보다 투자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는 데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완공 시점에 제품 수요까지 급격하게 꺾일 수 있는 상황이다. 불확실한 경기 전망 속에 속도 조절에 나서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애리조나주에 1조7000억원을 들여 짓기로 했던 배터리 공장 투자 계획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3월 현지 전기차 스타트업 등 배터리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시설을 짓기로 했지만 불과 몇 개월 만에 번복했다. 경영환경 악화와 투자비 급증 등을 이유로 투자를 신중하게 결정하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의 투자 연기로 SK온·삼성SDI 등 다른 배터리 제조업체도 투자 계획을 미룰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긴요하지 않은 투자에 대해서는 기업들이 결정을 미루는 분위기가 커지고 있다.
재계는 윤석열 정부 출범에 따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 직후 대규모 투자 계획을 잇달아 발표한 상태다. 삼성, 현대차, 롯데, 한화, SK, LG 등 10대 대기업 그룹이 밝힌 투자 금액은 약 1055조원에 달한다.
삼성그룹은 5월24일 '역동적 혁신성장을 위한 삼성의 미래 준비' 발표를 통해 올해부터 5년간 반도체·바이오·신성장 IT(정보통신) 등 미래 먹거리 분야에 450조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도 같은 날 2025년까지 4년간 국내에 약 63조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롯데는 바이오와 모빌리티 등 신사업을 중심으로 5년간 국내 산업에 37조원을 투자하며, 한화그룹도 에너지, 탄소중립, 방산·항공우주 등에 2026년까지 5년간 총 37조6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SK그룹은 5월26일 차세대 성장동력인 반도체(chip)와 배터리(battery), 바이오(Bio) 등 이른바 'BBC 산업'에 5년간 247조원을 투자한다고 밝혔고, LG그룹도 같은 날 향후 5년간 국내에 106조원을 투자한다고 했다. 포스코는 53조, GS와 현대중공업은 각각 21조원, 신세계는 2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새 정부 출범에 따른 기대감으로 재계는 대규모 투자 계획 발표 분위기에 잇달아 올라탔다.
다만 대규모 투자 발표 이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공급망 대란 지속, 미국 중앙은행(Fed)의 추가 금리 인상 등까지 대외 경제 여건이 지속 악화하면서 투자 지속에 대한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일단 삼성전자, 현대차 등은 계획대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삼성전자는 상반기 중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170억 달러를 투자해 제2 파운드리 공장을 짓기 시작했다. 현대차도 조지아주 서배너에 55억 달러를 들여 전기차 공장을 건립할 예정이다.
다만 원화 약세로 고환율이 지속되면 계획했던 것보다 투자 비용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 투자 결정에 대한 신중론이 힘을 받게 될 전망이다.
실제로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여론조사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매출액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2022년 하반기 국내 투자 계획'(100개 사 응답)을 조사한 결과, 응답기업의 75%가 본격적인 투자활동 개시 시점을 내년 이후로 내다봤다.
응답 기업 전체의 58.0%는 내년에나 회사의 전반적인 투자활동이 활성화될 것으로 예측했다. 또 '2024년 이후'라는 응답이 7%, '기약이 없다'가 10.0%의 비중을 각각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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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