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사주 의혹' 손준성 구속영장 친 공수처
尹캠프 "중립 내팽개친 영장 사주"
국민의힘 관계자 "대장동 물타기"
與 "선거개입 게이트 철저 수사를"
윤석열 검찰총장 시절 검찰의 ‘고발 사주’ 의혹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손준성 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현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에 대해 체포영장을 청구했지만 기각된 것으로 확인됐다. 오히려 공수처는 손 검사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손 검사가 수사에 협조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핵심 피의자에 대해 소환조사 없이 구속영장부터 청구한 데 대해 법조계는 이례적으로 평가한다.
공수처는 25일 “지난 주말 손 검사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청구했다”고 밝혔다. 공수처는 “이 사건 피의자 등 핵심 관계인들에게 출석해 수사에 협조해 줄 것을 누차 요청했지만, 납득하기 어려운 사유로 출석을 계속 미루는 등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영장 청구 이유를 밝혔다.
수사기관은 통상 주요 피의자가 소환에 불응할 경우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조사하고 이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최근 ‘대장동 특혜·비리 의혹’에서도 검찰은 유동규(52)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체포한 뒤 체포 시한인 48시간 이내에 구속영장을 청구해 신병을 확보했다.
이와 달리 공수처는 손 검사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했다가 기각되자 곧바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이다. 익명을 요청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체포영장과 구속영장은 발부 사유가 다르긴 해도, 현직 검사는 도주 등의 사유가 없는 상황인데도 체포영장이 기각되자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건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와 관련해 공수처는 “형사소송법에 따른 적법한 청구이며, 영장실질심사를 통해 법관 앞에서 양측이 투명하게 소명할 기회가 있다는 점에서 공정한 처리 방향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수처는 손 검사에게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를 적용했다. 손 검사는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으로 일하던 지난해 4월 검사와 수사관 등에게 여권 인사들에 대한 고발장 작성과 근거 자료 수집 등을 지시하고, 고발장을 김웅 국민의힘 의원(당시 미래통합당 총선 후보)에게 전달한 혐의를 받는다. 공수처는 김 의원이 제보자 조성은씨에게 보낸 고발장과 텔레그램 사진 파일에 ‘손준성 보냄’ 문구가 표시돼 있고, 이 문구가 조작된 게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공수처는 지난달 10일 손 검사의 대구고검 사무실과 주거지, 김 의원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이어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 그리고 지난해 4월 손 검사의 지휘를 받던 검사들 관련 장소도 압수수색했다. 공수처는 수사정보정책관실 일반 직원이 김 의원 전달자료에 포함된 채널A 사건 제보자 지모씨의 과거 사건 판결문을 형사사법시스템에서 검색한 기록을 발견했다. 하지만 검색 시점이 김 의원이 조씨에게 고발장을 전달한 2020년4월3일 이후였다고 한다.
손 검사는 이날 “피의자 조사 등 최소한의 절차도 준수하지 않은 채 구속영장을 청구한 데 대해 심각한 우려와 유감을 표명한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손 검사는 앞서 수차례 “사건에 관여한 사실이 전혀 없고 향후 공정한 수사가 진행된다면 진실이 밝혀질 것으로 확신한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구속 여부는 영장실질심사가 열리는 26일 오후 늦게 결정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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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