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식간에 127조 증발…새파랗게 질린 개미들 "살려달라" 아우성

코스피 2600선이 붕괴됐다. 이달 들어서만 시가총액 127조원이 증발했다. 연초 상승 가도를 달리던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대형주들도 하락을 반복한다. 증시 전문가들은 당분간 불안한 증시 흐름이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 코스피가 이스라엘의 이란 보복 공격 소식에 장중 롤러코스터를 탄 끝에 1%대 하락 마감한 19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이 업무를 보고 있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코스피지수는 전달 대비 154.77포인트(5.63%) 하락했다. 지난 19일 기준 2591.86을 기록하며 장을 마감했다. 코스피 전체 시총은 127조1220억원 감소했다.

코스피 상승을 이끌던 반도체 랠리에 제동이 걸린 영향이다. 그간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독보적인 HBM(고대역폭메모리) 제작 기술로 주목을 받았다. 수요 회복도 점쳐지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이 시장 기대치에 못 미치자 투자심리가 함께 꺾였다. 지난 17일(현지시간) 반도체 장비업체인 ASML은 1분기 신규 수주액이 예상(54억유로)을 크게 밑돈 36억유로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시총 1위이자 반도체 대표주인 삼성전자는 이 기간 5.83% 하락했다. 이달 초까지만 하더라도 9만전자를 노렸으나 현재는 7만7000원 선에 머무르고 있다. 삼성전자우(-4.12%), SK하이닉스(-5.3%) 등도 하락했다.

밸류업 상승 랠리가 멈춘 것도 증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지난 2월 발표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이 나온 데 이어 총선에서 야당이 압승하며 밸류업 추진 동력이 사라진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PBR(주가순자산비율)이 낮아 밸류업 수혜가 예상됐던 △KB금융(-8.35%) △신한지주(-9.24%) △삼성생명(-16.25%) △삼성화재(-9.31%) 등 금융주도 이달 들어 하락했다.


주가 하락은 이란과 이스라엘의 충돌로 인해 중동 지역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고,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인사들이 예상보다 견조한 미국 경제지표를 토대로 잇달아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발언을 한 영향이 컸다.

또 1400원대에 근접한 미 달러화 대비 원화(원·달러) 환율로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에서 대규모 이탈하며 주가 하락 압력을 키웠다. 한국판 ‘공포지수’인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는 2022년 레고랜드 사태 이후 1년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내 증시 불확실성이 커지자, 투자자들은 해외로 눈을 돌리는 모습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12∼18일 국내 투자자는 미국 주식 1억4829만달러(약 2044억원)어치를, 일본 주식 1087만달러(약 15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서학개미(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개인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를 3배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반도체 불’ 상장지수펀드(ETF)다. 이 ETF의 결제 규모는 1억228만달러(약 1410억원)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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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