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율 불출마, 최악의 선택”…잃어버린 정청래 ‘맞수’
김경율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사진)이 총선 불출마를 전격 선언했다. 지난달 17일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김 비대위원의 마포을 지역구 출마를 거론한 지 18일 만이다. 여권에서는 비대위원직을 유지한 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게 악수라는 평가가 나왔다.
김 비대위원은 전날(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저는 이번 22대 총선에서 출마하지 않겠다”며 “숙고 끝에 내린, 당의 총선 승리를 위한 결심”이라고 전격적으로 밝혔다. 김 비대위원은 그러면서 “서울 마포을 선거구를 포함한 4·10 총선 승리를 위해 비대위원으로서의 역할을 더욱 충실히 수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서울 마포을 지역구 출마자로 김 비대위원을 언급하면서 사천 논란이 일었다. 또 김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과 관련해 ‘마리 앙투아네트’를 언급하면서, 이른바 ‘윤·한 갈등’을 촉발한 당사자로 꼽혔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이 강한 유감을 표하면서 한 위원장의 사퇴설이 제기되기도 했다. 당내에서는 김 비대위원을 사퇴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번 김 비대위원의 불출마 선언은 사천 논란을 해소하면서 한 위원장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의도로 분석됐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김 비대위원의 불출마로 ‘운동권 청산’을 구호로 내세운 비대위에 다소 힘이 빠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위원장은 비대위원장 취임 이래 ‘운동권 특권 정치의 심판’을 이번 총선의 기치로 내걸어왔다. 그는 지난달 26일 취임 일성으로 “수십년간 386이 486·586·686 되도록 썼던 영수증을 또 내밀며 대대손손 국민 위에 군림하고 가르치려 드는 운동권 특권정치를 청산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29일 당 회의에서도 “이번 총선에서는 운동권 특권 정치 심판이 시대정신”이라고 발언했다. 야당이 장기집권 중인 지역구를 공략할 전략으로 ‘구태 이념 vs 경제·민생’ 구도를 부각하며 중도층 잡기에 나선 것이다.
김 비대위원은 운동권을 정조준한 한동훈 비대위를 상징하는 대표적 인사로 평가받아왔다. 그는 과거 참여연대에서 활동한 진보 진영 인사였지만, 문재인 정부에서 ‘조국 사태’를 계기로 등을 돌렸다. 이후 ‘조국 흑서’로 불리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를 집필하는 등 운동권 세력을 비판해왔다. 자신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제기했고, 지난해에는 ‘맞짱 : 이재명과의 한판’이란 제목의 책을 내기도 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총선 유불리를 따졌을 때 가장 좋은 선택은 (김 비대위원이) 비대위원직을 사퇴한 뒤, 마포을 경선 출마를 강행하는 것이었다”라며 “한동훈 비대위가 내세운 운동권 특권정치와 대결하겠다고 용기있게 선언하고, 공정한 경선을 위해 비대위원직은 사퇴한다고 발표하며 사천 논란을 해소했어야 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이번 불출마로) 사실상 정청래 의원이 ‘무적함대’라는 것만 확인시켜준 꼴이 됐다. 또 용산이 압박해서 김 비대위원이 불출마를 선언했다는 프레임만 씌어졌다”라며 “한 위원장과 대통령실에겐 해가 되고 민주당에겐 되레 득이 되는 최악의 선택”이라고 지적했다.
당장 민주당은 이번 불출마 사태를 고리 삼아 십자포화를 쏟아내고 있다. 마포을 현역 의원인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김 위원 불출마 선언을 두고 가요 ‘안동역에서’ 가사에 빗대 “안 오는 건지 못 오는 건지 오지 않는 국힘아”라며 비꼬았다. 그러면서 “비겁하게 딴 사람 보내지 말고 ‘니가 와라 한동훈’”이라고 덧붙였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4일 오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한동훈의 가상한 희생정신’이라는 글에서 “윤석열 징계 취소 소송 피고 법무부의 승소를 이끌어 낸 변호사를 갈아치워 일부러 법무부를 패소시킨 희생정신이 돋보였다”고 했다. 이어 “그 희생정신이 기특해서 집권당 비대워원장으로 올랐다”며 “그런데 선거 승리를 위해 바른 소리를 했다고 조중동이 칭찬까지 하고 한동훈 본인도 국민 눈높이에 맞다고 동의한 회계사를 오늘 불출마로 정리해 제2의 희생정신을 과시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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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