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 여야 합의 다음날..서울 곳곳서 퍼진 '반대' 목소리
23일 오후. 서울 도심 곳곳에선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반대한다”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서울 여의도와 혜화 등에서 열린 집회에 참석한 이들은 보수·진보 성향을 가리지 않고, 박병석 국회의장이 낸 검수완박 법안 중재안을 여야가 전격 합의한 것에 반대했다. 다만 보수 측은 “검찰을 없애선 안 된다”며, 진보 측은 “검찰 수사권을 완전히 뺏어야 한다”며 각기 다른 이유를 들었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이끄는 자유통일당(옛 국민혁명당)은 이날 여의도 국회의사당역 인근에서 집회를 열고 “검수완박은 헌법 파괴고, 입법 폭군”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집회엔 주최 측 추산 약 1500명이 참석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조처가 풀리면서 집회 참가인원 ‘299명 제한’ 또한 해제됐다.
집회 참가자들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휘두르며 “나랏일을 잘하라고 의원들을 국회의사당에 모셔놨더니 매일 같이 나라를 망치고 있다”며 “(정치인들이) 감옥 가기 싫어서 검수완박을 하려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양항자 무소속 의원이 “‘검수완박을 처리하지 않으면 문재인 청와대 사람 20명이 감옥 갈 수 있다’는 말도 들었다”고 밝힌 점을 언급한 것이다.
이들은 검수완박 법안 강행 처리를 추진한 더불어민주당과 중재안에 합의한 국민의힘 모두를 겨냥했다. 집회 진행자는 “검찰은 국민을 대리해 법 집행을 하는 곳인데, 국회가 검찰을 없애려고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개혁과전환 촛불행동연대’는 이날 오후 4시 종로구 마로니에공원 인근에서 집회를 개최했다. 이들 또한 중재안 합의에 반대했다. 다만 수사·기소권이 완전히 분리돼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여야가 합의한 중재안은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절차와 요건을 한정해 유지토록 했다.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인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중 부패·경제 범죄 2개에 대한 수사권도 중대범죄수사청 설치까지 당분간 유지하기로 했다.
연단에 선 한 발언자는 “검찰은 국민을 대리해야 하는데, 왜 당신들만의 이익을 챙기려 하는가”고 말했다. 또 다른 집회 참가자는 “검찰 선진화는 수사권·기소권의 분리”라면서 “검찰이 수사·기소권을 다 갖는 게 민주주의에 맞는가”라고 했다. 참가자들은 집회를 마친 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가 있는 통의동으로 행진했다.
한편 이들의 집회 양옆에선 자유연대 등 보수 성향 단체들의 집회도 열렸다. 자유연대 등은 촛불행동연대 측을 향해 대형 스피커로 음악과 구호 등을 틀며 맞섰다. 양측 간 물리적 충돌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집회 외에도 시민단체 및 법조계 등에선 검수완박 중재안 여야 합의에 대한 의견 표명이 잇따르고 있다. 참여연대는 성명을 내고 “만족스러운 (중재) 안은 아니지만, 파국을 막으려는 점에서 국회 합의는 다행스러운 일이다”며 “왜 권한을 줄이는 개혁 입법이 제안되고 있는지에 대한 (검찰의) 고민이나 반성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법조계에선 비판의 의견이 다수 나온다. 광주지검 순천지청장 출신 김종민 변호사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중재안은 명백한 검찰 폐지 법안”이라며 “검찰을 폐지하려면 국민투표를 통해 결정할 일이지, 국회의장과 여야 원내대표가 야합해 결정할 일이 아니다”고 글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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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