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려대회 맞서 ‘정청래 지지' 맞불 집회…민주당 당혹

오늘 21일 승려대회 앞두고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지지자들이 어제 20일 오후 맞불 집회

조계종이 정부·여당의 종교 편향을 규탄하는 전국승려대회를 오늘 21일 열기로 하자,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지지자들이 어제 20일 오후 맞불 집회를 열었다.

촛불시민연대 등 친문 성향 시민단체들은 이날 오후 2시 서울 안국동 조계사 앞에서 조계종의 ‘대선 개입’에 항의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신고된 집회 규모는 299명으로, 현재 방역 수칙상 집회 허용 최대 인원이다. 전날 정 의원의 팬카페(대한민국 청래당) 게시판에는 “1월 20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안국동 조계사 앞으로 모이자”는 집회 알림글이 등재됐다.


▲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팬카페 게시물 캡처.

집회 참석자들은 ▶조계종의 대선 개입 규탄 ▶코로나 19 시국에 대규모 승려대회 반대 ▶불교계의 문재인 대통령 사과 요구 철회 촉구 등을 내걸었다. 그러나 이날 집회는 실질적으로 불교계와 갈등을 빚어 정치적 수세에 몰린 정 의원을 보호하려는 성격이 강했다. 정 의원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문화재 관람료를 걷는 사찰을 ‘봉이 김선달’에 빗댄 이후, 여권을 향한 불교계 민심은 악화 일로다.


21일 전국승려대회 직전에 정 의원 팬클럽이 맞불 집회까지 열자 민주당 선대위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선대위 관계자는 “조계종과 더 큰 마찰로 비화할 수 있는 사안인데 정 의원이 나서 뜯어 말렸어야 했던 것 아니냐”고 말했다. 정 의원측은 “팬클럽을 최대한 설득했다”고 했지만 집회는 이날 예정대로 강행됐다.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 인근에서 촛불시민연대 등 시민단체 주최 '전국승려대회 규탄 기자회견'에서 정청래 의원 지지자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현재 정 의원은 당 안팎에서 ‘탈당 요구’를 받고 있다. 이날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에선 정 의원을 겨냥한 공개 탈당 요구 발언이 처음 나왔다. 선대위 공동상황실장인 조응천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억울한 점이 많겠지만 (정 의원의 탈당은) 불교계의 요구 중 하나다. 차마 말은 못 하지만 마음속으로 자진해서 탈당해줬으면 하는 의원분들이 주위에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 그런 결단이 필요할 때라고 보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대해선 “개인적으로 그렇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앞서 정 의원이 이 후보 측 인사로부터 자진 탈당을 권유받았다고 주장하며 논란을 키우자, 선대위가 노골적으로 불편함을 드러낸 셈이다. 정 의원은 지난 18일 페이스북에서 “이핵관(이재명 후보 측 핵심 관계자)이 찾아왔다. 이 후보의 뜻이라며 불교계가 심상치 않으니 자진 탈당하는 게 어떠냐고(했다)”고 적었다. 이어 “저는 (2016년 총선 당시) 컷오프 때도 탈당하지 않았다”며 “내 사전에 탈당과 이혼이 없다고 단호하게 거절하고 돌려보냈다. 당을 떠날 수 없다”라고 덧붙였다.

지난 17일 당 주요 인사들이 조계사를 찾아 ‘참회의 108배’를 올린 직후 정 의원이 이 같이 ‘내부 총질’에 나서자 당 일각에선 징계 조치 검토를 시사하기도 했다. 선대위 고위 관계자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정 의원의 국정감사 발언이야 징계할 근거가 없지만, 대선을 앞두고 개인 페이스북에서 ‘탈당 권유’ 주장을 한 것은 엄연히 해당 행위로 볼 여지가 있다”며 “최소 경고 내지는 탈당 조치도 검토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정 의원의 페이스북 글은 민주당 지지층에서도 논란을 일으켰다. 당 권리당원 게시판에선 친문 성향 당원들을 중심으로 “정청래 의원을 괴롭히지 말라”는 두둔 여론과 동시에 “정청래 의원이 망치는구나. 해당 행위이니 탈당시키라”는 비판 여론이 팽팽히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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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