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향 제명 '4분회의', '검수완박'만 몰두..민주당 6월 안두렵나
‘일본군 성노예 문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는 지난 12일 ‘김복동 센터 건립을 후원해 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는 제목의 공지를 올렸다. 위안부 피해자이자 인권 운동가인 고(故) 김복동 할머니의 정신을 기리기 위한 ‘김복동 센터’를 미국에 건립하는 방안이 무산됐고, 이를 ‘온라인 김복동 센터-김복동 아카이브 구축사업’으로 전환하기로 했다는 내용이었다.
일제 강점기 위안부로 끌려가 감내하기 어려운 고통을 당했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평생을 위안부 피해자 인권 운동에 헌신해온 김복동 할머니의 이름을 딴 센터 건립에 반대하는 이들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소식에 자동 연상으로 떠오르는 이름이 하나 있다. 바로 김복동 센터 건립을 처음 추진한 윤미향 의원(무소속)이다.
지난 2020년 5월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의 증언으로 시작된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정의연의 전신) 관련 각종 의혹은 아직도 생생하다. 단초는 기부금 관련 회계 부정 의혹이었지만, 갈수록 태산이었다.
당시 취재할 때도 물증을 확보하지 못했다뿐이지, 심증이 가는 의혹은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한 부에 700원씩 과금되는 정대협 관련 부동산 및 법인 등기부 등본도 무수히 떼어 봤는데, 나중에 카드 이용 대금을 확인해보니 개인적으로 등기부 등본 발급에 쓴 돈만 7만원이 넘었다. 그렇게 밝혀낸 ‘일부’가 정대협의 ‘안성 쉼터’ 고가 매입 의혹이었고, 윤 의원은 업무상 배임 혐의로 기소돼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김복동 센터 관련 문제도 보도됐다. 2019년 김 할머니 별세 뒤 윤미향 당시 정의연 이사장을 중심으로 추진되던 중점 사업이었는데, 처음에는 우간다에 설립하려 했다. 그러다 일본 정부의 항의 등으로 여건이 여의치 않아 발표 불과 6개월 만에 무산됐다. 이 과정에서 현지 단체 대표가 정의연과 상반된 주장을 한 사실이 언론을 통해 소개되고, 현지와의 조율이 제대로 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후원금부터 모은 것 아니냐는 의문이 일었다.
이런 모든 의혹과 논란의 핵심은 위안부 피해자들의 수호자를 자처해온 윤 의원이 해당 역할을 충실히 이행했는지, 오히려 할머니들을 이용하지 않았는지였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윤 의원이 관련 혐의로 기소된 뒤에도 계속 그를 끌어안았다.
당에서 그를 제명한 건 의혹 제기 뒤 1년이나 지난 뒤인 지난해 6월이었다. 그것도 추가로 불거진 별개의 부동산 관련 의혹 때문이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게 해를 끼쳤다는 혐의와 관련한 게 아니었다. 그렇게 무소속이 된 뒤에도 윤 의원은 지난해 8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조정위에서 ‘야당 몫’으로 찬성해 민주당의 탄소중립법 제정안을 돕는 등 ‘위장 민주당 의원’ 역할을 톡톡히 했다.
정대협과 정의연 재직 시절 저지른 부정을 이유로 한 윤 의원 징계안이 윤리특별위원회에 상정된 건 지난해 11월이나 돼서였다. 당시 윤리특위는 이를 윤리심사자문위원회로 넘겼고, 자문위는 올 1월 10일 윤 의원에 대한 제명을 건의했다.
이후 지난 1월 25일 송영길 당시 민주당 대표는 “윤 의원 등에 대한 제명안을 신속히 처리하겠다”고 약속했다. ‘대선용’이란 지적도 많았지만, 어쨌든 급물살을 타는 듯했다.
하지만 결과는 역시나였다. 윤리특위에서 절차가 지연되며 결국 대선 전 처리는 무산됐고, 대선 이후에는 다시 감감무소식이다.
대선 전에 열린 두 차례 윤리특위의 회의록을 살펴봤다. 징계 관련 회의는 비공개가 원칙이라 회의 시간만 기록돼 있었다. 1월 27일 윤 의원 등에 대한 징계안 논의는 10분(오전 11시 21분~11시 31분), 2월 14일에는 4분(오후 3시 39분~3시 43분) 간 이뤄졌다.
2월 14일은 대선 전 마지막 본회의가 열린 날이었는데, 당일에야 겨우 열린 윤리특위는 소위원회 회부를 결정했을 뿐이다. 이후 다시 회의가 소집된 기록은 없다.
대선 전 민주당이 윤 의원 등에 대한 제명안을 신속하게 처리하기로 한 건 당 쇄신, 정치 개혁이 이유였다. 하지만 이후 국회 차원에서 보여준 ‘성의’는 고작 10분과 4분이었다. 대선 이후 171석의 민주당은 ‘검수완박’에 몰두할 뿐이다.
간단한 질문 하나만 하자. 윤 의원 제명안에 대해 급격히 식은 관심은 이제 개혁이 다 완성됐다는 판단 때문인가, 아니면 대선 민심만 무섭고 지방선거 민심은 무섭지 않기 때문인가. 어느 쪽이 이유이든 답은 결국 국민으로부터 듣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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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