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갑질 방지법’ 국회 본회의 통과... 韓, 세계 최초로 앱마켓 규제
31일 국회 본회의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통과
구글·애플 수수료 30% 인앱결제, 부당 심사 지연 금지
플랫폼 규제 의지 미국, 유럽 등에서도 영향 미칠 가능성
한국이 세계 최초로 앱마켓 ‘인앱결제’를 법으로 저지했다. 인앱결제는 구글, 애플이 제공하는 앱마켓 결제 시스템으로, 결제 수수료가 30%로 높아 국내 인터넷·콘텐츠업계가 ‘앱 통행세’라고 비판해왔다.
‘구글 갑질 방지법’으로 불리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3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재석의원 188명 중 180명이 찬성했고, 8명이 기권했다.
이 법안은 구글, 애플 같은 앱마켓 기업이 특정 결제 방식을 강요하지 못하도록 한 법안이다. 앱마켓 기업이 부당한 이유로 앱 심사를 지연하거나 거부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구글이 오는 10월부터 결제 수수료가 30%에 달하는 앱마켓 인앱결제를 입점 업체들에 강제하려고 하자, 여야 의원들은 이를 저지하기 위해 각각 법안을 발의했다.
이로써 한국은 전 세계 최초로 앱마켓을 법으로 규제하는 나라가 됐다. 그동안 앱마켓 사업자를 겨냥한 법안이 통과된 사례는 없었다. 최근 미국, 유럽 등 주요 국가가 플랫폼 기업을 규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한국 사례가 이들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앞서 미국 상원의회는 한국의 구글 갑질 방지법과 유사한 ‘오픈 앱마켓 법안’이 발의하고,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할 계획이다. 미국 유타주와 뉴욕주를 포함한 36개주와 워싱턴DC는 최근 구글을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제소하기도 했다.
구글은 오는 10월부터 앱마켓에 입점한 모든 업체에 결제 수수료가 30%인 인앱결제를 의무 사용하도록 정책을 바꿀 계획이었다. 신용카드, 휴대폰 결제 등 외부 결제수단보다 수수료율이 높아 콘텐츠업계는 거세게 반대해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인앱결제 강제 시 국내 디지털 콘텐츠업계가 지불해야 할 수수료가 최대 1568억원(54.8%↑) 증가한다.
방통위는 수수료 증가가 소비자 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또한 인앱결제가 강제되면 앱상에서 발생하는 결제 데이터를 구글이 독점해, 앱 개발사들이 구글에 종속되는 현상이 더 심화될 것이라고 방통위는 분석했다. 한국모바일산업연합회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구글의 국내 앱마켓 시장점유율은 66.5%에 달한다.
이날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이번 법안 통과로 창작자와 개발자의 권리를 보장하고, 이용자가 보다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공정한 앱 생태계가 조성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구글은 한국이 이용자 피해에 대한 대책 없이 성급하게 법안을 도입한다고 지적해왔다. 애플 또한 최근 본사 명의의 입장문을 통해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앱스토어(애플의 앱마켓)가 아닌 다른 경로로 상품을 구매한 이용자들을 사기 위험에 노출하고, 개인정보보호 기능을 약화시키고 유해 콘텐츠 차단 등 고객보호 장치의 효과를 떨어뜨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글과 애플은 중소 업체의 결제 수수료를 30%에서 15%로 낮추는 등 당근책을 내놓았지만, 결국 구글 갑질 방지법을 통과를 막지 못했다.
구글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개발자가 앱을 개발할 때 개발비가 소요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구글도 운영체제와 앱 마켓을 구축, 유지하는 데 비용이 발생된다"며 "구글은 고품질의 운영체제와 앱마켓을 지원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유지하면서 해당 법률을 준수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으며, 향후 수 주일 내로 관련 내용을 공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뉴스젠,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박민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