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컵 규제 안 받는다...플라스틱 빨대도 계도 기간 무기한 연장
환경부가 일회용품 사용 규제를 사실상 무력화했다. 종이컵은 규제 자체를 없앴고, 비닐봉투는 과태료를 매기지 않으며, 플라스틱 빨대는 계도 기간을 무기한 연장했다. 소상공인들의 애로 사항을 전면 해결해 준 것이지만 반환경적 처사라는 비판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임상준 환경부 차관은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일회용품 관리 방안’을 발표했다.
앞서 지난해 11월 24일 자원재활용법 시행 규칙이 개정되면서 일회용품 사용 제한 품목이 일회용 컵과 플라스틱 빨대 등으로 확대됐다. 또 일회용 비닐봉투 및 쇼핑백 등이 ‘무상 제공 금지’에서 ‘사용 금지’로 강화됐다. 다만 환경부는 제도의 갑작스러운 시행에 따른 현장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1년 간의 계도 기간을 설정했다. 이에 따라 오는 24일부터는 음식점·커피전문점·패스트푸드점 등에서 일회용품 사용 적발 시 최대 3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환경부가 제도 시행을 17일 앞두고 시행을 사실상 취소했다. 자영업자들의 목소리를 전면적으로 반영한 결과로 풀이된다.
자영업자들은 그간 물가 상승, 경기 침체 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이 같은 규제가 본격 시행될 경우 인건비 등 추가 비용 발생으로 인한 부담이 증가할 것이라며 어려움을 호소해 왔다.
환경부가 이날 발표한 품목별 관리 방안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먼저 환경부는 비닐봉투 대신 장바구니, 종량제봉투 등 대체품 사용 문화를 정착시키기로 했다. 단속을 통한 과태료 부과보다는 대체품 사용을 생활 문화로 정착시키는 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플라스틱 빨대는 계도 기간을 무기한 연장하고, 대체품 시장의 성장을 유도할 계획이다. 아울러 계도 기간 동안 종이 빨대 등 대체품 품질이 개선되고, 가격이 안정화될 수 있도록 생산 업계와 논의해 나갈 예정이다. 계도 종료 시점은 유엔 플라스틱 협약 등 국제 동향, 대체품 시장 상황을 고려해 추후 결정하기로 했다.
종이컵은 규제가 아닌 권고와 지원을 통해 줄여 나가는 대신 다회용컵을 사용하도록 지속 권장하고 지원할 계획이다. 매장에서 사용된 종이컵은 별도로 모아 분리 배출하는 등보다 정교한 시스템을 마련해 재활용률을 높이는 노력을 배가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환경부는 소상공인들이 부담 없이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에 동참할 수 있도록 지원 대책을 조속히 마련할 계획이다. 일회용품 줄이기에 동참하고자 하는 매장에는 다회용컵, 식기세척기 등 다회용품 사용에 필요한 비용을 지원하고, 우수 참여 매장은 소상공인 지원 사업 선정·지원 시 우대 조건을 부여할 수 있도록 중소벤처기업부 등 관계 부처와 협업해 나갈 계획이다. 또 공공 기관, 민간 기업,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 패스트푸드점 등과 자발적 협약을 체결해 일회용품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사회 전반으로 확산시켜 나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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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