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당선인이 '용산 대전'에서 물러설 수 없는 이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여러 난관에도 청와대 이전 입장에서 한발짝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탈(脫)청와대’가 윤 당선인 입장에선 상징성을 갖췄으면서도 현실적으로 처리가능한 몇 안 되는 과제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집권 후 펼쳐질 압도적 여소야대 국면과 상관없이 집무실 이전은 윤 당선인이 오롯이 해낼 수 있는 작업으로 판단한 것이다. ‘반문재인’이란 기치 아래 탄생한 윤석열 정부에서 윤 당선인이 내세운 자신만의 브랜드라는 점도 중요하다. 문재인 정부에서 초기에 추진하려다 실패했다는 점 역시 윤 당선인이 시작부터 물러설 수 없도록 하는 지점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회견장에서 대통령실 용산 이전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윤 당선인의 핵심 공약인 탈청와대는 시작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윤 당선인이 당초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열겠다고 했지만 현실적 한계에 부딪혀 용산으로 이전 장소가 변경됐다. 용산 이전을 두고 민주당은 물론 국민의힘과 보수 세력 내부에서 이견이 적지 않다. 국민 여론도 호의적이지 않다. 협조가 필수인 현 청와대까지 나서 안보공백을 이유로 제동을 걸고 있다.

이 같은 여러 난관에도 불구하고 윤 당선인은 거듭 추진 의지를 강조하고 있다. 직접 프리젠테이션을 하며 이전 계획을 발표했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청와대의 속도조절 요구에 임기 시작일인 ‘5월10일 0시’를 청와대 개방시점으로 지목했다. 이전이 안 되더라도 현 통의동 당선인 집무실을 쓰겠다는 강경한 입장도 내놨다.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는 태도이다.

윤 당선인이 임기 시작 전 에너지를 용산 이전에 쏟아붓는 이유는 대통령 당선인이 실질적인 결정권을 쥔 공약이기 때문이다. 대부분 공약과 국정과제들은 ‘차기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결정권을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윤 당선인의 또다른 대표 공약인 여성가족부 폐지는 민주당이 반발하는 사안으로 실현가능성이낮다. 정부조직법을 국회에서 개정해야 하기 때문에 높은 문턱이 존재한다. 부동산 정책 상당수도 거대 야당이 장악한 국회를 우회할 수 없다. 국회 인준을 거쳐야 하는 국무총리 인선조차 윤 당선인으로선 결정권을 온전히 가지지 못한 상태다.

반면 청와대 이전은 임기 시작 전 당선인이 직접 만들어낼 수 있는 가시적인 성과로, 윤 당선인으로선 놓칠 수 없는 카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22일 기자와 통화하면서 “윤 당선인이 야당(민주당)의 방해를 받지 않고 자체적으로 마무리를 지을 수 있는 공약은 몇 가지가 없다”면서 “청와대 이전은 반드시 처리하고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체 브랜드가 거의 없는 윤 당선인에게 청와대 이전은 포기할 수 없는 가치이기도 하다. 윤석열 정부는 반문재인, 즉 문재인 정부의 안티테제로 탄생했다. 탈원전, 여가부 폐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폐기 등 대부분의 공약들이 문재인 정부와 반대로 간다는 내용이다. 역대 정부는 평가를 떠나 자체 브랜드를 가졌다. 예를 들어 이명박 정부의 실용정부, 박근혜 정부의 경제민주화,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이나 적폐 청산 등이다. 윤석열 정부를 상징하는 고유한 브랜드가 없다. 인수위 관계자는 기자와 만나 “우리만의 브랜드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윤 당선인은 소통 대통령이 되겠다고 대선 때부터 줄곧 강조해왔다. 소통이란 측면에서 청와대 이전은 관철해야 하는 사안이다. 당선인 주변은 연일 청와대를 “불통의 상징”“구중궁궐”로 묘사하며 ‘탈청와대=소통’이란 구도를 만들려고 한다. 실제로 윤 당선인은 당선인 신분에서 이례적으로 안철수 인수위원장 등의 인선을 직접 발표했다. 당선인은 절대 혼밥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도 수시로 냈다. 점심 식사를 대부분 공개적으로 하고 있다. 경제 6단체장들과 만나 ‘핫라인’ 구축도 약속했다. 청와대 이전 역시 민관합동위원회 도입과 시민들과의 접점 넓히기란 측면에서 소통 대통령을 내세우는 윤 당선인의 핵심 의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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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