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찾은 尹 “부산 이즈 비기닝”…엑스포 유치 실패 ‘민심 달래기’
윤석열 대통령은 6일 부산을 찾아 “부산은 다시 시작한다”며 글로벌·남부권 거점화 도시가 되도록 전폭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부산 유치 실패에 실망한 부산 민심을 수습하려는 행보다. 정부·여당이 연일 대대적인 부산 지원 계획을 강조하는 데는 22대 총선에서 보수 강세지역인 부산·경남(PK) 민심의 이탈을 막으려는 뜻이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부산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부산 시민의 꿈과 도전’ 간담회에 참석해 “부산 이즈 비기닝(Busan is beginning)”이라며 부산 지원 의지를 밝혔다. 부산 엑스포 유치활동의 캐치 프레이즈였던 ‘부산 이즈 레디(Busan is ready)’를 활용한 표현이다.
윤 대통령은 인사말에서 엑스포 유치전에 나섰던 이들에게 감사를 표한 뒤 유치 실패 후 후속 조치를 집중 언급했다. 그는 “대선 때부터 서울과 부산 2개의 축으로 우리나라를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면서 “부산이 남부권의 거점 도시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유치에 실패했지만 홍보를 통해 “‘부산 이즈 레디’는 세계의 어느 누구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가 됐다”고 자평했다.
부산 지원 방안으로는 글로벌 허브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 가덕도 신공항 적시 개항과 철도 항만 등 물류 플랫폼, 한국산업은행 이전과 북항 재개발사업의 신속 추진 등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엑스포 유치도 부산의 글로벌 거점화와 남부권 거점화를 위한 것인 만큼 엑스포를 위해 추진한 지역 현안 사업은 그대로 더 완벽하게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 방문은 엑스포 유치 실패 직후 윤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10월 29일)를 발표한 지 일주일 만에 이뤄졌다. 전날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도부의 비공개 오찬에서도 가덕도 신공항, 북항 개발, 글로벌 국제허브 도시 특별법 추진 등이 논의 테이블에 올랐다.
당·정이 부산 민심 달래기에 공을 들이는 데는 엑스포 유치 실패가 국정 동력에 악재로 작용하는 것을 막으려는 뜻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4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총선도 염두에 둔 행보로 읽힌다. 부산·울산·경남은 대구·경북과 함께 보수 지지층이 우세한 지역으로 꼽힌다. 이 지역 민심이 흔들릴 경우 여권의 총선 전략에 대거 변경이 불가피하다.
당정이 집중 언급하고 있는 부산의 글로벌·남부 거점화 전략은 총선에서 여당의 부산 지역 핵심 공약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이를 일찌감치 당·정과 재계가 한 데 모여 지원 의사를 밝히면서 엑스포 유치 실패 이후 여권이 공격적으로 부산 공략에 나서는 것으로 풀이된다.
행사가 대대적인 규모로 열린 것도 당·정의 부산 지원 의지를 강조하려는 일환으로 분석된다. 이날 간담회에는 기획재정부·행정안전부·산업통상자원부·국토교통부·해양수산부·중소벤처기업부 등 6개 부처 장관, 대통령실 정책실장을 비롯한 정무·시민사회·홍보·경제수석, 국민의힘의 김기현 대표·김석기 최고위원·장예찬 청년최고위원 등 정부와 대통령실, 여당 의원들이 대규모로 나섰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재원 SK수석 부회장, 구광모 LG 그룹 회장을 비롯한 경제계 인사들도 대거 참석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이 자리에서 가덕도 신공항, 조승환 해수부 장관은 북항 개발, 박형준 부산시장은 글로벌 허브 도시 조성 계획을 발표했다. 이 회장은 “부산의 도전에 삼성도 함께하겠다”고 했고, 추경호(기재부)·이상민(행안부)·이영(중기부) 장관 등의 지원 발언도 이어졌다. 이날 발언자 중 원희룡, 조승환, 추경호, 이영 장관은 내년 총선 출마군으로 후임자 지명이 이뤄진 상황이다.
간담회에 이어 윤 대통령이 전통시장인 부산 중구 깡통시장을 방문한 자리에도 정·재계 인사들이 대거 동행했다. 윤 대통령은 “부산을 키우겠다”면서 “엑스포 전시장 부지에 외국투자기업들을 유치하여 엑스포를 유치했을 때보다 부산을 더 발전시키겠다”고 상인들에게 말했다.
윤 대통령은 시장 내 분식집에 들러 동행한 박형준 부산시장, 이 회장, 최재원 SK 수석부회장, 구광모 LG 회장, 김동관 한화 부회장 등과 함께 떡볶이, 빈대떡, 비빔당면 등을 먹은 뒤 인근 식당에서 기업인 등과 함께 돼지국밥으로 점심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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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