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회장 "22일까지 간호법 입법 중단 안하면 정권퇴진운동"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사진)이 오는 22일까지 정부·여당이 간호법 입법을 중단하지 않으면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정권 퇴진 운동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6일 열린 국회 청문회에서는 '졸속 의대 증원'이 드러났다며 관련자를 경질하고 국정조사를 실시하자고 주장했다.
임 회장은 19일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말했다.
그는 "국회 청문회에서 보건복지부와 교육부 장·차관, 고위 공직자들은 의대 정원 배정위원회에 이해관계자가 참여했는지도 밝히지 못하면서 문제없다고 우겼으며, 아직도 증원에 필요한 예산 확보를 못 해 기재부와 협의 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고 비판했다.
또 "대통령실 장상윤 사회수석은 청문회에서 2026년도 의대 정원도 이미 '확정'이라고 밝혀 참담할 정도로 어리석고 무책임한 정부임을 실토했다"고 질타했다.
임 회장은 "2천명 의대 증원은 과학적 근거도 없고, 그 과정에서 교육 여건에 대한 현장 실사도 제대로 안 했을 뿐만 아니라 배정마저 누가 무슨 근거로 했는지 기록도 남기지 않고 밀실에서 졸속으로 밀어붙였다는 게 만천하에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이 사태를 초래한 장상윤 사회수석과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박민수 복지부 차관, 이주호 교육부 장관, 오석환 교육부 차관을 경질하라"고 요구했다.
국회에는 "국정조사를 통해 2천명 의대 증원 사태의 진실을 규명하고, 청문회에서 위증한 관료들에게 죄를 물으라"고 촉구했다.
임 회장은 "오는 목요일인 22일까지 국회는 의료계가 반대하는 간호법 등 의료 악법 진행을 중단하라"며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 논의도 멈추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가능한 모든 방법을 총동원해 정권 퇴진 운동을 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의협은 또 "모든 의료인은 원팀으로, 의료계 종사자는 모두 의료법에 따라 관리돼야 한다"며 "특정 직역에 대한 단일법이 생기면 보건의료체계가 붕괴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나아가 "간호사 진료 영역이 무한히 확장되고 간호사 단독 개원도 가능해지는, 간호사 이익 실현만을 위한 법안"이라고 성토했다. 지난해 5월 간호법 제정안 국회 통과와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국면에서 제기했던 법안 반대 논리를 되풀이하는 형국이다.
의료계 안팎에선 의협이 '의대 증원 백지화’라는 비타협적 요구를 고수하며 의정 대화에 소홀했던 터라 간호법 재추진 움직임에 제때 대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공의 집단사직에 따른 대형병원 진료 파행 속에 출범한 22대 국회에서는 의료공백 해소를 위해 PA 간호사 법제화가 시급하다는 공감대가 당정은 물론 여야 간에도 자연스럽게 형성된 분위기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지난 13일 회동에서 이달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쟁점 없는 민생법안'을 신속히 통과시키기로 합의했는데, 간호법도 여기에 포함된다.
여당과 야당이 발의한 간호법안에는 공통적으로 PA 간호사의 법적 지위를 보장하는 내용이 들어 있다. 지난해 폐기됐던 법안에는 포함되지 않았던 내용이다. 예컨대 여당이 당론으로 발의한 법안에는 '일정 요건을 갖춘 간호사는 검사, 진단, 치료, 투약, 처치 등에 대한 의사의 전문적 판단이 있은 후에 의사의 포괄적 지도나 위임에 따라 진료지원에 관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함'이라고 명시돼 있다.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도 의료개혁의 핵심 과제로 상급종합병원의 전문의 중심 병원 전환을 제시하면서 "그간 전공의가 담당했던 업무를 전문의와 PA 간호사가 담당할 수 있도록 병원 자체 훈련 프로그램 도입과 업무 효율화 과정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간호법이 이대로 국회 문턱을 넘는다면 임현택 의협 회장의 리더십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의사 사회 내부에서 임 회장에 대해 "다른 현안은 외면하고 의대 증원 백지화에만 몰두한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던 탓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도 11일 전국시도의사회 회장단 회의에 참석한 후 SNS에 "의협 업무보고에는 간호법이라는 단어가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며 "나만 심각한 것인가"라며 임 회장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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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