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곳곳 '집회' 긴장감.. 도심통제에 "지금이 전시냐" 항의도

경찰, 광화문 광장 인근 원천봉쇄
전광훈 목사 '1인 걷기 운동' 무산
민주노총, 집회 없이 온라인 행사

▲ 제76주년 광복절인 15일 불법집회를 막기 위해 경찰이 설치한 차벽이 서울 광화문 일대에 늘어선 가운데 거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아래쪽 사진은 지난달 3일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서울 종로2가에서 노동자대회를 열고 있는 모습.
제76주년 광복절인 15일 오후 2시50분쯤 서울 종로구 광화문역 인근. 한 시민이 현장을 통제하던 경찰들을 향해 “전시 상황도 아니고 대체 왜 막는 거냐”며 고함을 질렀다.


국민혁명당의 ‘문재인 탄핵 8·15 1000만 1인 걷기 운동’을 저지하기 위해 이날 이른 아침부터 광화문광장 인근을 원천봉쇄한 경찰은 연신 고개를 숙이며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이 시민은 “5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를 몇 번이나 검문을 받고, 경찰이 펜스(철제 울타리)로 만든 미로 같은 길을 따라 걷느라 30분이 넘게 걸렸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날 서울 중심가는 이른 아침부터 긴장감이 감돌았다.

경찰이 대규모 병력을 동원해 집회 통제에 나서는 바람에 서울역, 종로구 세종로 인근 등을 지나가려면 수차례 검문을 거쳐야 했다. 이날 공식적으로 서울에 신고된 집회 시위는 한 건도 없었지만 보수단체들의 불법 집회가 도심 곳곳에서 예고된 때문이다. 코로나19 확산세로 수도권 거리두기 4단계가 적용된 서울은 2인 이상 행사와 집회·시위가 모두 금지됐다.

경찰은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 임시검문소 80여개를 설치하고 186개 중대 1만5000여명을 동원했다. 인근을 지나는 차량 내부를 일일이 살펴보며 집회 물품 등이 있는지 확인했고, 집회 예고 장소를 지나는 시민들에게는 목적지를 물어 확인했다. 감염병예방법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경고도 계속 안내했다.

경찰의 원천봉쇄에 시민들은 불편함을 호소했다. 성모(38)씨는 계획보다 서둘러 집으로 향하는 길이라고 했다. 성씨는 “광화문 인근에는 지하철도 정차하지 않고 횡단보도 등 길도 다 막혀 있어서 고생했다”며 “시민 안전을 위협하고 불편을 야기하는 집회는 열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이끄는 국민혁명당은 전날에도 1인 걷기 운동을 강행하려다 경찰 통제로 무산됐다. 이들은 이날도 서울 성북구 교회에서 오전 예배를 마친 후 오후 3시부터 거리로 나섰다. 당초 광화문역 인근 동화면세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으나 경찰 벽을 뚫지 못해 새문안교회 앞으로 행사 장소를 변경했다. 국민혁명당은 서울 도심 내 집결을 차단한 정부, 경찰 등을 상대로 국가배상청구 소송을 예고했다.

경찰이 저지하며 국민혁명당의 대규모 집회는 열리지 않았지만 크고 작은 충돌이 잇따랐다. 서울지하철 1호선 종각역 인근에서는 경찰에 항의하는 한 남성이 인도에 누워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보수단체 시민 2명은 경찰을 폭행해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경찰은 전날 같은 혐의로 붙잡힌 50대 남성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날 민주노총은 별도 집회를 열지 않았다. 전날에는 다음 주 예정된 한·미 연합훈련을 반대하며 민주노총 관계자 200여명이 모여 1인 시위를 벌였으나 이날은 온라인 행사만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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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