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묻히면 안 된다…같은 지역인 게 쪽팔려" 밀양 맘카페 '분노'


밀양 여중생 성폭행 사건의 가해자들 신상과 근황이 온라인상에 빠르게 퍼지면서 해당 사건이 재조명되는 가운데 밀양 맘카페에서도 "그때 어른들이 너무 잘못했다"며 분노하고 있다.

지난 4일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밀양 맘카페 분위기'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이에 따르면 전날 밀양의 한 맘카페에도 여중생 성폭행 사건과 관련 게시글이 다수 올라왔다.

해당 카페 회원 A 씨는 "유튜브 '나락보관소' 보면 가해자들 한 명씩 신상 공개 중"이라고 정보를 공유했다.

A 씨는 "그 사건 가담자가 엄청 많다. 지금은 다들 개명하고 살고 있다더라"라며 "이 사건 불편할 수도 있지만 지금이라도 묻히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회원들은 "가해자들이 그렇게 잘살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살아가는 순간순간 자기가 했던 일이 발목을 잡아서 넘어지고 끌어내려지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천벌 받길 바란다. 업보에 시간 차는 있어도 오차는 없다더라", "김해, 창원, 울산 모두 합쳐서 100명이 넘는다는데 그중 돈 있는 놈들은 빠져나가고 밝혀진 것만 44명이다. 그것도 전부 처벌 안 받아서 일반인 속에 묻혀서 일반인 행세하고 살아가는 거 생각하니 소름", "그때 경찰들이 너무 나빴다. 그 아이는 잊고 잘 살아야 하고 가해자는 잊지 말고 평생 벌 받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다", "86~88년생 걸러야 한다고 밀양 이미지 다 나빠지고 제대로 처벌받지 않았으니 계속 회자되는 것 같다" 등 반응을 보였다.



특히 밀양으로 이사 왔다고 밝힌 회원 B 씨는 "지금 (가해자들이) 30대 중후반이니까 딱 아이 엄마·아빠 나이겠다. 솔직히 전 타지 사람이라 밀양 하면 저 사건이 제일 먼저 떠올라서 이사 오기 싫었다. 시골 특성상 끼리끼리 다 덮고 우야무야 이게 참. 지금 가해자는 아무렇지 않게 다들 잘살고 있겠죠?"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 다른 회원 C 씨는 "그때 어른들이 너무너무 잘못했다. 진정 자식 위한다면 죗값 받게 하고 돌이킬 수 없는 죄지만 사과하고 피해자를 위해 그 어떤 항변도 마셨어야 했다"며 "어리석은 선택으로 자식이 죄를 뉘우칠 기회도 주지 않고 피해자가 전학 간 학교까지 찾아가 합의해달라고 난동 부렸다고 하니 그 죄를 다 어찌 씻겠냐. 그게 한둘이 아니라고 하니 밀양이 여태껏 욕먹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D 씨는 "여중생 성폭행했던 XXX 중 지금 밀양에서 자식 낳고 사는 것들도 있겠죠? 등잔 밑이 어두워 모를 수 있으니 주변에 86~88년생 남자가 있으면 다시 한번 돌아봐라"라며 "제발 신상 털어서 얼굴 들고 못 살게 해줘라. 어디 가서 밀양의 'ㅁ' 자도 못 꺼내겠다. 그냥 같은 지역에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쪽팔린다"고 적었다.

한편 밀양 여중생 성폭행 사건은 20년 전인 2004년 1월 발생했다.

당시 울산의 한 중학교에 재학 중이던 A양은 알코올 중독 아버지의 가정폭력에 시달렸고, 어머니는 아버지와 이혼해 집을 나갔다.

그러던 중 인터넷에서 알게 된 고교생 박모 군을 만나러 밀양에 갔다가 박군의 선·후배 고교생들에게 집단성폭행을 당했다.

박군은 A양을 유인해 쇠파이프로 내리쳐 기절시킨 후 12명과 함께 성폭행했다. 또 그 모습을 캠코더와 휴대전화로 촬영해 협박에 이용했다. 그렇게 1년 동안 저질러진 범행에 가담한 밀양 고교생은 무려 44명에 이른다.

A양은 수면제 20알을 먹었으나 이틀 만에 깨어났고, 울산의 한 산부인과에서 치료를 받았다.

뒤늦게 사실을 알게 된 A양의 어머니는 2004년 11월 25일 경찰에 사건을 신고했다.

그러나 경찰은 ‘딸의 신분을 보호해달라’는 A양 어머니의 간절한 부탁에도 언론에 사건 경위와 피해자의 신원을 그대로 노출했다. 대면조사에서도 여경 대신 남성 경찰관이 심문을 맡았고, A양은 “네가 먼저 꼬리 친 것 아니냐”, “네가 밀양 물을 다 흐려놓았다” 등의 폭언을 들어야 했다.

더 큰 문제는 사건 이후 신상이 노출되며 서울로 전학,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았지만 성폭행으로 인한 여러 합병증에 시달렸다.

결국 A양은 폐쇄병동에 입원됐고 그 와중에 가족들이 합의를 강권했다. A양은 가해자에게 합의서와 선처를 바란다는 탄원서를 써줘야만 했다.

그의 아버지는 합의금으로 5000만원을 받았다. 이 중 1500만원은 전셋집을 마련하는 데 쓰고, 나머지는 친척들과 나눠 가졌다. 정작 피해자에게는 한 푼도 돌아가지 않은 것이다.

피해자의 아버지는 피의자들에 대한 선고 공판이 진행되는 도중에 알코올 중독으로 사망했다.

피해자는 끝내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못했고, 지금도 당시 충격 때문에 트라우마를 겪고 일용직을 전전하며 굴곡진 삶을 살고 있다고 전해졌다.

그는 자신을 도왔던 변호사와도 연락을 끊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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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