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비상.. 내년 상반기 전기-가스 요금 동결 검토
정부가 물가 상승세가 심상치 않자 내년도 물가 상승률 관리 목표치를 기존 1.4%에서 2%대로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가 2016년 이후 처음으로 한은의 물가안정목표(2.0%)를 넘어서는 관리 목표를 설정하는 셈이다. 정부는 물가 안정을 위해 내년 상반기(1∼6월) 전기요금 등 공공요금 동결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2일 정부 등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이달 20일쯤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며 내년 물가 상승률 관리 목표치를 2.0% 이상으로 올려 잡을 예정이다. 정부는 올해 6월 하반기(7∼12월) 경제방향에서 내년 물가 상승률을 1.4%로 전망했다.
농축산물과 국제원유 등의 공급 부족 현상이 완화되면서 내년 물가 오름 폭이 둔화될 것이라고 봤다. 하지만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등장으로 글로벌 공급망 ‘병목현상’이 완화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물가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올해 4월 2%대로 올라섰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0월 3.2%로 뛰었다. 11월에는 3.7%까지 치솟으며 9년 11개월 만에 최대 상승 폭을 보였다. 기재부 관계자는 “물가 상승률 목표치에 대해선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며 “다만 올해 하반기 물가 추세와 코로나19 영향 등을 고려할 때 관리 목표치를 예년에 비해 높여 잡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6일 물가안정목표 운영 상황 점검 설명회를 연다.
“대선주자 선심 공약, 물가관리 어렵게 할수도”
내년성장률 3%대 초반 제시할듯
민간기관선 2.8% 전망까지 나와
정부는 내년 물가 안정을 위해 가용한 정책을 모두 동원해 물가 잡기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올해 3분기(7∼9월) 한국의 ‘밥상물가’(식료품 및 비주류음료 물가) 상승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네 번째로 높을 정도로 물가 상승 부담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우선 내년 상반기(1∼6월) 전기, 도시가스, 열차 등 공공요금 동결을 고려하고 있다.
앞서 정부는 4분기(10∼12월) 도시가스 요금과 열차 요금 등 대부분의 공공요금을 동결했다. 상하수도와 쓰레기봉투 등 지방자치단체가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지방공공요금도 행정안전부 주도로 동결했다. 전기요금은 올해 4분기 8년 만에 1kWh당 3원 올랐지만 추가 인상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내년 경제정책 방향은 물가 안정에 방점을 찍는 분위기다”라며 “물가 상승세가 심상치 않은 상황에서 공공요금 인상을 손놓고 볼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치솟는 물가와 함께 경제 성장 둔화도 정부의 고민거리다.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을 4.2%로 전망했다. 조만간 내놓을 경제정책방향에서는 내년도 경제성장률을 3%대 초반으로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6월에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내년도 경제성장률을 3.0%로 전망했다.
하지만 시장에선 정부의 성장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LG경제연구원은 이날 ‘2022년 국내외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내년 국내 경제성장률을 2.8%로 전망했다. 올해 성장률은 4월(4.0%)보다 0.1%포인트 내린 3.9%로 전망했다. 연구원은 “코로나19 특수로 급증했던 글로벌 내구재, 비대면 정보기술(IT) 수요의 증가 속도가 내년에는 낮아져 수출이 주도하는 성장세가 약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규모 확장 재정을 공약으로 내건 여야 대선 후보들의 행보가 내년도 물가 관리를 어렵게 하고 거시경제 정책의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오미크론 변이 등의 영향으로 경제 불황에서 벗어나 짧은 기간 성장 후 다시 불황에 빠지는 ‘더블 딥’이 우려된다”며 “대선 주자들의 확장재정은 경제 상황에 따라 기민하게 대응해야 하는 정부정책 판단을 어렵게 하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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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