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선대위 쇄신' 격랑 속으로..김종인 "윤석열 비서실장 하겠다"
김종인, 오늘 오전 '선대위 개편' 의지 전격 밝혀..김기현·김도읍 '사퇴' 힘싣기
이준석 "굉장히 중요한 판단의 날, 모두 엄중해야"..신지예, 새시대위 '사퇴'
윤석열 대선 후보의 지지율 추락세가 이어지며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가 3일 전면 쇄신에 돌입했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의 '전면적 인적 쇄신' 예고에 윤 후보는 이날 일정을 전면 중단하고 숙의에 들어갔다. 당 정체성 논란을 불렀던 신지예 새시대준비위원회 수석부위원장은 전격 사퇴했고, 선대위 전면 개편 과정에서 이준석 당대표의 복귀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남과 동시에 중앙선대위 공동선대위원장직도 내려 놓겠다고 밝혔다. 김도읍 정책위의장도 김 원내대표의 뜻에 동참했다.
김종인 총괄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중앙선대위 회의를 열고 "국민 정서에 따르는 측면에서 국민의힘 선대위가 최선의 노력을 경주한다는 것을 국민에게 보여드리기 위해 선대위의 전면적 개편을 단행하겠다"고 말했다.
전면 쇄신 구상은 윤 후보의 지지율이 지난달부터 꾸준히 하락해 20%대로 주저앉은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총괄위원장은 "지금 일반 국민의 여론이 너무나도 선대위에 압박을 가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국민 정서에 맞게 선대위 개편을 해야만 제대로 선거를 치를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총괄위원장은 오후에 열린 의원총회에서도 "며칠간 생각하던 끝에 선대위를 전면적으로 개편해서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며 "윤석열 후보에게 '도저히 이렇게 갈 수가 없다, 내가 총괄위원장이 아닌 후보 비서실장 노릇을 선거 때까지 할 테니 후보도 태도를 바꿔 우리가 해준대로만 연기만 좀 해달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선대위를 총괄하는 총괄위원장이 후보 비서실장 '노릇'을 한다고 할 만큼 김 총괄위원장의 쇄신에 대한 강한 의지가 고스란히 드러난다는 평가다.
선대위 개편 방향은 '6본부장 해체'가 핵심이다. 비대한 구조와 직제를 과감하게 잘라내고 실무형 선대위로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김 총괄위원장은 기자들을 만나 "6본부장 사퇴를 포함해 구조에 대한 조정과 개편을 단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윤 후보 최측근인 권성동 사무총장은 윤 후보에게 본부장 일괄 사퇴를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후보는 '선대위 전면 개편' 소식을 듣고 이날 남은 일정을 전면 중단했다.
김 총괄위원장은 선대위 개편 방침을 사전에 윤 후보와 충분히 논의하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김 총괄위원장은 다만 "윤 후보도 쇄신에 대해 받아들일 의사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 총괄위원장은 윤 후보와 논의 여부에 대해 "내가 동의를 구할 필요가 없다"며 "내가 판단하는 기준에 따라 내가 말하는 것이지, 반드시 후보한테 얘기해줄 바에는 총괄선대위원장이라는 위치 자체가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 아닌가"라고도 했다.
이준석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선대위 전면 개편에 대해 "언론이 알고 있는 그 이상으로 알지 못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선대위 복귀 가능성에 대해서도 "지금 이 상황에서 어느 누구도 가정법으로 대화해선 안 된다"고 유보적 입장을 보였다.
이 대표는 다만 "오늘은 우리 당이 선거 과정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여러 판단이 이뤄지는 날"이라며 "서로 마음이 복잡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어떤 조건부나 예측에 따른 발언들을 자제하고 각자 허심탄회하게 소통의 경로로 소통하는 게 매우 중요한 하루라고 생각한다. 모든 구성원이 그 엄중함을 이해하고 행동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국민의힘은 후보 선출 한 달 만에 어렵게 선대위를 출범해놓고도 내부 갈등으로 이준석 대표가 공동상임선대위원장직을 보름여 만에 사퇴하는 등 내홍을 거듭해왔다.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거나 수권 정당으로서 역량은 입증하지 못하고 집안싸움에만 골몰했다.
정권 교체론에 취해 웰빙 정당으로 회귀했다는 비판도 쏟아졌다. 선대위의 대대적인 수술은 당연한 수순이겠지만, 사실 더욱 본질적인 문제는 윤 후보의 리더십에 관한 의문이다. 윤 후보는 경선 경쟁자였던 홍준표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을 후보로 선출된 지 두 달이 지나도록 제대로 포용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 사회의 난제인 세대 갈등의 단면이 투영된 이 대표와의 불화에서도 '꼰대' 이미지로 일관했다. 배우자 리스크 대응 방식이나 잇단 실언 릴레이도 리더십 논란을 키웠다. 적당히 원하면 핑계가, 간절히 원하면 방법이 보인다고 했다. 윤 후보는 무한책임을 가진 대선 후보로서 그동안 충분히 간절했는지 자문하고 성찰하기 바란다.
선대위 쇄신으로 내부 갈등이 진화되면 지지율 하락은 멈출지 모르겠지만 후보의 개인기가 담보되지 않고서는 추세의 근본적인 전환은 쉽지 않을 것이다. 윤 후보는 공감 능력을 키우고 소통방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
당의 화합에는 더 낮은 자세로, 국민에게는 더 담대한 모습으로 임해야 한다. 국민의힘은 이번 선대위 쇄신이나 향후 윤 후보의 행보에서 또다시 양치기 소년과 같은 행태가 반복되면 더 이상의 미래가 없을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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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