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연말…달력·다이어리 인쇄업체 ‘울상’
#1. 수원에서 인쇄업체를 운영 중인 김모씨(62)는 최근 부쩍 한숨이 늘었다. 연말이 다가오며 내년 달력 등 인쇄물을 수주해 작업을 해야 하지만, 일거리가 40% 가까이 줄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달력이나 다이어리 등을 제작하는 수요 자체가 줄다 보니 영세 인쇄업체들은 운신의 폭이 매우 좁은 상황”이라며 “인쇄업체들은 연말과 연초가 대목이지만, 올해 연말도 한숨 밖에 나오지 않을 것 같다”고 털어놨다.
#2. 성남에서 인쇄소를 운영 중인 이모씨(60)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씨는 “특히 우리 같은 인쇄소들은 관공서 등에서 연말마다 들어오는 제작 의뢰로 1년을 먹고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그런데 애초에 공공기관에서도 달력, 다이어리 제작 물량을 줄이고 있으니 경영난이 더 심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연말을 앞두고 공공기관이나 기업 등에서 내년도 달력, 다이어리 등을 주문하는 시기가 다가온 가운데 경기도내 인쇄업체들이 일감 감소로 이른바 ‘연말 대목’에도 울상을 짓고 있다.
26일 인쇄업계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새해 달력 수주 규모는 50% 가까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스마트폰 보급 확대 등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고, 고물가로 종이의 주 원료인 펄프 등 원자재 가격마저 상승하며 인쇄업계에게 연말 대목은 이미 옛말이 됐다.
산업통상자원부 원자재가격정보에 따르면 지난 6월까지 하락했던 미국 남부산혼합활엽수펄프(SBHK) 가격은 7월 이후 다시 상승세를 그리고 있다. 지난달 펄프 SBHK의 t당 가격은 705달러로 전년 대비 5.22% 올랐다.
더욱이 이 같은 원자재 가격 인상분이 반영돼야 하지만, 업계에선 ‘단가 후려치기’가 여전히 비일비재하다고 토로한다. 이를 막기 위해 인쇄업계는 인쇄물 공공구매에 대한 표준단가표부터 만들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 2011년 공공기관에서 인쇄물을 구매할 때 단가를 책정하는 기준인 인쇄기준요금이 폐지된 이후 인쇄업체들은 이미 수십년간 ‘저가 출혈경쟁’을 지속해 왔는데, 침체에 빠진 인쇄업계를 살리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가 표준단가표를 도입해 들쑥날쑥인 인쇄물 단가를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충복 경기도인쇄정보산업협동조합 이사장은 “현재는 ‘책 한 페이지에 얼마를 받아야 된다’는 기준이 없어 ‘제 값’을 받지 못하는 데다 업체 간 출혈경쟁으로 사업을 수주해도 오히려 손해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올 정도”라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지금이라도 표준단가표를 반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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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