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병원·사저서 두번 메시지 낸다..尹도 黨도 '촉각'

 지난해 말 사면돼 입원치료를 받아온 박근혜 전 대통령이 24일 퇴원일에 맞춰 어떠한 메시지를 내놓을 것인가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도 파장을 의식하며 잔뜩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3일 박 전 대통령 측 유영하 변호사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24일 오전 8시30분께 삼성서울병원에서 퇴원을 한 뒤 대구 달성군 유가읍 사저로 입주한다.


▲15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입원 치료 중인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앞에 박 전 대통령을 응원하는 현수막이 설치되어 있다. 박 전 대통령이 퇴원하면 대구 달성군 사저에 머물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 달성은 지난 1998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해 당선된 이후 4선을 했던 곳이다.

박 전 대통령은 퇴원하면서 병원 1층에서, 그리고 대구 달성군 사저 앞에서 이렇게 두 차례에 걸쳐 메시지를 낼 계획이라고 한다.

박 전 대통령은 정부의 특별사면 발표가 난 후 "많은 심려를 끼쳐드려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변함없는 지지와 성원을 보내주셔서 감사하다"고 유 변호사를 통해 전한 바 있다.

정치권에선 박 전 대통령이 건강 상태가 많이 호전된 상태지만 사면된 지 얼마 안 된 시점인데다, 국정농단 사태와 탄핵에 대한 국민정서를 고려한다면 박 전 대통령이 굳이 논란을 일으킬 만한 민감한 메시지를 낼 가능성은 낮다는 게 중론이다.

병원을 나서면서 내보낼 메시에도 국민들에게 직접 감사 인사를 표현하는 정도의 내용이 담기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치권에선 박 전 대통령이 자신의 지지기반이 공고한 대구에서는 정치적 메시지를 낼 가능성이 더 높지 않겠냐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박 전 대통령 퇴원 당일 대구 사저 앞에는 우리공화당 당원 뿐만 아니라 친박단쳬와 일반 시민 등도 밀집할 것으로 보여 박 전 대통령이 내뱉는 메시지의 파장은 더 클 수밖에 없다.


이런 연장선상에서 박 전 대통령이 국정농단 사건으로 자신을 구속하고, 문재인 정권에서 한때 출세가도를 달렸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을 향해 '작심 발언'을 쏟아낼 것인가도 정치권에서 예의주시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참 나쁜 대통령"과 같은 단문형 화법이나 "손톱 밑 가시"와 같은 비유적 화법 뿐만 아니라 사리에 맞지 않는다 싶으면 직설화법으로 되받는 스타일이라 만약 정치적 발언을 한다면 어떤 형식으로 낼 지는 불분명하다.

일각에선 박 전 대통령이 자신의 이미지를 부각시키면서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고도의 정치적 함의를 숨겨놓은 메시지를 낼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를 되짚어 보면 대체로 발언 자체만으로 끝나지 않고 정치적 함의가 숨어 있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대전은요?"라는 발언은 지방선거의 판세를 뒤집는데 결정적 영향을 줬고, '배신의 정치' 발언은 유승민 찍어내기로 이어졌다.

윤 당선인은 박 전 대통령 구속은 물론 공소유지를 위해 직접 공판에도 참석해 징역 30년을 구형한 바 있다. 박 전 대통령이 이런 악연을 가진 윤 당선인에게 '독한' 메시지를 낼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박 전 대통령은 대통령 시절에도 "암덩어리", "원수", "단두대"와 같은 거친 표현을 쓴 적도 있다.


다만 박 전 대통령이 취임을 앞둔 윤 당선인을 속으로는 원망하더라도 '수위'는 조절하지 않겠냐는 관측이 우세하다. 윤 당선인이 정계에 입문한 지 1년도 안 돼 보수진영에서 인정받아 대선후보로 발돋움했고, 정권교체의 선봉에 서 대권까지 잡은 만큼 박 전 대통령으로서도 윤 당선인의 정치적 존재감을 의식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다.

박 전 대통령의 대변인 역할을 하는 유영하 변호사는 퇴원일 메시지를 묻는 질문에 "내용 확인 못합니다"라는 문자메시지로 답변을 대신 했다.

윤 당선인측 관계자는 당선인과 박 전 대통령의 회동 시점을 묻는 질문에 "지금 박근혜 전 대통령의 건강이 얼마나 회복이 됐는지 잘 모르겠지만 안정이 되시는대로 건강을 회복하신다면, 자연스러운 계기가 마련되기를 바란다"며 "일단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건강이 우선이다"라고 원론적으로 답했다.

박 전 대통령의 퇴원을 앞두고 국민의힘도 긴장하긴 마찬가지다. 당장 4월 원내대표 선거에 이은 6월 지방선거와 맞물려 이른바 박심('朴心') 영향력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기류가 감지된다.

당 일각에선 박 전 대통령이 만약 정치적 재기를 도모한다면 원내대표 선거나 지방선거 공천 과정에서 윤 당선인 측과 간접적으로 세 대결을 벌이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윤 당선인은 국정농단 사건으로 최경환 전 장관 등을 사법처리하면서 친박계와 껄끄러운 관계인 반면 장제원, 권성동 등 친이계 인사들을 최측근으로 두고 깊이 신뢰하고 있다.

한동안 국민의힘은 비대위 체제를 거치면서 친이, 친박 계파 자체가 허물어질 만큼 결집력이 떨어진 것으로 평가받았지만, 윤 당선인의 대선 승리 이후 친이계 출신 인사들이 권력의 중심부에 들어서자, 친박계에선 앞으로 남은 선거의 공천권을 걱정해야 할 처지라는 얘기가 당 안팎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결국 원내대표 선거,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천권을 갖고 친박계가 대구에 둥지를 튼 박근혜 전 대통령과 맞물려 어떻게 움직일지가 관건이다.

야권 한 인사는 "윤석열이 대통령이 된 이상 앞으로 친박계는 피바람이 불 것"이라며 "친박계는 살아남기 위해 다시 결집하거나 세력화를 도모해야하는 형편인데 친박계가 다시 부활할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친박은 절반 이상 공천에서 떨어져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한편에선 박 전 대통령이 어떤 메시지를 내더라도 실질적으로 정치권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는 반응도 있다. 2년 전 총선을 앞두고 박 전 대통령이 옥중편지를 통해 "거대 야당을 중심으로 합쳐 달라"는 메시지를 냈지만, 실제 선거판세에는 결정적 영향은 없었다는 평가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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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