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 돌진하던 민주당, '검수덜박' 중재안 왜 받았나
양보 없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을 밀어붙였던 더불어민주당이 22일 한걸음 물러섰다. 민주당 원안보다 한층 누그러진 박병석 국회의장의 중재안을 전격 수용했다. 입법 독주가 역풍을 부르면서 "출구 전략이 필요하다"는 논리가 힘을 얻은 데 따른 것이다.
그간 민주당엔 '요란한 강경론'과 '조용한 현실론'이 물밑에서 부딪히고 있었다. 20일 강경파 민형배 의원의 '위장 탈당'이 분기점이 됐다. "민주당이 의회주의를 내팽개쳤다"는 비판 여론이 침묵하던 현실론자들의 목소리를 키웠다. '검찰 개혁'이란 명분을 앞세워 질주해온 당 지도부도 싸늘한 민심을 이길 순 없었다.
민주당 원안은 검찰의 직접 수사권 전체와 보완 수사 권한을 전부 폐지한다는 내용이었다. 박 의장의 중재안은 검찰의 직접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되 직접 수사권은 한시 유지하고, 보완 수사 권한은 존치한다는 것이 골자다.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박 의장 중재안은 반발에 부딪혔다. 강경파 김용민 의원은 "검찰 직접 수사가 가능한 6대 범죄 가운데 가장 핵심인 경제와 부패 분야 직접 수사권을 남긴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반대했다. 직접 수사권 완전 폐지 시점이 '한국형 FBI(미 연방수사국)' 출범 이후로 밀린 것을 두고 "그사이 무슨 변수가 생길 지 모른다"며 우려를 제기한 의원들도 있었다.
중진 의원들이 나서서 방향을 틀었다. 5선의 설훈 의원과 4선 우원식 홍영표 의원, 3선 남인순 의원 등이 중재안 수용이 불가피하다는 현실론을 제시했다. 검수완박 강행으로 정치적으로 잃을 게 더 많은 만큼, 일단 출구를 찾아야 한다는 게 이들의 논리였다.
설 의원은 "중재안에 아쉬운 부분도 있겠지만 중재안을 받지 않으면 민주당의 부담이 너무 커진다"고 했다. 또 다른 중진 의원은 윤석열 정부 국무위원 후보자 검증 문제와 민생 문제가 뒷전으로 밀린 점을 지적하며 "중재안을 수용해 서둘러 국면 전환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원총회 도중 국민의힘의 중재안 수용 결정 소식이 전해진 것도 현실론에 힘을 실었다.
상황을 벼랑 끝으로 몰고 간 당 지도부의 책임론도 제기됐다. 김병욱 의원은 '위장 탈당' 등 무리한 꼼수가 여론 악화를 불렀다는 점을 지적하며 "지도부가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한다"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재안 수용 이후 강경파 의원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불만을 표했다. "정치적 합의는 못 믿는다. 참 아쉽다"(정청래 의원) "박 의장의 최종 중재안 제안 과정은 헌법 파괴적이다"(김용민 민주당 의원) 등 비판이 이어졌지만, "소수의 반발이 당내 여론을 바꾸진 못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급하게 만든 검수완박 법안의 법리적 허점에 대한 의원들의 걱정이 이미 쌓일 만큼 쌓였기 때문이다. 한 중진 의원은 "검찰개혁이라는 대의에 찬성했다가 법안 내용을 보고 기함한 의원들이 적지 않았다"고 했다.
검수완박 대치가 완전 종료된 것은 아니다. 국회 법안 심의 과정에서 세부 내용을 놓고 여야의 신경전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에선 법제사법위원회 심의 단계에서 △검찰의 직접 수사권 폐지 시점을 '법안 공포 1년 6개월 뒤'로 법에 적시하고 △검찰의 직접 수사권이 한동안 남아 있는 경제·부패 분야의 범위를 관련 법 조항을 분명히 하는 방식으로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 취지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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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