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석 민주당 반면교사…與 '오만' 경계령

지방선거 압승, 호남선 '졌잘싸' 기대 이상

이준석 "두려운 성적, 겸손하게 일하겠다"

권성동 "민심의 무서움 알고 낮은 자세로"

5년 만에 교체 당한 文 정권 반면교사

6.1 전국동시지방선거 결과 국민의힘이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 당초 '광역단체장 9곳 이상'으로 정했던 목표를 초과 달성함은 물론이고 불모지인 호남지역 3개 단체장 선거에서 역대 최대인 15% 이상 득표율을 기록하며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지방선거 압승이 자칫 정부여당의 오만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2일 국민의힘 최고위원회를 주재한 이준석 대표는 "국민께서 여당에 몰아준 강한 지지는 너무나도 감사하고 두려운 성적"이라며 "이번에 저희가 거둔 성적표는 광역, 지자체를 망라해 많은 권한을 가진 걸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민주당이 지난 2년 전 총선에서 180석이라는 큰 성과를 내고 도취돼 일방적 독주를 하다 2년 만에 상반된 결과가 나온 것처럼 저희도 겸손한 자세로 국민만 바라보고 일하라는 교훈으로 알고 일하겠다"고 말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도 “우리 모두는 민심의 무서움을 너무 잘 안다”며 “민심은 매서운 눈으로 우리 당을 지켜본다. 이번 지방선거 결과는 우리가 잘해서 받은 성적표가 아니라 앞으로 더 절하라는 민심의 채찍질”이라고 받아들였다.

그러면서 "민심 앞에 겸손하고 더 낮은 자세로 일하겠다"며 "대선과 지방선거 과정에서 국민께 드린 약속을 지키고 공약실천점검단을 꾸려 국민께 공약 이행 상황을 정기적으로 보고하겠다"고 했다.

배현진 최고위원은 "대선 패배에도 불구하며 0.74% 포인트로 국민이 준 회초리의 의미를 읽지 못한 민주당의 이번 패배가 어떤 반면교사가 될 지도 깊이 생각하면서 앞으로 실망을 끼치지 않는, 전국적 의정과 정책을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국민의힘의 다짐이 말로 그쳐서는 안 된다는 쓴소리가 나온다. 실제 21대 총선에서 압승한 민주당도 이해찬 당시 대표를 비롯해 지도부 인사들이 "민심의 무서움을 알아야 한다"며 자중을 당부했으나 행동으로 지켜지진 못했다.

일례로 박원순 전 시장의 성범죄 의혹이 드러났음에도 비호하는 데 급급했고, 윤미향 의원에 대한 출당은 대선을 앞두고서야 겨우 이뤄졌다. 당 지도부는 "조국의 강을 건넜다"고 했지만,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확인했듯이 여전히 민주당 인사 상당수는 '조국에 대한 수사는 부당했다'는 생각을 숨기지 않고 있다.

친문 진영에 속한 서울지역의 한 민주당 의원은 사석에서 "'이러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다들 쉬쉬하며 책임을 회피하는데 급급했던 것 같다"며 "180석 원내 압도적 다수의석이 주는 마약과도 같은 힘에 집단적으로 취했던 게 아닌가 싶다"고 했다.

국민의힘 경기도당의 한 관계자는 "참신하고 역량을 갖춘 후보를 세운다면 정부여당이 우세했던 선거 분위기 속에서도 국민은 야당 후보에 도장을 찍을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을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확인하지 않았느냐"며 "한때 80% 이상 지지율을 얻었던 문재인 정부가 5년 만에 몰락했던 것을 잊어선 안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준석 대표와 권성동 원내대표가 긴밀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다.

한편 국민의힘 최고위원회는 이날 회의를 통해 당내 '혁신위원회'를 설치하고 위원장에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내정했다. 혁신위는 보통 선거에서 패배한 측에서 띄우지만, 선제적으로 출범시킴으로써 정치개혁과 내부단속을 동시에 이뤄내겠다는 취지다. 이 대표는 "혁신위라고 하면 지금까지 특권 내려놓기, 가십성 이슈, 피상적 이슈를 다뤄왔다"면서 "이번에는 당원 민주주의를 효율적으로 구현하고 정당개혁을 목표로 하는 혁신위"라며 차별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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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