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용궁 어때요"에 尹 "중국집 같다"..與지도부 빵터졌다

“용산공원에 국가를 위해 희생한 분들을 위한 작은 동상들을 세우고 싶다.”

윤석열 대통령은 10일 국민의힘 지도부를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초청한 오찬 석상에서 이같은 구상을 밝혔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이날은 용산공원 개방 첫날이었다. 한 참석자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윤 대통령이 뉴욕 센트럴파크를 연상할 수 있게끔, 국민이 많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고 하시더라”고 했고, 또 다른 참석자는 “대통령이 용산공원 안에 내셔널 메모리얼 파크도 조성하고 싶어했다.국립추모공원이라고 하면 멋이 없어서 우리나라 이름으로는 무엇으로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고민을 토로했다”고 전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민의힘 지도부와의 오찬 회동에서 우크라이나 방문을 마치고 돌아온 이준석 당 대표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용산 청사 5층 대접견실에서 진행된 이날 오찬엔 국민의힘에서 이준석 대표, 권성동 원내대표,조수진·정미경·윤영석·김용태 최고위원과 성일종 정책위의장, 한기호 사무총장, 송언석 원내수석부대표 등이 참석했다. 대통령실에선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 이진복 정무수석, 최영범 홍보수석, 강인선 대변인 등이 참석했다. 취임 후 국민의힘 지도부와의 첫 공식회동이었다. 이 대표 취임 1년과 압승으로 끝난 6·1 지방선거 축하를 위한 자리이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오랜만에 친정 식구들 만나는 것 같네. 잘 지내셨어요?”라고 인사를 건넸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오찬 도중 윤 대통령은 "앞으로 국정과제 수행을 위해 당과 정부가 한 몸처럼 움직이자”며 “특히 오늘이 대통령 취임 한 달 이자, 이 대표 취임 1주년을 맞는 날이라 더 뜻깊은 자리”라고 말했다.

사실 이날 오찬은 지방선거 승리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 내부의 갈등이 커지는 상황에서 열렸다. 장제원 의원 등 대통령직인수위 참가 의원들이 주도하는 친윤계 모임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이 대표와 정진석 의원간 갈등도 식지 않았다. 하지만 이날 오찬에서 이런 문제들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당초 이 대표는 오찬 참석 전 기자들에게 '친윤계 모임'과 관련해 "사조직을 자제해야 한다. 보수정당이 탄핵당한 원인도 대통령을 사이에 둔 갈등이었다. 대통령을 만나 다 얘기하겠다”고 했지만, 실제 오찬에선 관련 언급을 하지 않았다.

앞서 이날 출근길 윤 대통령이 '여당 내 갈등이 커지는데 어떤 당부를 하겠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뭐 갈등이 있느냐. 정치라는게 늘 뭐 그런거 아니겠는가. 대통령은 국가의 대통령이지 무슨 당의 수장도 아니고… 당 문제는 그렇게 지켜보는게 맞는 것 같다"고 선을 그어 둔 것과 관련이 있어 보였다.

윤 대통령이 전날 우크라이나 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이 대표에게 “얼굴이 많이 타셨네”라고 하자, 이 대표가 “선거 때 탔습니다”라고 답했다. 그리곤 덕담 수준의 대화가 오갔다.

▶윤 대통령=“젤렌스키 대통령이랑 그쪽 사람들 만나보니 좀 어떻던가요? 종전이 가까운 시기에 되기 어려워 보이죠?”

▶이 대표=“내부 정치적 상황이 있는 것 같고요. 그래서 종전을 쉽게 언급하기 어려운 상황도 있는 것 같고, 그런데 자신감은 조금씩 올라오는 것 같은데 반대로 절박하니까 자꾸 저희한테 아쉬운 소리 하려고 하는 그런 느낌이 있어서….”
▶윤 대통령=“우리가 좀 지원 체계나 이런 것에 대해 국내외적 법적인 문제가 있어서 그게 좀 빨리 결론이 났으면, 이 대표님이 특사로 가시면 더 할 게 많은데, 아직도 결론이 안 났어요.”
▶이 대표=“우크라이나 사람들이 윤 대통령의 취임사 내용까지도 다 파악하고 있고, 자유라든가 이런 것을 강조하시고 해서 굉장히 기대치가 많긴 많아서 오히려 제가 부담스러웠습니다.”

이에 윤 대통령은 “그만큼 자기들도 절박하다는 얘기에요”라고 했고, 이 대표는 “절박합니다”라고 호응했다.


오찬은 비공개로 진행됐다. 메뉴는 갈비찜·미역국·생선구이·과일이 담긴 한식 도시락이었다.

현안 중에선 북핵 대응, 화물연대 파업 등이 언급됐다. 윤 대통령은 임박한 것으로 관측되는 북한 핵 실험에 대해 “거기에 대해 준비가 돼 있다”며 구체적인 대비 태세를 설명했다. 화물연대 파업에 대해선 이날 출근길에 “노동에 반하는 정치는 있을 수 없다”고 했던 발언을 재차 강조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의 상시적 ‘도어스테핑’(약식 기자회견)도 화제가 됐다.언론인 출신인 조수진 의원이 “미국 백악관 스타일”이라고 호평하자, 윤 대통령이 “뉴스나 시사적인 내용을 자주 챙겨 보면서 도어스테핑 준비를 하는데, 바빠서 내가 나오는 뉴스는 잘 못 본다”며 웃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양산 사저 앞 시위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윤 대통령은 지난 8일 해당 시위에 대해 “대통령 집무실도 시위가 허가되는 판이니까 다 법에 따라서 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는데, 정미경 최고위원이 이를 언급하며 “대통령께서 적절하게 말씀하신 것 같다”고 했다. 한 참석자는 “그러자 윤 대통령도 '시위를 막을 수는 없는 것 아니냐'는 취지로 언급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열린음악회’를 관람한 뒤 청와대 안을 둘러보면서 부인 김건희 여사와 나눈 대화도 소개했다. 김 여사가 청와대 본관 내 영부인실과 집무실 등을 살펴본 뒤 “여기가 이렇게 좋은 줄 몰랐다. 미리 보여줬으면 들어가서 안 나온다고 했을 것 같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이 “속으로 ‘안 보여주길 잘했다’고 생각했다”며 웃자 권 원내대표는 “그러게 말입니다. 지금이야 아파트에 그대로 사니까 김 여사가 영부인 된 기분이 나겠나”라고 농담을 던져 좌중에 웃음이 터졌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 명칭 공모에 대한 고민도 토로했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공모한 이름이 다 마음에 안 든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새 명칭으로는 국민의집과 국민청사·민음청사·바른누리·이태원로22 등이 후보로 올라있다. 이에 한 참석자가 농담을 섞어 “'용궁'이 어떠냐”고 했더니 윤 대통령이 “'궁'이 들어가면 다 중국집 이름 같다”고 말해 참석자들이 웃었다고 한다. 오찬 뒤 윤 대통령은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손목시계를 선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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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