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무원들만 구조한 것이냐"…무안 여객기 추락 유족들 오열

여객기 사고로 127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는 사고 소식을 듣고 모인 유가족들이 당국의 신원확인 명단 혼선 등 늦장 대응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 29일 오후  전남 무안 국제공항 1층에 탑승자 유가족 약 400명이 모여있는 모습.

29일 오후 4시 16분께 다시 한번 22명의 신원확인자 명단이 호명되자 공항 1층 로비 곳곳에서는 오열하는 유족들의 모습이 보인 가운데 최초 신원확인자 명단과 다르다며 관계자를 향한 항의가 빗발쳤다.


이날 유족 대기실은 당초 무안공항 청사 3층 대회의실에 마련됐다가 공항 1층 로비 대합실로 자리를 옮겼으나 관계자들의 상황 설명없는 무성의에 불만을 토로하며 분노를 쏟아냈다.

한 유족은 답답한 마음에 가슴을 치며 "기다리라는 말만 한다"면서 "아무런 안내도 없이 이게 대체 무슨 일이냐"고 토로했다.

이어 "기다리는 것도 한계가 있다. 우리 가족이 지금 어디 있는지조차 모르는데, 이렇게 모여 있는 게 무슨 의미냐"고 소리쳤다.


이날 오전 사고 이후 첫 브리핑에서 구조자 2명이 승객이 아닌 승무원이란 사실이 알려지자 "승무원들만 구조한 것이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또한 유족들은 사고 발생 약 6시간이 지나도록 명확한 대처 방안이 나오지 않자 분노를 표출했다.

유족 A씨는 브리핑 중인 소방 관계자에게 격앙된 목소리로 항의했다.

그는 "사고 난 지 몇 시간이 지났는데 왜 우리 가족의 상태를 알려줄 수 없나"며 "병원에 확인도 안 되고 상황판 하나 없는 게 말이 되나"라고 울분을 터뜨렸다.

유족들은 격앙된 목소리로 "현장 방문 허용하고 실시간 정보를 달라"고 요구했다. 이날 오후 3시 유족들은 대표단을 구성해 당국에 사고 수습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했다.

유족 대표 B씨는 "유족 대표단을 꾸려 현장을 방문하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어 "30분 간격으로 수습 진행 상황과 신원 확인 정보를 실시간 브리핑해달라"고 요청했다.


유족들은 “왜 명단이 처음과 다르냐”, “부상자, 사망자, 신원확인자 등 내용을 빨리 전광판에 명확히 표시해달라” 등 항의를 이어갔다.

이에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명단에서 차이가 있던 부분은 확인 중이다”라며 “전광판에 명단을 띄우는 것은 곳 조치 하겠으며 상주 인원도 계속 이곳에 있겠다”고 말했다.

현재 현장에는 광주 남구청장, 국회 행안위 소속 국회의원 등 유관기관 관계자들이 다수 도착한 상태지만 여전히 유족들은 사상자의 명확한 신원을 확인 받지 못한 상태다.

곧이어 공항 로비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을 통해 신원 확인자의 명단이 올라왔지만 유족들의 분노는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사고 7시간 넘은 시각, 일찍부터 공항을 찾아 사상자의 신원 확인을 위해 대기하던 유족들은 스스로 여객기에 탑승한 피해 가족들의 명단을 A4 용지에 적기도 했다. 탑승자 명단과 대조하기 위한 명단인데 이마저도 유족들이 자체적으로 해야 한다는 점에서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 일부 유족들은 “왜 제주항공에서 양식을 가지고 오지 않냐”라고 소리쳤다.

이날 오전 9시 7분께 태국을 출발한 제주항공 여객기가 착륙 중 활주로를 이탈하며 공항 담장과 충돌한 뒤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현재까지 생존자 2명, 사망자 127명이 파악된 가운데 소방과 경찰은 희생자 신원확인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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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