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도 '득실득실' 빈대 공포 확산…왜이렇게 퍼졌나
'베드버그'(bedbug)로도 알려진 빈대가 지난 9월 대구시 계명대 기숙사, 지난달 인천시 서구 사우나에 이어 최근 서울 곳곳에도 출몰하며 시민들 위생과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빈대는 피를 빨지 않아도 성충이 6개월 정도 생존할 수 있어 '없어졌다'고 생각해도 다시 생긴다. 괜히 빈대가 아닌 셈이다. 이 때문에 악명 높은 바퀴벌레나 가주성 개미보다도 박멸이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졌다. 때아닌 빈대 포비아(공포증)에 방역 당국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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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서 빈대 대공습…서울 절반 뚫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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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대구광역시 계명대 기숙사 매트리스(침대요)에서 '빈대'가 발견됐고 학교 측은 지난달 긴급 방역 작업에 들어갔다.
인천의 한 사우나에서도 빈대가 발견됐다. 곤충 관련 주제를 다루는 유튜버 '다흑'은 지난달 11일 '너무 역겹고 충격적이라 고민했습니다'라는 영상을 통해 인천의 한 사우나 상황을 공개했다.
영상에서 그는 해당 사우나에 찾아가 빈대를 채집하기 시작했고 짧은 시간 동안 8마리를 발견했다. 다흑은 "현재 빈대의 번식이 원활한 상태 같다"고 우려했다.
최근에는 서울 시내에서도 빈대가 출몰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서울 영등포구 보건소는 한 고시원에 빈대가 출몰했다는 신고를 접수했다. 현장에 출동한 보건소 직원들은 방 4곳에서 빈대를 발견했다.
채널A에 따르면 한 민간 방역 전문 업체는 지난달에만 서울 25개 구 중 13개 구에서 총 24건의 방역 작업을 진행했다. 서울시 절반 이상에서 빈대가 출몰한 것이다. 방역 대상은 대부분 고시원과 가정집으로 알려졌다.
이에 질병관리청은 지난달 31일 빈대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고 발견 시 신속·정확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빈대 예방·대응 정보집'을 마련해 누리집에 게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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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서 사라졌던 빈대, 어디서 유입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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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대는 우리나라에서 1970년대에 거의 박멸됐다. 공중위생 강화 정책 일환으로 DDT(다이클로로다이페닐트라이클로로에테인) 등 강력 살충제가 광범위하게 사용되면서다. 이후에도 몇 차례 빈대가 발견됐지만 지금처럼 확산한 사례는 없었다.
빈대의 공식적인 유입 경로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빈대 확산 원인으로 '외국인 유입'을 꼽는다. 최근 빈대 발생이 급증한 미국, 영국, 프랑스 등에서 입국한 내외국인이 머문 숙박 시설 등에서 신고가 들어왔고 실제 발견된 빈대가 모두 해외에서 유입된 개체기 때문이다.
양영철 을지대학교 보건환경안전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빈대는 모두 해외에서 유입된 개체로 빈대가 출몰한 장소 모두 외국인이 머무른 곳"이라며 "이 장소를 이용한 다른 사람의 여행용 가방 등 물품을 통해 집안으로 유입되면 전국적으로 확산하는 건 시간 문제"라고 경고했다.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해외 관광객이 대거 유입되고 날씨가 추워져 가정마다 대부분 난방을 시작해 빈대 발생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빈대는 5~6㎜ 크기의 갈색 벌레로 사람·동물 피를 빨아 먹는다. 어느 정도 개체군이 형성되면 침대 주변에 서식하다가 밤보다 이른 새벽에 사람의 피를 빨아먹고 다시 서식처에 숨는다. 10도 이하로 온도가 낮아져도 성장과 부화에 어려움만 있을 뿐 쉽게 사라지지 않으며, 흡혈하지 않고도 70~150일은 생존할 수 있다.
빈대는 질병을 옮기진 않지만 물린 후에는 주로 피부가 가려운 증상이 나타난다. 흡혈량이 많을 땐 빈혈과 고열도 동반될 수 있다. 물렸을 때는 가려움증을 완화하는 항히스타민제를 복용하거나 스테로이드 연고를 바르는 것이 좋다. 염증이 생긴 경우 항생제를 복용해야 한다.
빈대를 없애기 위해서는 스팀 고열을 이용해 빈대 서식 장소에 분사하거나 진공청소기를 이용해 침대, 매트리스, 소파, 가구 등 빈대에 오염된 모든 장소를 청소하고 진공 흡입물은 봉투에 밀봉해 폐기해야 한다. 오염된 직물(의류, 커튼, 침대 커버 등)은 건조기를 이용해 소독하는 것을 권한다.
양 교수는 "국내 출몰하는 빈대는 이미 살충제에 대한 저항성을 가진 빈대이기 때문에 가정용 살충제에도 잘 죽지 않을 것"이라면서 "침대 커버(침대보)나 옷 등에서 빈대가 발견됐다면 70도 이상의 뜨거운 물로 세탁하거나 건조기의 뜨거운 열풍을 두 시간 이상 쬐어주면 박멸이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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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