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해외직구 금지, 당장 시행 아냐”…'KC인증' 의무화 사실상 보류…"선택권 제한 우려"
정부가 국내 안전 인증이 없는 어린이제품 등 80개 품목의 해외상품 직접 구매(직구) 금지 방안을 당장 시행하는 건 아니라고 해명했다.
국무총리실은 지난 17일 산업부·환경부·관세청과 공동 배포한 보도 설명자료에서 “80개 품목 전체에 대해 해외직구가 당장 금지되는 건 아니다”라며 “산업부, 환경부 등 품목 소관부처가 해외직구 제품에 대한 위해성 검사를 집중 실시한 후, 6월 중 실제로 위해성이 확인된 제품의 반입을 차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중국 해외직구 플랫폼에서 판매 중인 어린이제품에 국내 안전 기준을 초과하는 유해성분이 발견된 것에 대한 대책으로 나왔다. 관세청은 지난달 30일 중국 해외직구 플랫폼에서 판매 중인 어린이제품 252종(평균구입가 3468원)의 성분을 분석한 결과, 15%에 해당하는 38종 제품에서 국내 안전 기준치를 최대 3026배 초과하는 유해성분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지난달 25일 서울시도 해외 직구 상품 첫 안전성 검사에서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해외 온라인 플랫폼에서 판매하는 어린이용 제품 22개 중 11개 제품이 부적합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정부는 세부 가이드라인도 마련한다. 성인용(만 13세 초과 사용) 피규어는 어린이 제품에 포함시키지 않고, 만 13세 이하가 사용하는 어린이 피규어 제품만 위해성 검사를 실시하는 식이다. 또 반입 차단 품목을 확정하려면 국회 논의 등 충분한 공론화 이후 법률 개정 과정을 거칠 계획이다.
이번 대책이 KC 인증기관의 민영화와 관련이 있다는 일부 의견에 대해선 “관계 없는 내용”이라며 선을 그었다. 이미 현재도 KC 인증은 민간 인증기관이 시행하고 있을 뿐 아니라, 최근 정부가 규제개선 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건 기관 간 경쟁 촉진을 통해 인증 기간 단축, 인증 서비스 개선 등 기업 애로를 해소하려는 의도란 설명이다. 또 “알리, 테무 등 중국 플랫폼 외에 여타 온라인 플랫폼에서도 위해 제품 판매가 확인되고 있다”라며 “플랫폼과 상관없이 위해 제품의 반입을 차단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앞서 정부는 지난 16일 해외직구 급증에 따라 안정성이 입증되지 않는 제품이 국내로 들어오는 문제를 막기 위해 80개 품목을 대상으로 직구를 금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유모차와 완구 등 어린이 제품 34개 품목과 전기온수매트 등 전기·생활 용품 34개 품목은 KC 인증이 없는 경우 해외직구가 금지되며, 가습기용 소독제 등 생활화학제품 12개 품목은 신고·승인이 없으면 금지 대상이 된다.
하지만 정부 발표 이후 소비자부터 영세사업자 등 해외 직구 금지에 대한 반발이 쏟아졌다. 저렴한 가격으로 제품을 사지 못하게 된 것에 대한 불만, 사업상 금전적 손해를 입게 된 것에 대한 항의 등이 많았다.
자유무역 정신에 역행하는 일방적 해외 직구 통제라는 내용의 글이 온라인에서 확산되고 국무조정실에 민원을 넣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판매자에게 KC 인증을 받으라고 강제할 수 없기 때문에 실효성이 떨어질 거란 전문가 지적도 나왔다. 어린 자녀를 키우는 부모를 포함해 온라인 커뮤니티상에서 과도한 규제라는 비판이 거세게 일면서 정부가 해명에 나섰다.
국무조정실과 산업부, 환경부, 관세청은 전날 보도설명자료를 내고 "80개 품목 전체가 해외직구가 당장 금지되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정부는 해외직구 제품을 대상으로 위해성 검사를 집중 실시한 후 오는 6월 중 실제로 위해성이 확인된 제품만 반입을 차단하겠다는 입장이다.
위해성이 없다는 점만 확인되면 KC 인증이 없더라도 계속 해외직구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사실상 정책 발표 하루 만에 한 발 물러선 셈이다.
해외직구 면세 한도도 더 신중하게 검토하는 쪽으로 방향이 잡힌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해외직구 급증에 따른 국내 사업자 역차별 문제 해소를 위해 소액수입물품 면세제도도 개편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었다.
현재는 본인이 사용할 목적으로 온라인 등에서 구매한 해외 물품이 150달러(미국은 200달러) 이하면 면세를 받을 수 있다. 국내 사업자 사이에서는 이른바 '쪼개기 구매'로 면세 혜택을 사실상 제한 없이 누릴 수 있다며 1인당 해외직구 면세 한도를 손실해 달라는 목소리가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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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