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만남이 곧 관계를 의미하지 않는다. 우리는 현재 만남 속에 존재하고 있다. 나와 내가 만나있고 나와 남이 만나 있으며 나와 세상이 만나고 나와 땅과 온 우주와 만나고 있다. 만남이 관계로 전환되지 않는 한 그 만남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관계맺음은 우리의 만남에 의미를 부여하는 과정이다. 그리고 그 관계를 통해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가는 것이다. 우리가 누구와 관계 맺음이라고 하면 그와의 만남에 참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며 그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지속적으로 교류하면서 무한한 가능성을 함께 열어가는 것이다. 그 만남을 어떠한 가능성으로 열어 가느냐 하는 것은 그 관계를 맺는 방식에 달려 있다.

사람들의 관계 맺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 관점에서 볼 수 있다. 그 하나는 수동적인가 아니면 능동적인가 이다. 다른 하나는 이기적인가 이타적인가 이다. 수동적인 관계방식은 주로 타인의 선택에 의해 관계를 맺어가는 것이다. 관계의 주도권은 타인에게 있다. 문제의 원인을 타인에게서 찾는다. 남들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상대방을 변화시켜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반면에 능동적 관계방식은 자기 스스로 관계의 문을 여는 것이다. 관계의 발전을 위해 스스로 노력한다. 무엇이 문제의 핵심이며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신은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를 먼저 생각한다. 스스로 관계에 의미를 부여하며 더 나은 관계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한다.

한편 이기적 관계방식은 항상 상호작용에서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한다. 남과 자신을 비교하면서 자신에게 도움이 되도록 하려면 어떻게 할까 고민한다. 이들은 주로 관계에서 테이커(taker)들이다. 상대를 위해 조금도 양보하거나 손해 보려고 하지 않는다. 반면으로 이타적인 사람들은 남과 나를 구분하지 않는다. 상대방이 무엇을 원하는지에 관심을 둔다. 자기의 문제를 생각하기 전에 남들의 문제해결을 위해 무엇을 하는 것이 좋을까를 고민한다. 이들은 주로 기버(giver)들이다. 모든 관계를 형성하는 방식에 물론 장담점이 있다. 문제는 어떻게 이를 잘 조합해 가느냐 하는 것이다. 이 두 가지 관계방식을 조합해서 관계유형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아래와 같이 분류할 수 있다.

관계방식의 유형

능동적
이기적 능동형
이타적 능동형
수동적
이기적 수동형
이타적 수동형

이기적
이타적


이기적 수동형은 자기중심적이면서 수동적이다. 다시 말해 남들이 나를 도와주길 바라고 자신의 문제는 다 주변 탓으로 돌린다. 주변에서 자신을 돌보와 주지 않고 도와주지 않아서 자신은 힘들고 고통스럽다고 생각한다. 즉 다른 사람들에게 의존해서 그들의 도움과 지원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다른 사람들이 자신이 바라는 만큼 도움을 주지 않으니 늘 불평과 불만이 그득하다.

이타적 수동형은 남들을 도와주려는 마음을 가지고 있지만 상당히 감상적이다. 남들이 부탁을 하면 거절하지 못한다. 자신에게 중요한 일이 있어도 남들이 부탁하면 그것을 거절하지 못하고 남들을 도와준다. 이런 사람들을 혹자는 “호구”라고 부른다. 남들에게 이용당하고 사기당하며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사람들은 남들의 눈치를 많이 보고 늘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나를 중요시 한다. 자기주장보다는 남들의 주장이나 기준에 자신을 맞추려 한다. 그러니 진정 자신의 삶을 살지 못한다.

이기적 능동형은 테이커들이다. 절대로 손해 보는 일을 하지 않는다. 늘 자기중심적이고 경쟁적이다. 상당히 도전적이고 늘 이겨야 속이 편한 사람들이다. 어디서든지 자신이 좋은 자리 좋은 것을 차지하려고 한다. 과업 중심적이고 업무에서는 상당한 능력을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과의 친화력이 부족해 갈등을 빚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부류의 사람들은 일시적으로 부와 권력을 쟁취할 수 있으나 궁극적으로는 불협화음이나 갈등으로 이를 오래 유지하기 힘들 수 있다. 경쟁을 중시하는 사회에서 자본의 축적이 중시되는 사회에서 이러한 유형의 사람들이 주도적 활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타적 능동형은 기버들이다. 하지만 이들은 이타적 수동형과 달리 이성적 기버들이다. 남들이 도움을 요청해서 혹은 불쌍해서 충동적으로 남들을 도와주지 않는다. 이들은 진정으로 남들을 도와주기 위해서는 그들에게 무엇을 필요한지 살핀다. 스스로의 결정에 따라 그리고 자신의 능력 범위 내에서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고 사랑을 베푼다. 자신이 존재함으로 누군가 행복하기를 바라고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간디나 테레사 수녀 등 우리 사회에 큰 족적을 남긴 사람들은 대부분 이타적 능동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자기의 이익을 벗어나 타인과 사회 더 나아가 인류의 번영을 위해 고민하고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벗어날 수 있도록 노력한다.

《기브앤 테이크》라는 책의 저자 애덤 그랜트는 지금은 테이커가 아니라 주는 사람 즉 기버가 성공하는 시대가 되었다고 한다. 호구들이 아닌 이타적 능동형들이 성공하는 시대가 되었다는 것이다. 현재 사회는 인터넷을 통해 동시적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정보가 전해진다. 댓글을 통해 누가 진정한 이타적 삶을 살고 있는지 쉽고 빠르게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진다. 그러니 그런 사람들의 선행과 삶이 빨리 사회에 알려지고 주목 받게 된다. 이제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어떻게 하면 이타적 능동형의 관계방식을 습득하느냐 하는 문제이다. 이를 위해 하루에 단 10분 만이라도 능동적으로 남들에게 도움을 주고 지원을 해주며 깊이 있는 사랑을 나누는 삶을 살아가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이것인 지금처럼 고도 접속사회에서 성공적 삶을 살아가는 길이기 때문이다.

관계의 숨을 틔우고자 하면 관계의 방식을 바꾸어야 한다. 이를 위해 먼저 중요한 것은 능동성이다. 능동성은 의지의 문제이고 용기의 문제이다. 막혀 있는 관계에 숨통을 틔우기 위해 자신이 먼저 긍정적 감정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마음의 문을 열고 다가가야 한다. 다음은 이타성이다. 이타성은 먼저 상대방을 수용하고 있는 그대로를 존중하는 것이다. 그의 느낌과 바람을 공감하는 것이다. 또한 상대의 존재자체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상대를 가르치거나, 돕거나, 바른 길로 인도하려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편이 되어 주는 것이다. 그 때부터 마음의 문이 열리고 관계의 숨은 틔우기 시작할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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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운석 (전)단국대교수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