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위 내 건설사 첫 유동성 위기에…건설업계 전반 ‘긴장감’
시공능력평가 16위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 소식이 알려진 28일 건설업계엔 긴장감이 감돌았다. 그동안에도 지방 중소건설사들의 폐업 소식이 이어지긴 했지만, 업계 순위 30위권 이내 1군 건설사의 유동성 위기가 현실화된 것은 처음이다.
업계는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이 부동산 개발 자금을 조달하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전체 위기로 확산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채권자들이 태영건설과 사정이 비슷한 다른 건설사의 PF 심사 요건을 강화하거나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28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금융권 합계 부동산PF 규모는 2023년 9월 기준 134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2020년 말 92조5000억원보다 45%가 증가했다. 같은 기간 연체율도 0.55%에서 2.42%로 급증했다.
건설사들의 ‘우발채무’도 위험 수준에 달했다. 우발채무는 부동산 사업이 진행되지 않을 경우 시공사가 떠안게 되는 빚이다. 한국기업평가가 지난 9월 유효등급을 보유한 21개 건설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건설업계의 우발채무 규모는 23조원에 달했다. 특히 태영건설의 경우 PF우발채무를 포함한 부채비율이 72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업계 ‘레드라인’으로 알려진 300%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코오롱글로벌 등도 PF우발채무가 현금성 자산보다 더 많은 회사들이다.
부동산PF는 특별한 담보 없이 앞으로의 기대 수익을 보고 일으키는 대출이다. 시행사는 금리를 낮추기 위해 건설사들의 ‘지급보증’을 통해 신용보강을 한다. 문제는 지금같이 분양시장이 불황일 때 발생한다. 시행사가 돈을 갚지 못할 경우 지급보증을 한 건설사가 빚을 떠안게 된다. 업계에선 부동산 호황기 때 몸집을 불린 PF 시장이 태영건설 워크아웃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버티지 못하는 시공사가 나타나고 PF 안정성이 낮아지면서 대주들도 PF 연체율 관리에 나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자금 조달 능력이 취약한 중견급 건설사들의 위기 가능성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대기업 건설사는 인허가가 끝난 본 PF 단계에서 주로 지급보증을 선다. 반면 중소건설사는 수주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토지 매입 단계인 브리지론 단계에서도 보증을 서는 경우가 많다. 또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보다 미분양 리스크가 큰 도급사업 비중이 높은 것도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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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