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와 권력 쥔 공직자일수록 '노블리스 오블리주' 실천으로 답해야
고대 로마부터 사회를 받쳐온 ‘노블리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는 단순한 도덕적 권장이 아니다. 사회적 신분, 부, 그리고 권력을 쥐고 있는 지도층이 그에 걸맞은 도덕적 의무와 공공을 위한 헌신을 다해야 한다는 사회적 신뢰의 기본 축이다. 특히 국민과 지역주민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정치인이라면, 본인의 재력이나 지위를 과시하는 것에 그칠 것이 아니라 공공을 향한 환원과 사회적 공헌으로 그 책임을 입증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 정치권의 현실을 되돌아보면, 이러한 노블리스 오블리주의 최소한의 흔적조차 찾기 어렵다는 탄식이 쏟아진다.
많은 정치인이 선거 과정이나 재임 기간 중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본인의 재력과 영향력을 과시하지만, 막상 그에 상응하는 사회적 책임에는 입을 다문다. 공직을 수행하면서 발생한 주식 및 부동산 관련 이해충돌 논란, 백지신탁 불복, 재산 증식을 둘러싼 각종 잡음은 정치권의 단골 뉴스거리가 된 지 오래다. 단 한 소원의 사적 재산도 포기하지 않으려 법정 소송을 마다하지 않는 모습이나, 공직이라는 지위를 오로지 본인의 사적 부와 명예를 공고히 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듯한 행태는 국민에게 깊은 허탈감을 선사한다.
정치가 국민의 신뢰를 잃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공공성의 부재’에 있다. 과거부터 사재를 출연해 장학·복지 재단을 설립하거나, 세비를 전액 사회에 환원하고, 소외계층을 위한 공익 활동에 앞장서며 본보기가 된 지도자들의 선례는 분명 존재한다. 반면, 권력과 부를 모두 손에 쥐고서도 지역사회와 국가를 위한 진정성 있는 나눔에는 철저히 무관심한 정치인들에게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기대하기란 사치처럼 느껴진다. 공공의 자산을 관리하도록 위임받은 권한을 본인의 세를 과시하고 기득권을 지키는 데만 골몰한 결과, 사회에 남는 것은 공익적 공헌이 아닌 짙은 사익 추구의 그림자뿐이다.
선출직 공직자는 권력을 누리는 자리가 아니라, 사회에 빚을 지고 봉사하는 자리다. 부의 축적과 권력 유지에는 타협이 없으면서 나라와 지역사회를 위한 최소한의 헌신조차 외면하는 정치인은 결코 국민의 존경을 받을 수 없다.
이제 모든 정치인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과연 자신이 쥐고 있는 부와 권력이 누구를 위해 쓰이고 있는지, 그리고 나라와 지역사회를 위해 어떠한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실천하고 있는지 말이다. 부와 명예를 지키는 데 쏟아붓는 집착의 반만큼이라도 국민과 소외된 이웃을 위한 진정한 봉사로 이어질 때, 비로소 정치에 대한 신뢰도 회복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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